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따 진작에 좀 그럴 것이지. 존 일 허고 나서 욕본다는 생각은 허덜 마쇼잉. 영 찜찜헝게”

  ‘학관식당 무료 이용, 책값 50% 지원, 정문 재정비, 중앙도서관 건축, 공간문제 적극 해결…’이라는 내용의 공문이 학교 홈페이지에 올랐음은 물론 집집마다 우편으로 배달됐다. 그것도 부족해 아침부터 일일이 전화를 해댔다. 안 그래도 머릿속이 복잡하시다며 머리를 싸매고 누우셨던 엄마의 흥분된 목소리를 들으며 우리 엄마들도 등록금 협의회에 참석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고는 속으로 박수를 쳤다.

  ‘작지만 위대한 학교’. 몸집은 작은데 위는 어찌나 큰지. 먹어도 먹어도 살은 붙지 않는다. 또 먹은 건 다 어디로 가는지. 20xx년 4월, 학교는 봄을 느끼기엔 그 어느 때보다도 추웠다. 3차 추가등록 기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학생 등록율은 50%도 넘지 못했으니 말이다. 교육부에선 또 가드라인만 정해놓고는 무조건 따르란다. 교육재정 6% 운운하더니만 지방 사립대는 신세 참 웃겨졌다.

  그런 식으로 하니 사립대가 말을 들어먹나? 정권이 바뀌었는데 끈질기게도 안 변한다. 높으신 양반들이 진지 잡수시고 하시는 짓들이 다 그렇지. ‘학생이 봉이냐’, ‘이유없는 등록금 인상, 이유있는 등록금 투쟁’…. 유난히도 많은 대자보와 플래카드가 걸려있었다. 나름대로 학생회에선 중앙관에 닭이랑 오리랑 돼지도 풀었다. 좀 오래돼 보이는 가구를 들고 와 골동품이라며 고가를 매겨 현물납부도 했다. “돈 없어서 머리카락 잘라 냅니다”, “등록금 대신 절 가지세요”, “돈 대신 1년간 학교청소 할게요”하는 학우들도 있었다. 나름대로 총장실도 점거했다. 그러나 별다른 소용없었다. 학교측에선 ‘좀 심한 것 같은데 저러다 말겠지’ 싶었나 보다. 아마 때가 됐는데 조용하면 허전하다고 생각할테지.

  그렇다면 등록금 투쟁의 성공인가? 그건 또 아니다. 씁쓸하다. 비록 적극적으로 참여하진 않았지만 내심 투쟁이 성공해주길 바라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허나 어김없이 현실은 비뚤어졌다. 등록율이 50%도 넘지 못한 것도 의식있는 학우들이 투쟁을 한 것보다 진짜로 돈이 없어서 못 낸 학우들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렇다. 덕분에 우리엄마가 머리 싸매고 누우셨지만. 그리고 난 집안에서 말도 못하는 죄인이 됐지만. 재단이 그리도 야무지게 지켜왔던 이월적립금을 내놓는단다. 진작 좀 그러지.

  학생복지며 교육환경이며 장학금확충이며 알아서 했어야할 부분을 일일이 일러줘야 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되는데 일러줘도 재단은 그간 못본 척 못들은 척 해왔었다. 아마 이 순간에도 이월적립금을 풀고 싶지는 않을 게다. 재단이 무슨 구두쇠 영감 ‘스크루지’ 같다. 아끼고 아껴 무엇에 쓰려고 그러나. 학교가 망한 다음에 그 많은 돈이 다 무슨 소용이라고. 그들이 내건 1천억원의 약속이 하마터면 1천년의 약속이 될 뻔했다. 당분간 괜찮아 보이기는 했겠지.

  하여간 우리학교 재단 강한 도전정신 하난 끝내주게 기가 막히다. “뭐라고 하는 거야?”, “설마 이젠 엄마들도 갖고 놀라고 들까. 한번만 믿어주자”, “웃기지?” 벌써 친구녀석들로부터 세번째 전화가 왔다. 그들도 나처럼 겉으로는 될 대로 되라는 식이었지만 내심 두려워하고 있었을 게다. 솔직히 난 앞날이 깜깜했다. 동결된 등록금을 내고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 텔레토비 동산이랑 다비드랑 다 그대로다. 그리고 우리 학교도 아직까지는 그대로다. 계속 그대로였으면 좋겠다. 물론 재단 전입금만으로 혼자 알아서 커나가면 더 좋고.

/ 홍경희 기자 han-ho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