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문화
공지천에서 막바지 가을의 향기를 느끼다.
장선호 기자  |  rsefaq3133@hallym.ac.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2.12.03  19:13:17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시간이 빠르다고는 하지만 이번 학기는 더 빠르게만 느껴진다. 어느덧 가을의 끝자락이자 겨울 초읽기가 시작됐다. 아침에 내린 서리와 몸으로 느껴지는 추위는 성큼 다가온 겨울을 느끼게 하지만, 거리 곳곳엔 낙엽들로 가을의 마지막 아름다움이 한창이다. 떨어진 낙엽만큼 우울하고 고독한 마음에 어느 것 하나 즐겁지 않다. 이럴 땐 고향으로 내려가 부모님과 친구들의 위로를 받고 싶지만 모든 걸 접어놓고 떠날 용기도 없을뿐더러 스스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에 자존심만 상한다. 이러한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달콤한 초콜릿도 먹어 보고, 영화도 보고, 종일 잠이라도 청해 보지만 쉽게 잠들지도 못한다. 매서운 바람에 정신이라도 차려볼까? 옷장 깊은 곳에서 겨울옷을 꺼내 무작정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춘천 하면 무조건 떠오르는 이곳은 공지천. 2009년 춘천에 처음 왔을 당시, 공지천은 그저 사람 많고 학교와 가까운 관광명소라 생각했다. 하지만 학교와 가깝다 보니 친구 또는 혼자 가는 날이 잦아졌고 어느 순간부터는 혼자 오는 날이 대부분이다. 3년이 흐른 지금 이곳은 내게 안식처이자 혼자만의 고민들을 묻고 가는 나만의 시크릿 가든 같은 곳으로 자리매김했다. 시원하게 펼쳐진 개천과 곧게 뻗은 산책로, 형형색색 다양한 종류의 꽃은 사시사철, 낮과 밤 구분 없이 찾아오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봄에는 함박눈처럼 날리는 연분홍빛의 벚꽃이, 여름엔 푸르게 우거진 나무와 시원한 그늘이 마음 깊은 곳까지 어루만져준다. 공지천은 가을에 더욱더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마치 고독한 마음을 알고 위로라도 해주듯 바람에 나뭇잎이 하염없이 떨어졌다. 낙엽을 맞으며 산책로를 걷는 내내 수많은 생각과 몰려오는 서러움에 쉽사리 발걸음을 옮길 수 없었지만 시원하게 뻥 뚫린 개천을 바라보며 낙엽 위를 걷다 보니 어느덧 고독함은 사라진 듯했다. 이 맛에 아침이고 저녁이고 공지천을 찾는 가 보다. 공지천을 방문한 모든 사람들이 나와 같은 마음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땅을 보며 낙엽을 하염없이 밟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강렬한 햇빛이 노랗게 물든 은행잎과 벚나무 낙엽에 스며들어 마치 황금을 연상케 한다. 그 나뭇잎들을 보면 감탄사는 물론 떨어진 낙엽과는 또 다른 매력에 빠지게 된다.

어느 정도 걸었을까 산책로의 끝에 다다랐다. 산책로의 끝에는 나무로 된 계단이 있는데 계단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춘천 MBC가 나온다. 그곳에는 전망 좋은 갤러리카페가 있다. 한번 가보고 싶었지만 당초에 가고자 했던 다른 카페가 있어 다음을 기약하며 춘천어린이회관 쪽으로 향했다. 지금도 어린이회관으로 왜 갔는지는 모르겠다. 공지천의 곧게 뻗은 산책로와는 다른 묘한 숲의 이끌림에 간 것이라 표현해도 될 것 같다. 동화 속에서 등장하는 작은 숲길 같은 이곳은 뻥 뚫린 공지천의 거리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또 군데군데 세워있는 조각상들과 다양한 모양으로 손질된 나무들이 있어 숲의 귀여움과 아늑함을 더해주었다.

어느덧 공지천에서의 시간이 흘러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맑은 가을 하늘의 석양은 단풍과도 같이 붉게 물들어 개천에 비치는 그 모습이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다시 발길을 돌려 공지천으로 되돌아갔다. 쌀쌀해진 날씨 덕분인지 따뜻한 커피 한 잔이 절실하게 생각났다. 공지천의 입구에는 ‘이디오피아’라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카페가 있다. 이곳은 한국 최초의 원두커피 전문점으로 1968년 개관을 해 44년이라는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에티오피아는 6.25전쟁 당시 UN 참전국의 일원으로 참전하게 되었다. 당시 하일레 슬라세 1세 황제는 힘없는 한국을 돕기 위해 일반 군대가 아닌 자신의 황제 근위병을 파병하였다고 한다. 그런 하일레 슬라세 황제와 에티오피아에 감사한 마음으로 최초 창립자인 조용이, 김옥희 부부는 경상도에서 춘천까지 올라와 이곳 공지천에 개관했다. 황제의 근위병이 참전했던 곳이 춘천, 화천, 양구였기 때문이다.

하일레 스랄세 황제에게 개관 소식을 알렸고 그가 이곳에 보낸 첫 선물이 바로 ‘커피’라고 한다. 커피에는 다양한 의미가 있는데 황제는 ‘화합’의 뜻으로 커피를 보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커피를 만드는 과정에서 알 수 있다. 한 잔의 커피가 나오기까지 분해와 열의 변화를 거쳐 마지막엔 화합으로 커피가 탄생한다고 한다. 그만큼 황제는 에티오피아와 우리나라의 화합을 바라던 것이다. 그 뒤로 이곳에서는 지금까지 직접 생두를 볶아가며 커피를 만든다. 오래된 역사만큼 단골이 많고 내부 인테리어 역시 에티오피아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창가에 앉아 공지천의 풍경을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의 맛은 물론, 마음까지도 따뜻함과 감사함으로 가득 차는 느낌이었다. 카페에서 나오니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 기념관’이 눈에 띄었다. 평소 왜 이곳에 저런 기념관이 있을까 싶었는데 커피 한 잔에 그 궁금증이 해결됐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공지천의 야경이 나를 붙잡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충분히 우울하고 고독한 마음을 위로받고 또 하나의 말할 수 없는 고민을 묻었다. 졸업을 하면 춘천을 떠나 새로운 환경으로 갈지, 아니면 춘천에 남아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도 이곳 공지천은 나만의 시크릿 가든으로 남아있을 것이고 언제나 생각날 것 같다. 지금의 걱정과 고민들을 회피하고 훌훌 털어놓고 싶지만 이 모든 것들을 쉽게 버리지 못하고 묻는 이유는 언젠간 지금의 모습이 또 하나의 젊은 시절의 추억이 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인기기사
1
[보도] 학우들 마음속 ‘그림’으로 남은 대동제
2
[보도] 대동제, 이색 프로그램ㆍ부스로 열기 후끈!
3
[보도] 모두가 즐긴 축제, 쓰레기 처리 등 빈틈도
4
[보도] 개교 40주년, “이젠 자신감으로 100년의 도약을”
5
[보도] 함께 뛰며 하나되는 ‘한림 어울림 한마당’
6
[보도] 군 공백기 최소화, 이러닝 학점 취득
7
[보도] 학생·교직원·주민 한마음 산행 “개교 40주년 축하해요”
8
[보도] 다채로운 체험이 있는 박물관으로 오세요~
9
[보도] 빅데이터 시대, 데이터 분석 무상교육부터 자격취득까지
10
[시사] 곳곳에서 ‘히잡시위’, 이란 이슬람 정권 변화 생기나
신문사소개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24252 강원도 춘천시 한림대학길 1 캠퍼스라이프센터 9-308호 한림학보사
제보 및 문의 : news@hallym.ac.kr / 033-248-287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지혜수(간사)
Copyright © 2005 한림학보. All rights reserved. news@hally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