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흔히 지금의 시대를 탈정치, 또는 탈이데올로기의 시대라고 한다. 현대사회는 다양한 패러다임으로 구성돼 있고, 사람들은 그 일원으로서 충실히 살아가면 이 사회는 별 무리없이 구성된다고 한다. 다분히 자유주의적인 생각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 역시 정치에는 별 관심이 없다. 꾸미고, 먹고, 즐기는 것이 바로 우리들 생활의 중심이 되고 있다. 정말 포스트 모던의 시대가 온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정말 그런 것일까? 이 시대에는 정치도 이데올로기도 필요하지 않을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우리가 국가의 기능과 사회의 기능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처럼,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정치와 이데올로기는 깊숙히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단지 우리가 외면을 하고 있거나, 민중들을 탈정치화 시키려는 지배이데올로기에 찌들어 있을 뿐이다.

  얼마전 일어났던 한총련 사건을 다시 뒤돌아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한총련의 정당성을 논하기 이전에 그 엄청난 공권력의 행사에 우리는 눈을 뜨고도 못 본 척했다. 그 사이 우리학교의 학생이 5명이나 구속, 또는 구속 직전의 상황까지 갔다. 이후의 상황은 어떠한가? 학복위에서 주관하는 토익, 토플 강좌는 불법자금 유출이라는 미명 아래 폐강됐으며, 경찰은 김영삼 정권의 막강한 지원에 힙입어 학교, 성당, 사찰 등 가릴 것 없이 마구잡이로 총기를 들이대고 있다.

  우리가 보수언론의 농간에 놀아나 공권력에 박수를 보내는 순간, 어느새 우리사회는 70년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한총련 사건이 계속되던 그 순간에 국회의장이라는 사람이 “개헌을 해서라도 대통령4년 중임제를 해야되지 않겠는갚 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 속에는 무슨 의미가 숨겨져  있는 것일까? 우리는 80년과 87년 유혈항쟁을 겪으면서 민주화를 이뤄냈다. 그 피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세상을 똑바로 봐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탈정치화가 아닌 탈정권화를 위해서 우리생활 속의 정치로 돌아가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바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진정한 한림인의 모습이 아닐까.

/ 박형순 (사회학과·4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