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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실재 세계에 직면할 준비돼 있는가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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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8.25  17: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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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슬라보예 지젝, 그는 가장 대중적인 철학자 중 하나로 손꼽힌다. 필자는 철학 서적이 아닌 2011년 10월 ‘점령하라’ 시위 중 맨해튼의 한 공원에서 연설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통해 저자를 알게 됐다. 그는 우리가 알고 있는 고리타분한 철학자의 이미지와 달리 현실정치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슬로베니아의 대통령 선거에도 출마한 대외적 활동이 활발한 철학자다. 
  
「실재의 사막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는 9.11테러에서 우리가 읽어내야 할 ‘진짜 현실’에 대해 말해 준다. 단지 9.11테러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정말로 그러한지 질문을 던지고, 보이지 않는 이면을 들춰낸다.「실재의 사막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말은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레오가 ‘진짜 현실’에 눈을 뜨는데, 그가 본 진짜 현실은 세계 전쟁 이후 폐허가 된 시카고의 모습이었다. 이때, 저항군 지도자는 모피어스는 그에게 아이러니한 인사를 건넨다. “실재의 사막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책의 주 예시인 9.11일 테러에서 내가 받은 인상은 신문에 도배된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는 모습이었다. 그때 미디어는 또 하나의 폭격처럼 일제히 그 장면만 되풀이해 방송하며 희생자 가족들의 감정을 자극해 끔찍했던 기억을 계속해서 회상시켰다. 그 당시 상황에서는 극단적으로 선과 악이 또렷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선과 악에 대한 이분법적인 인상뿐이지, 나에게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미국에서 일어난 일이고, 주변 사람 중에 그 일과 연관이 있는 사람은 없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아주 작은 연관성이라도 있는 사람에게는 달랐다. 지젝의 주장처럼 어떠한 장면 하나가 우리 삶에 들어와 현실을 뒤바꾼 것이다. 이에 대해 많은 이들이 공감할 것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사람이 생사를 오고 갈 때, 주마등처럼 자신이 살아왔던 삶이 빠르게 지나간다고들 한다. 그러나 지나온 인생은 순차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다만 한 장의 사진처럼 몇몇 장면만이 선명할 뿐이다. 몇몇 강렬한 인상이 만들어 내는 필자의 추억은 어쩌면 실제와 다를지도 모른다. 일기로 세세한 기록을 남겼다고 한들, 어찌 살아온 모든 이야기를 복제하고 떠올릴 수 있겠는가. 사회도 마찬가지다. 한 사람의 시각이 뒤틀린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보는 현실은 실제와 다를 수 있다.
  
우리가 9.11 테러를 통해 봐야 할 ‘실재’의 사회는 자본주의 체제가 가진 과잉이 스스로를 파괴하는 현실이다. 중요한 것은 시스템, 즉 자본주의가 문제라고 외치고 싶다. 그리고 그 말들은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일례로 2011년 금융권에서 일어난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하기 하루 전날 벌어진 임직원과 주요 상위 고객의 불법 인출 사태가 일어났었다. 이를 통해 개인의 재산을 최대한도로 보호한다는 자유민주주의의 원칙이 소시민과는 관련 없으며, 공공의 세금이 자본가의 쌈짓돈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하지만 우리는 그 문제를 금융제도의 사소한 관리 소홀로 넘어가고 자본주의의 원천적 결함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시스템 자체의 문제인 것을 외면한 채 눈을 가리고 철로에 엎드리면, 달려오는 기차도 사라질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우리 사회속에서 발생하고 있는 여러 현상을 무한정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만 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 자본주의의 거대 축으로 여겨지는 미국이 테러를 받았고, 이에 미국은 당연하단 듯이 악의 축을 만들어 규정했다. 이에 우리는 아무런 거부감 없이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제는 무조건적인 수용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어야 할 때가 온 것이고, 실제로 여기저기서 자본주의의 위기에 대해 떠들어대고 있는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린 무엇부터 준비를 해야 할 것인가? 지젝은 ‘진짜’ 해결책은 어디에도 없다고 말한다. 그럼 우리는 그냥 앉아서 자본주의의 파국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인가.
  
이에 대해 필자는 다양하고 새로운 활동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사회적인 연대나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지금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사유하는 것이다. 어쩌면 몽상가적이고, 쓸모없는 일이라 생각될지도 모른다. 쓰라리지만 지금 우린 실재가 어떻든 현실이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즉, 우리는 '실재의 세계'에 직면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실재의 사막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는 핵심적으로 9·11테러라는 사건 너머 직시해야 할 세계화 자본주의와 미국 패권주의의 폐해를 지적하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지젝만의 문체는 그의 고뇌와 만나고자 한 노력을 어렵게 만들었다. 몇 번이나 전 페이지를 돌려보고, 쉽게 읽히지 않아 그의 인터뷰를 찾아 읽어가며 이해하고자 했다. 비록 아직 명확한 답을 찾아내지도, 그가 독자로 하여금 무엇을 이끌어내려 하는지 명확히 알지 못했다. 그러나 절실히 깨달은 것 하나는 그것이 어떤 것이든 간에 ‘실재에 대한 열망’이 궁극적으로는 실재와의 대면을 피하려는 거짓 열정이 되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당신은 안전하지만 통제되는 현재의 삶에서, 한 걸음 밖으로 빠져나올 용기가 있는가? 아니면 자본주의 매트릭스의 안온한 삶에 머물면서 살아가겠는가?' 지젝의 물음에 호기심이 생긴다면, 이 책이 다양한 예시를 통해 실재의 사막을 보여줄 것이라 믿는다. 이 책을 읽기 전 내용을 유추할 수 있는 글귀를 소개한다. "자유라는 용어는 그 자체로 우리의 내밀한 부자유를 은폐하고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세상의 가치는 모두 모사된 것에 불과하다. 자유란 무엇인가? 우리는 이 차를 살 것이냐, 다른 차를 선택할 것인가라는 그 정도의 자유밖에 없다. 이것은 모사된 자유일 뿐이다. - 장 보드리야르"
  
진실에 다가설 필요를 느낀다면, 조금은 충격적일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은 좋은 시도가 될 것 같다.

/ 한서희(경제ㆍ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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