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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두배 즐기기] 자연과 재즈의 만남 '자라섬 국제 재즈페스티벌'
장선호 기자  |  rsefaq3133@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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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11.03  13:3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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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에는 부산국제영화제를 가고 싶었다. 꼭 봐야 할 영화, 직접 마주하고 싶은 감독이나 배우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흥청대는 축제의 분위기도 즐기고 영화도 보면서 약간의 문화적 허영심도 달래고 싶었다. 하지만 강의와 과제에 치여 살다보니 티켓 예매 시기도 놓치고, 현장에서 판매되는 티켓을 기대하고 무작정 떠나기에는 용기가 턱없이 부족했다. 부산에는 아무런 연고도 없지 않은가.
  
그러던 차에 경춘선 통학 열차에서 ‘자라섬 국제 재즈페스티벌’ 광고를 보게 됐다. ‘재즈’는 무척이나 생소했지만 가슴 깊은 곳에서 끌어 오르는 문화적 욕구 불만을 잠재우기에는 더 없이 좋아보였다. 지난 금요일 늦은 오후, 발걸음은 저절로 자라섬으로 향하고 있었다. 가평역을 나오자마자 역 주위는 재즈 페스티벌 분위기가 한껏 느껴질 정도였다. 한 눈에 봐도 재즈 페스티벌을 찾아온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 무리에 섞여 육지와 자라섬을 연결하는 둑을 걸어가자 자라섬 중도 잔디광장에 마련된 페스티벌의 주무대 ‘JAZZ ISLAND’에 들어섰다. 이미 잔디광장에는 페스티벌을 즐기려는 많은 사람들이 만반의 준비로 공연을 기다리고 있었다. 간이의자와 돗자리, 담요는 기본이고, 재즈와 함께 즐길 와인과 치즈, 맥주와 피자, 치킨, 그리고 칵테일까지. 몸 하나 달랑 온 나는 마치 불청객처럼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그래도 무대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금요일 오후 5시, 작년 자라섬 국제재즈콩쿨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이주미 퀄텟’(Quartet, 4인조)이 첫 번째 무대를 장식했다. 기대로 부풀었던 내 가슴도 다시 뛰기 시작했다. 보컬 이주미의 고혹적인 목소리와 스캣(Scat, 보컬이 가사 없이 ‘다다다다’ 거리며 부르는 부분)은 붉은 석양과 어우러져 더욱더 몽환적으로 느껴졌다. 이에 비해 피아니스트의 퍼포먼스는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단 한 시간의 공연에 나는 이미 재즈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주위에 어둠이 내려 무대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때, 두 번째 공연팀이 등장했다.  LA 출신의 트리오(Trio) ‘타이저’와 뉴욕 출신의 기타리스트 ‘치엘리 미누치’의 협연이었다. 이주미 퀄텟이 피아노와 더블베이스에 의존한 클래식한 재즈를 선보였다면, ‘타이저’는 키보드와 일렉트로닉 기타로 화려하고 강렬한 사운드를 선사했다. 특히 일렉트로닉 기타와 어쿠스틱 기타를 번갈아가며 연주한 치엘리 미누치는 서로 다른 두 기타의 음색을 다른 세션들과 잘 조화시켜 관객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어느 새 예정된 한 시간이 또 흘렀다.
  
두 번째 공연 후에 간단한 개막식이 열렸고 불꽃놀이가 이어졌다. 형형색색의 불꽃이 광장  바로 위에서 터져 나오는데, 마치 밤하늘의 별똥별이 내 위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짧지만 화려했던 불꽃놀이에 취해 있는 순간 백발의 노신사가 무대 중앙에 마련된 그랜드 피아노로 뛰어나왔다. 몬티 알렉산더의 솔로 피아노 공연이 시작됐다. 때로는 감미롭게 때로는 화려하게 다양한 재즈곡들로 분위기 반전을 거듭했다. 마지막엔 그의 아내가 깜짝 등장해 재즈곡을 부르는데 그녀의 음색과 자태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자라섬 재즈 페스티발은 잔디광장 주변에서 새벽 2시까지 계속된다. 하지만 나는 밤 10시부터 자정까지 예정된 ‘Midnight Jazz Cafe’ 공연을 보기 위해 가평 읍내로 자리를 옮겼다.  ‘Midnight Jazz Cafe’는 재즈 페스티벌 기간 동안 가평에 있는 세 곳의 카페를 장소만 빌려 지정된 팀이 공연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재즈의 참 맛은 어수선한 실외보다는 실내에서, 그것도 자욱한 담배 연기와 버번콕 한잔을 곁들일 때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들어선 공연장은 7080분위기의 소박한 카페였다. 처음에 실망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막상 공연이 시작되자 담배 연기가 없어도, 버번콕이 없어도 나는 재즈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프로미넌트’ 퀄텟은 스윙과 라틴, 펑키 등 다채로운 분위기의 재즈곡들을 선사했다. 보컬의 노래도 좋았지만 여성 드러머의 퍼포먼스는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짐 스나이데로와 마틴 젠커의 색소폰과 더블베이스 듀오 공연은 한마디로 굉장했는데, 부드럽지만 강렬한 색소폰과 중후한 더블베이스는 가뜩이나 아담한 카페를 완전히 압도했다. 피아노도 좋고, 드럼도 좋고, 일렉트로닉도 좋고, 또 보컬도 좋지만, 역시 재즈에서 색소폰이 빠질 수 없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소파에 몸을 파묻고 색소폰 연주에 빠져있는 동안 시간은 어느새 자정을 넘어섰다.  
  
더 즐기고 싶었다. 당장이라도 자라섬으로 돌아가 새벽 2시 마지막 무대까지 함께 하고 싶었다. 하지만 허술한 준비에 더 이상 새벽 강바람을 견뎌낼 자신은 없었다. 북한강과 자라섬의 화려한 조명을 뒤로하고 일상으로 되돌아가는 길. 눈과 귀는 재즈와 멀어지고 있었지만, 마음은 여전히 재즈에 취해 있었다. 내년엔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이 10주년을 맞는다고 한다. 벌써부터 2013년 10월이 기다려진다.

/ 글∙사진 장선호 기자 rsefaq3133@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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