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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붉은 손가락’에 나타난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고발붉은 손가락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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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6.02  09:5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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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일본의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자신의 소설 작품을 통해 현실의 부조리함과 추악한 모습들을 생생히 전달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인물이다. <용의자 X의 헌신>에서는 노숙자 문제, <악의>에서는 학교 폭력, <호숫가 살인사건>에서는 가정 붕괴와 입시문제를 다루기도 했다. 이렇게 일본에서 사회 문제를 중점으로 다루는 소설들을 소위 ‘사회파 추리소설’이라고 한다. 사회파 추리소설에 나오는 문제들은 비단 일본만이 가지고 있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 또한 일본과 비슷하게 많은 문제점들을 지니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최근엔 10대 청소년들의 범죄가 크게 이슈화되고 있다. 얼마 전 화제가 된 ‘신촌 살인사건’을 필두로 ‘자신의 친구를 암매장한 사건’, ‘친구를 성매매 도구로 이용한 사건’ 등은 예전만 해도 크게 이슈화됐을 정도의 사건이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10대들의 범죄행위가 행해지는 지금, 우리에게 10대들의 범죄는 결코 생소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 모든 일들이 과연 10대 청소년들만의 잘못일까? 히가시노 게이고의 사회파 추리소설 ‘붉은 손가락’의 내용을 중심으로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조명하도록 하겠다. 

‘붉은 손가락’은 10대 청소년인 나오미의 범죄에서 출발한다. 가정에 소홀하고 가족관계에 있어 골치 아픈 일이 생기면 언제나 피하기만 하는 아버지 아키오, 무조건적으로 아들을 감싸주기만 하고 시부모님을 하찮게 생각하는 어머니 야에코.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자란 아들 나오미는 친구 하나 없이 항상 혼자 집에 틀어박혀 게임과 소녀가 나오는 애니메이션만 본다. 그러던 어느 날 나오미는 자신의 가방에 달린 슈퍼 프린세스 열쇠고리를 보고 따라온 9살 여자아이를 어떻게 해보려다 여의치 않자, 살해하고 모든 책임을 부모인 아키오와 아에코에 떠맡긴다. 이들은 아들과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 시체를 유기해 증거를 인멸하려 한다. 무엇이 나오미를 이런 추악한 범죄자로 만들었을까? 

아버지인 아키오는 가정에 무관심하고 아들에 대한 모든 일들을 아내에게만 떠넘기는 인물이다. 나오미가 왕따를 당했을 때조차 감싸주지는 못할망정 혼낸 고지식한 아버지이기도 하다. 게다가 어머니 아에코는 나오미가 어렸을 때부터 무조건적으로 감싸주기만 했다. 위의 두 가지 이유가 혼합돼 나오미의 파멸을 초래한 것이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또한 아버지의 가족에 대한 무관심과 아들을 ‘오냐오냐’하며 감싸주기만 하는 어머니의 모습, 그리고 그로 인해 삐뚤어지는 아이의 모습이 적지 않게 나타난다.
  아키오는 장남으로서 나중에는 부모님을 모실 것이라고 생각하는 평범한 아들이었다. 하지만 한순간의 싸움으로 아내와 어머니의 사이는 멀어졌고 아에코는 시부모님과의 단절을 선언한다. 그 후 아버지는 치매에 걸려 립스틱으로 화장을 하기도 하고, 똥, 오줌을 못 가려 어머니가 모든 수발을 다 들게 된다. 이에 문제의식을 느낀 아키오의 여동생 하루미가 복지원이나 병원에 아버지를 맡기려고 노력하지만, 사회의 그 어디에서도 받아주지 않는다. 이와 같은 경험은 지금의 아키오와 아에코를 만들었고 또 나오미를 만들었다.  

시체에 남아있던 흙과 잔디, 이취(異臭)나는 장갑 등을 필두로 수사망은 점점 아키오 가족에게 좁혀지고 서서히 그들의 숨통을 조여 온다. 더 이상 사실을 숨길 수 없던 아키오 부부는 새로운 범행을 만들어 내는 선택을 하게 된다. 바로 아들 나오미의 범행을 어머니이자 시어머니인 마사에에게 뒤집어씌우는 계획을 짠 것이다. 이들의 계획 속에는 어머니가 치매에 걸린 상태로 살해를 저질렀으므로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자신들은 피해자로 보일 거라는 영악한 계산이 숨어있었다. 정신적으로 장애를 가진 사람이 범행을 저지르면 상대적으로 약하게 처벌받는 법의 허점과 자신들만 안전하다면 부모가 어떻게 돼도 상관없다는 이기주의...... 어쩌면 이게 지금 우리 사회의 현실일지도 모른다.

아키오와 야에코는 계획대로 형사를 불러들여 치매에 걸린 어머니에게 살인사건을 뒤집어씌운다. 결국, 형사들에 의해 끌러가던 어머니가 교도소에 가져가려던 자신의 보물인 아키오의 어렸을 적 모습이 담긴 가족 앨범과 어머니의 지팡이에 걸려 있던 아키오가 초등학교 때 만들어준 명패를 보며 아키오는 그 자리에 힘없이 주저앉아 버린다. 자신의 잘못을 깨달음으로 인해 그동안 억눌러 왔던 마음의 방파제가 무너져 내린 것이다. 이내 립스틱이 잔뜩 칠해진 어머니의 ‘붉은 손가락’이 만들어낸 그 손짓이 마지막까지 아들에게 참회의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사실과 어머니가 자신에게 따뜻하게 손 내밀어주는 이 하나 없는 가정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매에 걸린 척, 위장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아키오는 눈물의 절규를 하게 된다. 뒤이어 배신감으로 고통받은 어머니의 마음과 몸이 분노와 슬픔 그리고 비참함이 섞여 가늘게 떨리는 모습으로 수사는 종결된다.

가정에 대해 무관심한 아버지와 시어머니를 무시하고 아들을 감싸주기만 하는 어머니의 크고 작은 행동들이 쌓여 파탄 나버린 가정, 이것은 결코 우리에게 남의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붉은 손가락’을 통해 단순한 추리소설을 넘어서 10대의 범죄, 가족 간의 불화, 고령화 사회 등 현대 사회의 문제점들을 하나로 엮어 우리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소설의 마지막에서 히가시노 게이고는 나오미의 입을 통해 독자에게 마지막 비수를 던진다. “······아빠랑 엄마가 나쁜 새끼야”

우리는 누구를 탓해야 할까? 아빠? 엄마? 국가? 누군가를 탓하기 전에 자신부터 돌아봐야 할 것이다.
/이용희(국어국문ㆍ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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