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교양
[내생애책한권] 우리 시대가 돌아가는 원리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2.03.17  10:17:45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2008년 12월 9일 새벽 1시, 아고라 경제방에 세일러라는 필명을 쓰는 논객의 글이 처음 올라왔다. 리먼 브러더스의 몰락을 예고하여 주목을 받았던 미네르바가 타의에 의해 사라지고 나서 수많은 논객들이 자기 검열로 자취를 감춰가던 중에 부동산시장이 호황을 누리던 배경에 지나친 선물환 매도가 한 원인일 수 있다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 줌으로써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그 이후 세일러의 글은 2012년 3월 15일 현재 447개째의 글을 올리면서 거의 최장수 논객으로 자리 잡고 있다. 미네르바가 2008년 3월에 등장하여 2008년 12월 29일 마지막 글을 올리고 사라진 것과 비교하면 굉장히 장수하고 있는 셈이다. 당시 미네르바와 함께 글을 올리던 경제방 논객들은 아고라를 떠나 ESTIN포럼에 자리잡고 글을 올리고 있어서 사실상 아고라 경제방에서 경제 관련 글을 올리는 사람은 세일러 한 명뿐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부동산 거품의 한 원인을 선물환 매도로 보는 신선한 시각 외에 2008년 12월 당시의 상황에서 향후 벌어질 경제 위기에 대하여 근본 원리를 중심으로 스스로 파악하도록 다양한 글을 올려주어 대단한 주목을 받았다. 경제방 논객들이 아고라를 떠나면서 조회수가 많이 줄기는 했지만 몇몇 글들은 1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부동산은 어떻게 계속 오를 수 있었나 - 은행의 대출 과잉 2008. 12. 12, 아시아 버블 붕괴 경고, 시발점은 대한민국? 2010. 1. 8). 

위즈덤하우스 출판사는 이러한 네티즌의 관심을 배경으로 2009년 3월 10일, 그간의 글을 정리하여 ‘흐름을 꿰뚫어보는 경제독해'라는 책을 출판하게 된다. 이 책은 당시 아고라 경제 논객들의 책이 인기를 끌었던 것과 같이 상당 기간 경제 부문의 상위에 랭크됐다. 이 책에서 얘기하는 내용들은 “통념 vs 근본 원리, 그리고 이치”와 같은 내용들이 말해 주듯이 근본적인 성찰을 하고 스스로 판단하라는 것으로서 하나같이 마음에 와 닿았다. 당시 발전이 뒤쳐진 지역을 대상으로 신활력사업을 진행하면서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하여 고민하던 나에게는 귀중한 시각을 제공하여 주었을 뿐 아니라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참고자료들도 미증유의 경제위기를 이해하기 위해서 어떠한 책을 읽어야 할지 고민하던 나에게 소중한 길잡이가 돼 주었다.   

‘불편한 경제학’은 ‘흐름을 꿰뚫는 경제독해'의 후속판이다. ‘흐름을 꿰뚫는 경제독해'가 394쪽에 불과했던 반면에 ‘불편한 경제학'은 656쪽에 달한다. 내용도 훨씬 풍부해졌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에 대한 폴 크루그먼(불황의 경제학에서)의 애기를 프롤로그에 소개하면서 ‘평소에 믿어왔던 사회 제도들이 거짓말을 하는 시기'라는 주장을 펼친다. 뿐만 아니라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말씀, “나는 많이 아는 것이 아니다. 단지 하나로 꿰고 있을 뿐이다" 를 빌어 하나로 꿰는 지혜를 얻으라고 얘기한다. 그러한 지혜를 얻기 위해서 “무엇보다 먼저 ‘불편한 진실'을 마주 보라”고 한다. “인정하기 싫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똑바로 바라볼 때만이, 올바른 상황 파악이 가능하고 올바른 관점도 확립”된다고 했다. “그 다음에는 그 누구의 말도 믿지 말고 스스로 이치를 따져봄으로써 자기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했다. “확고한 자기 중심을 잡아야 천변만화하는 듯이 보이는 주변 상황에 휩쓸리지 않고 대처가 가능"해진답니다. 이러한 얘기의 흐름은 주역 계사편에 나오는 “易은 窮卽變, 變卽通, 通卽久”라는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이 책의 내용 중 특히 제 관심을 끌었던 부분은 “3장 경제위기의 진짜 원인”에서 한국 경제가 어려워진 원인을 분석하면서 제시한 “맬서스의 가르침”입니다. 이를 저자는 “높은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는 비결이기도 하고, 반대로 모든 경제위기가 생겨나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한 설명"이라고 강조했다. 그 내용은 “경제가 원활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공급(생산)이 늘어남에 따라 그에 비례하여 수요가 늘어나 주어야 하는데, 그런 상태는 제대로 된 분배에 의해서만 달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맬서스의 인구론에 비하여 정치경제학원론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탓인지 번역본도 나와 있지 않다만 오히려 구글도서에서 원문을 찾아 볼 수 있다. 이 주장에 대한 근거로 우리나라의 가계동향 자료에서 5분위별 소비성향을 예로 든다. 소득 1분위의 경우 저축은 커녕 빚을 내어 소비지출을 감당할 수 밖에 없어 소비성향이 180%에 가까운 반면에 소득 5분위의 경우 상당한 흑자액을 남기면서 소비성향이 60%에 머물고 있음을 지적한다(2009년 1분기, 2인 이상 가구). 

이 이야기와 함께 UC Berkeley 에마뉴엘 사에즈 교수가 발표한 미국의 “자본소득을 제외한 총소득에서 상위 10%의 고소득층이 차지하는 비율" 그래프를 제시한다. 소득 양극화와 경제위기의 시기가 겹친다는 점을 확실히 보여준다. 이 그래프는 로버트 라이시의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에도 같은 논지로 등장한다. 그런데 라이시는 뉴딜 정책을 입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당시 연준 총재 매리너 에클스의 활동과 케인즈의 생각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고 있지만 맬서스의 가르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두 책에 나오는 그래프에는 1917년부터 2007년까지의 자료만 나와 있지만 2012년 3월 현재 2010년까지 업데이트 돼 있다. (새로운 업데이트 자료에서는 2008년, 2009년 잠시 완화되는 듯하던 소득 집중 현상이 2010년 다시 심화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논의로부터 균형 발전이라는 꿈이 얼마나 중요한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물론 고른 분배의 중요성에 대한 생각의 뿌리는 논어 계씨편에 나오는 불환과이환불균(不患寡而患不均), 불환빈이환불안(不患貧而患不安)을 거슬러 그보다 100년 전  ‘군주가 비축한 재물과 화폐를 풀어서 넘치고 모자란 것을 고르게 하고, 부유한 상인들이 저장하고 있는 재물을 나누어 백성의 씀씀이를 조절하라'는 관중의 정치 경제 사상에 까지 이fms다(관자, 국축편). 어쨌건 ‘불편한 경제학'을 추천하면서 이 책이 너무 두터워 엄두가 안 난다면 최소한  2장을 꼭 읽어보라고 권한다. 2장의 제목은 ‘우리 시대가 돌아가는 원리'다. “도대체 ‘돈’이란 무엇인가”, “은행은 이자를 만들어내지 않는다", “메기가 존재하는 이유", “시장이 존재하는 이유, 버블이 존재하는 이유", “비정상이 정상을 조롱할 때" 등등. 한 번 읽어봄이 어떨까?
/ 이기원(금융정보․교수)
한림학보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인기기사
1
[보도] 후보자 정책 공청회, 올해도 아쉬움 남아
2
[보도] 잊지 말고 신청하자, 동계 계절학기 수강신청
3
[보도] 너의 관심사를 보여줘! ‘한림 덕후 파이터’ 대회
4
[보도] ‘한강전’ 추위도 날린 열정…종합우승은 놓쳐
5
[보도] 유학생ㆍ재학생 모두 함께한 김장봉사
6
[보도] 봉사와 함께한 1년 ‘우수봉사자 선발대회’ 열려
7
[선거특집] 쏟아진 256개 공약, 다양해진 선택지
8
[선거특집] 단과대 경선 토론회, 치열한 공방 이어져
9
[시사] 빈살만 방한…국내 기업과 ‘네옴시티’ 계약 체결
10
[시사] ‘화물연대’ ‘학비노조’ 등 노동계 잇단 총파업
신문사소개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24252 강원도 춘천시 한림대학길 1 캠퍼스라이프센터 9-308호 한림학보사
제보 및 문의 : news@hallym.ac.kr / 033-248-287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지혜수(간사)
Copyright © 2005 한림학보. All rights reserved. news@hally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