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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읽는 음악] 바흐와 무반주 첼로 모음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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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음악칼럼을 쓰다 보면 정말 안타깝다는 것을 매번 느낀다. 소리로 전달해야 하는 음악을 글로 표현하고 소개하다 보니 사실 너무나도 어렵고 가끔씩 한계성을 느끼곤 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IT 기술의 발달로 이제는 쉽게 음악을 찾아 들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다.
특히 바흐를 소개하는 데 있어서 음악 없이 글로만 소개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바흐는 독일어로 작은 시냇물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의 음악 세계에 비하면 그의 이름이 왠지 어울리지는 않다. 베토벤은 바흐를 가리켜 “그는 작은 시냇물이 아니라 크고 광활한 바다라고 해야 한다”라고 말했듯이 그는 서양 음악사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중요한 음악가다. 그래서인지 그의 이름 앞에는 ‘음악의 아버지’, ‘모든 음악은 바흐로 흐른다’ 등 수많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또 현대의 음악가들은 “모든 음악은 결국 바흐로 돌아간다”라고 말하고 있으며 “바흐는 죽었어도 그의 음악은 재즈가 되든, 팝이 되든, 어떠한 형태로든 다시 살아난다”라고 이야기할 정도다. 사실 바흐가 활동했던 바로크 시대에 그는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위대한 작곡가 바흐가 아니었고 그냥 오르가니스트, 작곡가, 음악교사로 평범한 사람이었다. 바흐를 음악의 아버지로 말하고 그의 음악이 재조명된 것은 19세기에 와서 이뤄졌다. 바흐는 오페라만 빼고 200곡이 넘는 칸타타를 비롯해 성악곡, 실내악곡, 기악곡, 오르간 곡, 등 당시 음악의 모든 장르에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작품을 남겼다.
그중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평균율 클라비어 곡 집>, <토카타와 푸가>, <골든 베르크 변주곡>, <마태수난곡>, <무반주 첼로 모음곡> 등 수많은 곡을 남겼는데 놀라운 것은 이 많은 작품 하나하나가 모두 다르고 새롭다는 것이다. 졸작이라고는 한 곡도 없이 명곡만을 만든 바흐가 생전에는 그리 유명하지 않았고 죽은 뒤에는 잊혔다는 것이 의아할 따름이다. 그가 죽은 뒤 100년쯤 지나서 멘델스존이 그의 음악을 발굴해 그의 음악 업적을 소개했다. 이처럼 그의 작품 중에는 후대에 와서 빛을 본 작품들이 많이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곡이 바로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다.
1892년 마드리드에 있는 한 고서점에서 13세 소년에 의해 발견된 200년이나 된 아주 낡은 악보, 이 곡이 바로 그 유명한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며 이 소년이 후에 최고의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이다. 그는 바흐 첼로 모음곡에 생명을 불어넣을 정도로 첼로의 개념을 뒤바꿔 놓았던 20세기 최고의 첼리스트다. 그는 첼로 연주를 할 때 허리를 굽히지 않을 정도로 예술가로서의 자부심이 무척 강했던 연주가였다. 그가 이 곡을 공개적으로 연주한 것은 그의 나이 48세였던 1925년이었으며 그로 인해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 알려졌고 또한 카잘스라는 이름도 알려지게 됐다.
그는 바흐를 “바흐의 기적은 다른 예술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바흐의 음악은 성스러움이 드러날 때까지 인간을 파헤치고, 가장 보잘 것 없는 것에 영원의 날개를 돋게 한다. 성스러운 것은 인간적으로, 인간적인 것을 성스러움으로 만드는 바흐는 가장 위대한 작곡가며 순수한 음악가다”라고 말했을 만큼 바흐를 사랑했다. 그는 이 곡을 연습에 의한 기계적인 연주가 아닌 예술의 혼이 담긴 연주를 하기 위해 오랫동안 기다렸고 40년이 지난 후에나 레코딩을 했다. 또 한 명의 첼로의 거장 로스트로비치도 10대 때 전곡 연주 경력에도 불구하고 60세가 넘어서 레코딩을 했다.
무반주 첼로 모음곡들은 각각 여섯 개의 악장이 1. Prelude 2. Allemande 3. Courante 4. Sarabande 5. Galanteries (모음곡1, 2번-Minuet, 모음곡 3, 4번-Bourrée, 모음곡 5, 6번-Gavotte) 6. Gigue 로 이뤄져 있다. 이 가운데 첫 곡인 ‘프렐류드’가 가장 많이 알려졌으며 나머지 다섯 곡은 춤 곡 형식을 띠고 있는데 이 곡을 들으면 춤곡이라기보다는 엄숙하고 진지한 음악가의 고백, 즉 바흐가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삶의 고백을 듣는 듯하다. 우리 대학생들이 꼭 들어 줬으면 하는 곡, 아니 반드시 들어야 하는 클래식 음악 중 하나다.
/ 박병훈 (기초교육대학·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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