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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사랑, 그 무모한 이름에 대하여프랑수와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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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5.05  14:3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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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소설가 에쿠니 가오리의 ‘반짝반짝 빛나는’ 이라는 소설책 서두에 보면 ‘솔직하게 말하면, 사랑을 하거나 서로를 믿는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라는 말이 있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못하는 것이 ‘사랑’ 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우리는 주변에서 흔하게 사랑을 접하고, 느끼면서 그 감정을 가벼운 것으로 치부해버린다. 결코 가벼울 수 없는 것임에도 말이다.
  
소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그런 ‘가볍지 않은’ 사랑에 관한 소설이다.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연애 소설이지만, 절대 그냥 넘길 수 없는 그런 책이다. 이야기는 전혀 다른 두 사랑 앞에서 고민하는 ‘폴’과 그녀의 오래된 연인 ‘로제’, 그리고 그녀의 새로운 사랑 ‘시몽’이렇게 세 사람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사실 이 작품에서는 문학적인 심오한 가치관이나 삶에 대한 어려운 철학 혹은 사상의 이데올로기 같은 건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일반 연애 소설들처럼 특별한 스토리가 있어 주인공의 갈등이 부각되는 것도 아니다. 그저 한 명의 여자와 두 명의 남자를 중심으로 그들이 느끼는 사랑과 외로움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따라가는 소설이다.
  
먼저 소설에서 주목할 것은 제목에 나타나는 ‘브람스’ 라는 음악가이다. 브람스는 스승인 슈만의 집에 드나들다가 그의 아내인 클라라를 사랑하게 되는 기구한 운명의 남자다. 신중하고 소심한 성격의 브람스는 시몽처럼 클라라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하지는 못했으나 슈만이 라인강에 투신해 자살한 이후에도 줄곧 클라라를 돌보아 주며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고 한다. 실제로 클라라와 브람스의 나이 차이가 소설 속 폴과 시몽의 나이 차이처럼 14살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폴과 시몽의 사랑의 모델이 브람스와 클라라일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제목에 관해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라는 물음표가 들어간 문장이 아니라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라는 말줄임표가 들어간 문장임을 알 수 있다. 작가 역시 저 말줄임표의 의미를 굉장히 크게 생각했다고 한다. 이것은 말줄임표가 주는 조심스러움과 그 안에 담긴 쓸쓸함 때문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 말줄임표 속 ‘쓸쓸함’이라는 감정은 이 소설의 포인트로 작용한다. 사랑이 주는 쓸쓸함 속에 담긴 외로움 때문이다. 클라라를 사랑했던 브람스도 그 쓸쓸함에 평생 외로웠을 것이고, 로제와 연애를 하는 폴 역시도 같은 감정에 힘겨워했다. 아마 소설의 출발은 인간이 근원적으로 품고 있는 그 ‘외로움’에서부터였던 것 같다. 사랑을 해도, 혹은 사랑을 받아도 외로움을 느끼는 나약한 인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것이다.
  
소설에서는 그런 외로움을 주체하지 못하다가 젊은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폴의 마음에 주목하고 있다. 서른아홉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그녀는 시몽과 깊은 사랑에 빠진다. 오래된 연인인 로제와 이별을 결심할 정도였으니, 그녀가 시몽을 얼마나 사랑했는지는 소설을 읽는 누구라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좌절한다. 그것은 로제도 시몽 때문도 아니다. 바로 그녀 자신 때문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순수하고 격정적인 사랑을 꿈꾼다. 그리고 폴에게 시몽은 그런 사랑이었다. 하지만 막상 그런 사랑과 마주하는 순간 그녀는 자신이 그 사랑과 마주하기에는 부족한 사람이라는 깊은 좌절감에 휩싸이게 된다. 그로 인해 그녀는 좌절감과 휩싸여 시몽을 떠나 로제에게로 고개를 돌린다. 로제가 다시 그녀에게 외로움만을 안겨 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돌아간다.
  
그녀에게 로제는 일상이고, 시몽은 꿈이다. 꿈은 행복하지만, 그 속에서 살아가기엔 턱없이 많은 나이인 서른아홉, 그런 그녀에겐 잃을 것이 훨씬 더 많았고 사랑을 위해 그 모든 것을 잃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지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시몽을 선택하고 난 뒤 폴이 그간 삶에서 이뤄놓은 모든 것을 잃어야할 상황과 그녀의 사랑을 맞바꿔야 하기 때문에 분명 두려웠을 것이다.
  
이 소설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로제의 관점에서도 보고, 시몽의 관점에서도 본다. 하지만 모든 감정과 심리는 폴을 중심으로 뭉친다. 정리해보면, 로제는 사랑하는 폴에게 외로움을 안겨주고, 폴은 사랑하는 시몽에게 다시 그 외로움을 준다. 이렇게 소설에서는 사람이 품고 있는 근원적인 감정 두 가지, 외로움과 사랑에 대해서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결론을 말하면, 작가는 우리에게 그 모든 감정을 그저 받아드릴 것을 권한다. 다시 말해, 시몽과 폴이 헤어질 때 시몽이 그녀에게 선고한 ‘고독형’이라는 형벌은 폴이라는 한 사람을 향해 선고된 것이 아닌 것이다. 인간이라면 마땅히 느껴야할 ‘감미로운 고독’이니, 도망치거나 괴로워말고 받아드리라는 이야기다.
  
한편, 작가는 우리가 겪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서 굉장히 냉소적인 관점을 내비친다. 보통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사랑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사랑은 꼭 외롭기 위해서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주인공들을 고독한 상태로 밀어 넣는다. 소설의 결말 역시 폴이 외로움 속으로 돌아온 것으로 되어있다. 즉, 아무것도 해결된 것도, 혹은 변한 것도 없다.
  
첫머리에 제시한 에쿠니 가오리의 말 뒤에는 이런 말이 이어진다. ‘그런데도 그런 것을 하고 마는 많은 무모한 사람들에게’ 아마 그녀도 고독이 감미롭다는 사실을 알고 프랑수와즈 사강이 이 소설을 집필 하면서 나타내고자 한 마음을 품고 그런 글을 적었던 것이 아닐까.
/ 유혜승 (국어국문ㆍ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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