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들과 놀다 밤늦게 집으로 돌아온 B군은 과제를 하기 위해 컴퓨터를 켠다. ‘리포트 전문 인터넷 사이트’에서 리포트 몇 편을 다운로드 받기 위해서다. 돈이 좀 들긴 하지만 아깝다는 생각은 안 든다. 잘만 짜깁기하면 꽤 그럴듯한 리포트 한 편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5월, 학기 말이 다가오면서 밀려드는 과제의 쓰나미 때문에 스트레스로 골머리를 앓는 학생들이 많다. 이 중에는 자신의 머리로 리포트를 작성하는 학생이 있는 반면 논문, 인터넷 웹 문서의 일부를 무단으로 퍼 오거나 리포트 사이트에서 다운 받은 자료를 문체만 살짝 바꿔 그대로 제출하는 ‘간 큰’ 학생들도 있다. 이미 학문적 양심이나 죄의식에 무감각해진 지 오래다.

표절이란 단어는 얼핏 생각하면 우리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할 수 있다. 최근 정치인, 연예인 등 유명인의 논문 표절이 언론에서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다. 대학생들은 이들의 표절 논란에 대해 비난과 엄격한 대처를 요구하지만 생각해보면 많은 대학생이 캠퍼스에서 표절을 범하고 있다. 실제로 아르바이트 전문 구인ㆍ구직 포털 알바몬이 지난달 전국 대학생 59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58%의 학생들이 ‘표절을 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매 학기 같은 주제가 주어져 족보가 돌고 있다고 소문난 강의는 이미 학생들 사이에서 친한 선배, 아는 지인을 통해 얻은 리포트를 암암리에 베끼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결국, 애초에 애써 리포트 주제를 선정한 교수의 학문적 의도와는 달리 학생들은 표절의 유혹에 더 쉽게 노출되고 있는 셈이다.   학문 탐구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갖고 리포트를 쓰기보다는 과제를 제출하는 데 급급한 학생들의 태도도 문제다. 김기범(재활운동ㆍ2년) 씨는 “교양 수업에서 자기 생각은 한 줄도 없이 다른 사람의 논문만 그대로 베껴 발표한 학생이 있었다”며 “그 자리에서 적발돼 교수와 다른 학생들 모두 서로 얼굴을 붉히게 됐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인문대 한 학생은 “지난 학기 A+ 맞은 아는 지인의 리포트를 얻었다”면서 “다른 사람의 것을 베끼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좋은 학점을 받고 싶은 마음에 찾게 된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이 같은 행동에 교수들은 어떤 반응일까. 대부분의 교수들은 표절 행위가 적발된 학생의 과제 점수를 감점하는 것으로 그치고 있다. 인문대 한 교수는 “학생들이 제출한 리포트를 보면 관습적이거나 유창한 문장처럼 학생들이 자주 쓰지 않는 표현을 간혹 발견한다”며 “갈수록 대담해지고 무차별적으로 표절행위를 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지만 표절에 대한 학생들의 정확한 인식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대학에서 리포트를 처음 써보는 신입생의 경우는 더하다. 김재호(언론정보ㆍ1년) 씨는 “교수님들이 리포트 작성법에 대한 전체적인 설명은 해주시지만 정작 어떻게 써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는다”며 “인용이나 각주, 참고문헌 다는 방법도 복잡해 인용과 표절을 잘 구분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 대학 심훈(언론정보) 교수는 ‘언론과 사회’ 수업에서 학기 초 두 시간에 걸쳐 학생들에게 표절 강의를 해오고 있다. 학생들은 과제가 주어지기 전 먼저 표절의 개념에 대해 습득하고 제출한 과제에서 표절이 적발된 경우에는 F학점을 부여받고 있다. 심 교수는 “표절은 창작물을 도용하는 행위이자 무임승차와도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표절에 대한 정확한 기준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심 교수는 “미국 하버드 대학을 위시해 대부분의 대학에서 표절 행위라고 정 의하는 기준은 3가지로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심 교수의 말에 의하면 대부분의 대학에서 표절을 정의하는 기준은 첫째로 ‘남의 문장을 6단어 이상 순서나 토씨하나 바꾸지 않고 큰 따옴표 없이 그대로 사용하는 행위’, 둘째는 ‘출처를 밝혔으나 큰 따옴표를 치지 않아 리포트의 어느 부분을 어떻게 인용했는지 알 도리가 없는 경우’다. 셋째는‘ 출처를 밝혔고 남의 글을 그대로 베끼지 않은 채 모든 단어를 다른 단어로 바꿨으나 글의 구성 및 흐름은 그대로인 경우’를 표절로 간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