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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기가 시작된 지도 벌써 한 달 남짓한 시간이 흘렀다. 이제 학생들 모두 학교생활에 익숙해져 나름대로의 대학생활을 설계하고
있을 때이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익숙해지지 않는 문제가 있다. 바로 등록금 인상이다.
현재 전국의 대학에서는 등록금 인상안에 대해 크고 작은 잡음이 일고 있다. 우리학교에서도 또한 등록금 인상 반대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학생회는 입학식날 일반학우들에게 등록금 인상의 부당성에 대해 알렸고, 이는 올해 우리학교 등록금 투쟁의 시발점이 됐다. 계속해서
등록금 납부 연기와 현물납부 등 본격적인 등록금 투쟁이 펼쳐지고 있다.
등록금 투쟁은 비단 어제오늘 일만이 아니다. 매년 이맘때면 어김없이 등록금 투쟁이 펼쳐져 이제는 대학의 연례행사가 돼버린지
오래다. 해마다 등록금 인상을 놓고 펼쳐지는 대학과 학생회 간의 줄다리기…. 그렇다면 등록금 투쟁은 과연 언제부터 계속돼 온 것일까?
등록금 투쟁이 활발해진 시기는 1990년대 초반부터이다. 그 이전에도 물론 투쟁은 있어왔지만 그 당시 우리나라 현실에서
학생들의 관심은 정치, 사회적인 문제로 집중됐기 때문에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89년 등록금 자율화 조치 이후 사립대학의 등록금이
매년 엄청난 규모로 인상돼 학생과 학부모의 반발이 심해지면서 등록금 투쟁의 불이 붙기 시작했다. 이는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가 발족되고 나서
관심의 대상을 등록금 문제로 돌린 후 추진한 학원자주화운동으로 나타났다. 87년 이후 대 사회적 투쟁에 역점을 뒀던 학생운동의 흐름 속에서
학원자주화운동은 당시 비판의 대상이었던 정권과 동일선상에 대학본부를 놓고 등록금 투쟁 등을 벌여나갔다.
90년대 대표적인 투쟁방법은 궐기대회, 가두행진, 단식투쟁, 동맹휴업 등이었는데 각 학교 간의 연계와 학생들의 참여가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국가의 공권력 투입으로 인해 의로운 투쟁을 하던 힘없는 학생들의 가슴아픈 희생도 많았다. 새천년을 맞으며 이전과는 다른
양상의 투쟁 방법이 나타나고 있어 흥미를 끈다. 과거 가두행진이나 과격한 집회 등 획일화된 투쟁은 줄어들고, 차별화 된 개성과 다양한 투쟁으로
모습이 변화해 가고 있는 것이다.
이화여대는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이 여대생으로서는 보기 드문 삭발식을 거행해 학생회의 굳은 결의를 보여줬고, 고려대와
연세대는 등록금의 민주납부를 실시했다. 그리고 학생들의 참여와 관심을 이끌기 위해 학내에 ‘등록금 인상 반대’라고 쓴 애드벌룬을 띄우기도 했다.
또한 서강대는 학교 본관 앞에서 학생들 각자가 500원을 내고 구입한 벽돌에 하고싶은 말을 써서 탑을 쌓는 학생 개개인의 노력과 의지를 나타내기
위한 행사를 진행했다. 특히 경희대는 작년 3월2일 입학식 집회 때 클래식 연주, 힙합과 랩을 이용해 등록금 인상 반대 구호를 외치는 등
이색적인 행사를 진행해 신입생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었다.
또 다른 투쟁의 방법으로 동의대, 강남대 등 일부 학교는 등록금을 돼지, 오리, 냉장고, 텔레비전 등의 현물로 납부하거나 전액
동전으로 납부해 학교당국의 업무를 마비시키는 방법으로 항의의 뜻을 보였다. 이밖에 서울시립대생 김건형씨는 본관점거가 몇몇 학생의 징계로 끝나자
학교와 총학생회에 실망해 “학교가 학생들을 인격체로 보지 않는다면 차라리 학교를 네발로 기어다니는 개가 되겠습니다”라며 지난 10월 학생회관에서
본관까지 기어다니는 자칭‘호랑이걸음’시위를 펼치며 저항했다. 그와 동시에 ‘오뚝이’란 이름으로 윗몸일으키기를 하며 몸무게 10㎏을 빼는 ‘등록금
다이어트’도 함께 진행해 개인적인 투쟁에 나섰다.
인터넷 또한 투쟁의 한 방법으로 이용되고 있다. 요즘의 N세대에게는 현실공간보다 사이버공간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본관 점거 투쟁을 진행했던 연세대에서는 인터넷 게시판과 e메일을 통해 학생회 사업을 알렸고, 많은 학교에서 그러한 방법으로 등록금 인상의
부당성을 알리고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이렇게 인터넷을 이용한 사이버 상의 등록금 투쟁은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더욱 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또한 전자우편 서비스의 한가지로 관심이 있는 특정 주제에 메일 어드레스를 등록해 놓으면
그 정보에 대해 전자우편을 보내주는 메일링리스트도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대학생들은 예전과 달리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문제들에 대해 둔감한
경우가 많다. 등록금 투쟁만 하더라도 무작정 학생운동이라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며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기 일쑤다. 이렇게 점점 개인주의화돼 가는
현실에서 학생들의 호응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다양한 투쟁 방법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집단보다 개인과 개성을 중시한 예년과 다른 투쟁
방법은 학생들로부터 큰 지지를 얻기 시작했다. 이를 발판으로 삼아 학생들은 부당한 일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그것을 개선시켜 나가려는
참여의식을 길러야 할 것이다.
/ 고진선 기자 dimple6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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