지난 2월23일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 3돌을 맞이했다. ‘준비된 대통령’, ‘교육 대통령’, ‘인권 대통령’, ‘개혁 대통령’등 그동안 김대중 대통령을 수식하는 단어들은 수없이 많았으며 그 단어들에는 나름대로 김대중 대통령의 5년간의 계획과 그의 포부가 담겨져 있었다.

  97년 12월3일. 임창렬 부총리가 국민들에게 고개 숙여 사죄했던 장면의 사진이 각 일간지의 1면 머리기사로 실렸었다. 우리나라 최대의 치욕적인 날이라 기억될 정도로 IMF체제하에 접어들었을 때 국민들이 터뜨렸던 분통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 정권이 바뀌고 모두들 허리띠를 졸라 매야 한다는 정부의 말에 국민들은 없는 살림을 더 줄여나가며 새로운 도약을 꿈꿨다.

  2001년인 지금, 그 3년이라는 길에 김대중 대통령이 함께 있었다. 이러한 ‘IMF 환란 극복’이라는 커다란 짐을 안고 시작했던 국민의 정부가 어느덧 3돌을 맞이했다. “절반은 성공했고, 절반은 실패했다”라고 자체평가를 내렸던 김대중 정부의 3년. 이제 그 성과에 대해 성적표를 쥐어줄 때이다.

- 교육정책 -

  먼저 교육부문을 살펴보면 요즘 크게 대두되고 있는 것이 ‘사립학교법 개정’에 관한 사항이다. 사립학교법 제1조를 보면 「사학의 특수성에 비추어 그 자주성을 확보하고 공공성을 양양함으로써 사립 학교의 건전한 발달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제시돼 있다, 하지만 제시한‘자주성’에 있어서 이사회에 과다한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재단 살찌우기에 악용됐다. 그에 따라 사학재단은 부패와 비리로 얼룩지게 됐다. 그 예로 「법인 이사 1/3이상은 공익을 대표하는 외부인사들로 선임토록 한다」라는 조항이 삭제되고, 「사립대학 법인의 임시 이사 임기를 규정하고 1회에 한해 연임토록 하며, 대학 법인이 정상화된다 하더라도 정식이사로 임명될 수 없다」는 조항을 추가시켰다. 이는 비리 재단이 합법적으로 복귀할 수 있는 통로로 작용하기 때문에 부패와 비리를 척결하는데 치명적이 될 수밖에 없다.

  교육에 대한 불만은 ‘교육이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점점 높아만 가고 있다. 사교육비에 대한 정부의 정책은 찾아 볼 수 없으며, 김대중 정권이 초기에 약속했던 GNP 대비 교육재정 6%라는 목표는 4.1%에 만족해야 하는 실정이다. 교육은 장차 미래 한국사회를 이끌어 나갈 인재들을 키워내는 사업이라 할 때 가장 중요한 사업이라 할 수 있다. 국민과의 대화에서 김대통령이 언급했던 지식 정보사회로의 교육체제 정비도 중요한 것이지만 그 이전에 부패와 비리를 없애는 것이 첫째일 것이다. 재단의 비리와 부패로 인해 학생들에게 돌아가야 할 혜택들이 고스란히 이사장의 배불리기에만 쓰이게 된다면 더 이상의 교육발전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 의료정책 -

  이와 더불어 정부에서 의욕적으로 시행했던 정책중의 하나가 의약분업이었다.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과감히 단행했지만, 올라간 보험료에 상응하는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환자의 알 권리보장과 약물의 오남용 방지라는 허울 좋은 명분 아래 의약분업은 그저 돈은 돈대로 더 내고 혼란스러운 정책 아래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의사들의 파업만이 결과로 돌아왔다. 정부는 이제 자신이 평가한 ‘준비된 대통령’답게 또다시 거론되고 있는 의약분업의 문제점에 대한 대안들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의약분업 실시 이후 8개월 동안 시끄러운 잡음이 계속 들리기는 했지만 국민들은 불편을 감수해 가며 정책에 따라가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다시 주사제의 의약분업 대상 제외 문제로 또 다시 불안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의료보험값은 두배로 올라가고 노동자들의 임금은 한없이 줄어들고 있다. 턱없이 부족한 의료보험 재정 아래 준비도 제대로 되지 않은 의약분업을 수가인상이라는 빌미를 통해 재정난까지 국민들에게 떠넘기는 것은 정말 어이없는 처사다. 의료체계가 혼란을 겪는 주된 이유는 정책의 일관성 결여 때문이다. 이번의 주사제 문제로 인한 의료파행의 반복은 반드시 막아야 할 것이며 하루빨리 우리나라 의료계 실정에 맞는 정책들을 시행해야 할 것이다.

- 노동정책 -

  그렇다면 정부가 그동안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4대 개혁에는 어떠한 성과가 있었을까?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크게 손을 댔던 사안중의 하나로 금융개혁을 꼽을 수 있다. 국민과의 대회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자랑같이 들릴지 모르지만 IMF에서 한국 4대 개혁에 대해서 90점 준다고 했다”고 말했다. 언론의 평가에서는 어느 정도의 성과는 인정하고 있다.

  금융개혁에 있어서 핵심과제로 삼고 있던 것은 ▲은행 2단계 구조조정 완결 ▲제2금융권 2단계 구조조정 마무리 ▲공적자금의 조성과 투명한 집행 ▲금융감독의 선진화 및 시장안정 보완대책 추진 등이었다. 하지만 정책 자체가 임시방편적인 성격이 강해 거시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퇴출과 기업합병으로 과감한 개혁을 실행했지만 수익성 부문에서 특별한 성과가 드러나지 않고 있으며 공적자금이 들어간 대한, 한국투자신탁도 특별한 호전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기업개혁에 있어서 ▲회계투명성 강화 ▲부채비율 축소 ▲소액주주권한 강화 등의 제도적인 면에서의 성과는 외환위기 탈출이라는 점에서 일정부분 인정할 수 있겠다. 하지만 정부는 대기업 봐주기와 산업은행의 ‘신속인수제도’등의 임시방편을 위한 편법을 등장시키면서 부실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살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김우중을 비롯해 방만한 경영으로 우리나라 경제를 혼란스럽게 한 대기업 경영자들에 대한 정부의 대처는 경영자들의 책임을 문책하기보다 열심히 일한 노동자들을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밖으로 내몰고 있다. 이것은 더 이상 김대중 정권이 ‘국민의 정부’가 아니라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겠다.

  또한 공공개혁과 더불어 노동개혁 공공개혁의 경우 낙하산 인사의 문제점을 꼽을 수 있다.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한 인사들이 자리를 차지함에 따라 비효율적인 구조를 만들어 냄으로써 구조조정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 또한 노동계는 노동시장 유연성의 이유를 들어가며 노동자를 하나의 자유롭게 사고 파는 상품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더욱이 근로조건 개선이라는 주요 골자의 이면에는 노동시간에 대한 규제 정책 폐지와 임금하락을 전제로 한 노동시간단축이라는 조건하에 노동법 개악을 함으로써 노동자들의 삶을 점점 더 옭아매고 있다.

  김대중 정권은 3년 동안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정책을 시행했다. 30조를 넘어선 농가부채, 빈민 1천만, 갈수록 늘어만 가는 비정규직, 그리고 대량 실업…. 언론개혁? 북한원조? 이제 우리 국민들은 “조금만 참으면 나아질 것”이라는 말에 얼른 주먹을 불끈 쥘 수 밖에 없다.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개혁의 흐름 속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이것만이 살길이라며 민중의 삶보다는 대외 신임도 높이기에 힘쓰며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유신정권이래 최악의 공권력 투입이라는 엄청난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노동자들은 누구처럼 몇천억의 돈이 갖고 싶은게 아니다. 내 밥그릇이 걸린 문제다. 생존권이 달린 문제다. 김대중 정권 3주년을 맞이하여 이제 우리는 이렇게 묻고 싶다. “누구를 위한 개혁이냐고…”

/ 김진희 기자 81pinklady@ha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