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엄마의 자궁 속에서 자라나 태어난다. 남자와 여자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그 여자는 당연히 엄마가 된다. 그 아이가 자라게 되면 대개 처음 내뱉는 말은 엄마다. 갓난아이가 성년이 되고 죽을 때까지 그 여자는 영원히 엄마라고 불린다. 그렇다. 언젠가부터 한 여자의 이름은 엄마가 돼버린다. 그래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엄마가 ‘여자’라는 사실을 망각한다. 엄마로서가 아닌 한 여자로서의 삶을.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는 이러한 부분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이 책은 아빠와 함께 서울로 올라온 엄마를 지하철에서 잃어버리는 것에서 시작된다. 잃어버린 엄마를 찾기 위해 각 장마다 딸, 아들, 남편, 그리고 엄마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간단하고 허구인 이야기지만 이 소설은 굉장히 현실적이며 지금 우리네들의 삶을 담아놓은 듯해 독자들의 마음을 꿰뚫는다.
이 소설은 크게 5장으로 나뉘어 각각 딸(너), 아들(그), 남편(당신), 엄마(나), 딸-에필로그(너) 로 시점을 달리 했다. 이러한 구성은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위치에서 엄마라는 사람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하며 더욱 공감을 얻어내는 효과를 준다. 특히 엄마가 1인칭 시점으로 등장해 나온 4장 ‘또 다른 여인’은 서론에서 말한 엄마가 아닌 여자로서의 삶을 엄마의 시점에서 보여준다.

에필로그에서는 장미묵주가 엄마를 다시 떠오르게 하는 매체로 등장한다. 1장의 큰딸 이야기에서 엄마는 제일 작은 나라에 가게 되면 그 나라의 장미묵주를 사다달라고 부탁한다.
큰딸은 바티칸에 가게 되고 제일 작은 나라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자연스레 엄마와의 약속을 떠올린다. 그리고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상>을 보며 자신의 엄마를 부탁한다.

<피에타상>을 소설에서 자세히 묘사했지만 실제 사진을 보고 싶어 인터넷에서 찾아봤다. 죽은 예수와 그 예수를 안고 있는 평온한 듯 슬퍼 보이는 얼굴의 성모 마리아. 그 평온한 얼굴에는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인 듯 해 보였다. 그 성모의 모습은 인간 안에 살아 있는 보편적인 모성에 대한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1장에서 나오는 큰딸은 나와 많이 닮았다. 나는 우리 집에서 큰딸이며 독신주의자고 혼자 여행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기에 ‘너’라는 시점의 1장은 뭔가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줬다. 특히 ‘모녀관계는 서로 아주 잘 알거나 타인보다도 더 모르거나 둘 중 하나다’라는 문장은 엄마와 나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해줬다.

나는 엄마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 엄마는 나에 대해 뭐든지 아신다. 내가 입은 속옷 사이즈, 내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내 표정의 세세한 감정까지도. 나는 과연 엄마를 잘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난 엄마를 잘 안다고는 할 수 없다. 아는 것조차도 모르는 척을 했던 나였다.
엄마는 어릴 때부터 대학생이 된 지금까지 나의 삶에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 무엇을 하든, 어디를 가든 항상 엄마가 충고하셨다. 사춘기 시절에는 그 소리가 마냥 잔소리로 들려 너무 싫었다. 어릴 때, 엄마가 가끔 아프다는 소리를 하셔도 나는 들은 척 만척했다. 엄마는 엄마니까 괜찮을거야.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엄마는 우리에게 당연히 밥을 해줘야하고, 옷을 사줘야하고, 언제나 내 옆에 있을 거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태어날 때부터 엄마는 당연히 나에게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소설에 이런 구절이 있다.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가 아니었다. 엄마도 학생인 시절이 있었고, 소녀인 시절이 있었고, 여인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분명 엄마에게도 나와 같은 어린 시절이 있었고, 엄마도 엄마가 있었고, 연약한 여자였기에 누구보다 관심을 가져야 했는데 나의 이기적인 마음이 엄마를 ‘당연한’ 엄마로서 간주해 버린 것은 아닐까.

「엄마를 부탁해」는 헌신적인 엄마의 모습을 절실하게 보여준다. 엄마는 자식들, 남편을 위해 모든 희생을 마다했다. 자식들의 시점에서 엄마의 일생은 고통과 희생으로 얼룩진 모습들로 묘사된다. 소설에는 장남이 동생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는 부분이 있다. ‘엄마의 일생을 고통과 희생으로만 기억하는 건 우리 생각, 엄마를 슬프게만 기억하는 건 우리 죄의식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것이 오히려 엄마의 일생을 보잘것없는 것으로 간주하는 일일 수도 있다’ 이 부분은 현시대 독자들에게 있어서 엄마의 헌신적인 희생정신을 더 일깨워 주는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은 사회에서 경제적 독립과 함께 부모와 마주앉는 시간이 줄어든다. 그만큼 부모라는 존재는 자신의 가슴 속에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존재처럼 자리 잡게 된다. 게다가 경제적으로 성장한 우리나라가 핵가족제도에 들면서 기성시대의 부모들은 마치 닳아빠진 건전지처럼 그 힘이 점점 약해져만 갔고 부모로부터 독립한 자식들은 마치 자신들 혼자서 큰 것 마냥 의기양양하다.「엄마를 부탁해」는 이러한 사회에 대한 작고도 큰 외침으로 대중들에게 따끔한 충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누군가가 주위에서 사라지고 나면 그 존재를 더 크게 느끼는 법이다. 4장에서 비로소 엄마가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될 때까지 엄마가 무사히 가족들 곁으로 돌아오길 바랐다. 다시 한 번 가족들이 엄마라는 소중한 사람을 더 느낄 수 있도록. 그렇게 아무런 예고도 준비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사라져 버린다고 생각하니 지금 엄마가 내 곁에 계신 것이 얼마나 다행이고 행복한지 모른다.
엄마도 엄마가 있다는 걸, 엄마도 보살핌을 받았던 존재라는 걸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엄마라고 불리는 한 여자의 존재와 소중함을 일깨우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 엄영주(광고홍보ㆍ4년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