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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년 3월8일. 공황에 의한 경기침체로 생활고에 허덕이던 미국 섬유공장 여성 노동자들이 미국 뉴욕의 루저스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1만5천여명의 여성 노동자들은 노동시간 단축, 임금인상, 아동 노동의 금지를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다. 이후 93년간 우리는 이날을
기념해 오고 있다. 올해로 93주년을 맞는 세계여성의 날에 우리 여성들은 연대를 꿈꾸며 다시 거리로 나왔다. 이전의, 그이전의 우리의 할머니·
어머니의 피나는 투쟁의 길을 다시 이어가고 있는 여성들…. 지금 이 땅에서 여성의 모습은 어떠한지 되짚어본다.
- 여성복지 -
우리나라의 여성복지정책은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나 장애인을 돌보는 여성에 대한 각종 지원, 여성장애인과 여성노인에 대한 서비스
제공, 그리고 모자가정 지원금에 가사준비비 추가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것은 가족 내에서의 여성수발과 보호노동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여성복지서비스 대상을 대폭 확대하려는 시도여서 여성정책의 중요한 진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상황에서 그 실행 정도가 매우 미흡하며,
여성을 가족성원 보호·수발하는 존재로만 보는 사회의 가부장적 시각을 고착시킬 염려가 있다. 따라서 남아선호의 악습을 재생산하는 호주제 폐지가
적극시행 돼야 하며 여성노동관련법 개정으로 모성보호 사회분담화를 조속히 이뤄내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미혼모나 가출 청소년에 대한 지원도 뒷받침 돼야할 것이며 성매매 여성에 대한 근본적인 사회적 문제점도 해결해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보육시설의 80% 이상이 여전히 민간보육시설이고, 탁아시설을 필요로 하는 아동의 62%만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모성보호 사회분담화의 미비를 개선하기 위한 노동관련법의 개정이 시급하다.
- 여성인권 -
여성 폭력이나 인권과 관련해 직장내 성희롱 관련법과 제도적 틀을 마련하고 급진적이지는 않지만 꾸준한 예산증액, 사법처리
담당자에 대한 교육실시 그리고 여성폭력 전담 경찰제도 도입 등을 통해, 나름대로 많은 개선이 이뤄졌다. 또한 이러한 성차별 금지법에 대한 언론
보도와 홍보의 효과로 인해 성폭력이나 가정폭력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졌으며 국민의 인식도 상당히 개선됐다. 하지만 성폭력 정책이 분산돼
이뤄지는 바람에 즉각적인 접근과 대응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여성에 대한 폭력이나 인권문제를 구조적인 차원에서 파악하는 면이 적어 여전히
인권문제로의 접근이 여려운 실정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여성인권과 여성 폭력에 대한 대처는 국제적 기준에서 봤을 때 미흡한 점이 많으며, 가정폭력과 성폭력 외에 여성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여아 성별 감별로 인한 낙태, 성매매 여성에 대한 인권침해, 외국인 여성 노동자 인권문제 등은 그 심각성에 비해 사회적
인식의 폭도 좁고, 정책적 대응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앞으로 친고죄 폐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성폭력예방교육 실시 의무화 등을 위해
‘성폭력 특별법’을 개정해야 한다. 또한 반인권적인 성매매가 우리사회에 만연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성매매를 근절하고 피해 여성들을
구제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돼 있지 않는 상태이다. 따라서 성매매 방지, 인신 매매 근절 및 중간착취 구조 단속, 향락산업 규제, 음란 성문화
규제를 위해 ‘성매매 방지법’이 제정돼야 할 것이다.
- 여성노동 -
모성보호 사회분담화 축소, 남녀고용평등법 미비,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등의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여성노동자의
고용안정과 관련해 여성계의 강한 반대속에 98년 제정된 파견법은 파견노동자를 위한 보호대책으로 거의 기능하지 못하고 있으며,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보호방안 또한 부진한 상태이다. 또한 학습지 교사, 골프 경기보조원 등 특수고용상태의 여성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등 여성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정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또한 여성노동관련법(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법)을 조속히 개정해 모성보호 사회분담화가 입법화 돼야 할 것이다. 모성보호 비용의
사회적 분담은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게 책임과 권리를 나누는 기본적인 조건이라 할 수 있다. 현재와 같이 모성보호 비용이 개인에게 전가돼 있는
상황에서는 여성들이 평생 직장을 가질 수도, 여성노동력의 질 향상도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여성우선해고와 비정규직에 시달리고 있는 여성들의
최소한의 일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여성노동관련법의 개정은 필수적인 것이다.
아직도 많은 여성들은 불평등, 억압, 착취에 시달리며 살아가고 있다. 이전의, 그 이전의 할머니, 어머니의 투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90여 년 전의 그네들의 피맺힌 투쟁을 생각하며 여성들은 다시 거리로 나왔다. 여성들을 향한 세상의 편리한 시각을 곧이 세우고
여·남이 평등한 세상을 위해서 말이다.
/ 김진희 기자 81pinklad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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