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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듣는 음악]베토벤! 봄을 노래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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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을 때였다. 그곳은 주로 클래식 음악을 틀어줘 나로서는 참 좋은 마음으로 장을 본다. 이것저것 물건을 살피는데 내가 참 좋아하는 음악인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이 잔잔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밖의 날씨 또한 화창한 봄날의 햇살이 따뜻했는데 마트 안에서도 음악과 함께 완연한 봄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클래식 음악 중 봄을 주제로 한 것들이 많이 있지만 비발디 사계 중 ‘봄’이 우리에게 잘 알려진 봄을 상징하는 음악이다. 예전에는 봄을 주제로 한 음악 하면 누구나 비발디의 사계를 꼽았지만 <노다메칸타빌레>라는 일본 드라마의 인기와 더불어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봄’도 유명세를 누리고 있다. 노다메와 미네의 연주를 떠올리면 아마도 비발디의 ‘봄’보다 베토벤의 ‘봄’이 우리에게는 더욱 친숙할지도 모르겠다. 베토벤은 총 10곡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를 작곡했다. 그 당시 바이올린 소나타는 단지 바이올린을 돋보이려고 피아노 반주가 붙는 정도의 음악이었으나 베토벤은 이런 양식을 깨뜨리고 바이올린과 피아노 두 개의 악기를 대등하게 연주하도록 만들어 충실하고 튼튼한 성격의 곡을 창작하는 기초가 됐다. 사실 ‘봄’이라는 부제는 베토벤 자신이 붙인 것이 아니라 후세 사람들이 그 밝고 명랑함이 ‘봄’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고 해서 붙은 것이다.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전 10곡을 시대별로 분류해 본다면 모차르트의 영향이 짙게 나타난 초기의 소나타 1, 2, 3번과 베토벤의 개성이 나타나기 시작한 4번과 5번, 기존의 멜로디와 반주 구조를 탈피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한 6, 7, 8번 그리고 후기의 걸작 소나타 9번, 10번으로 나눌 수 있겠다. 그중에서도 당대의 비평가들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받았던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은 신선함과 아름다운 멜로디의 매력으로 인해 오늘날 바이올린 소나타 가운데 가장 인기가 많은 곡이 됐다. 우리는 흔히 베토벤을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로 기억하고 있지만, 그는 또한 바이올리니스트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바이올린 연주 솜씨는 그다지 훌륭하지가 못했다. 그래서 당시 베토벤이 바이올린에 대해 잘 모르고 곡을 쓴 것이 아니냐는 좋지 않은 평도 있었지만 우리는 베토벤이 남긴 바이올린 작품을 통해 그가 바이올린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었고, 얼마나 깊이 사랑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위대한 곡들의 탄생 배경이 단지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유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당시 각 가정에서 음악을 즐기는 문화가 보편화되고 있었기 때문에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는 인기 있는 장르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 누구도 베토벤의 작품이 단지 돈벌이의 수단으로 만들어 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비록 그의 바이올린 소나타 작품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작곡됐지만 모든 작품이 가지고 있는 예술적 가치는 베토벤의 음악적 영감으로 가득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베토벤으로 하여금 이렇게 훌륭한 바이올린 소나타들을 작곡하도록 만들었던 당시의 경제적 상황이 오늘날 바이올린 연주자들과 그의 음악을 사랑하는 애호가들의 입장에서 보면 무척 고마운 일이기도 하다.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10개의 작품은 그의 음악적 양식의 변화와 예술적 세계를 보여주는 하나의 큰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10개의 소나타를 각각 나눠 보면 어느 하나 일관된 흐름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작품마다 강한 개성과 독특한 색채를 띠고 있다. 이러한 다채로움 때문인지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를 전곡을 연주하는 바이올리니스트들은 한 곡 한 곡마다 새로운 음악적 해석과 표현을 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한다. 베토벤의 모든 걸작은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그의 정신적인 고뇌와 번민을 표현하지만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만은 예외인 듯하다.
/ 박병훈(기초교육대ㆍ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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