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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계절엔 쉽고 재미있는 철학 서적을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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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2.12  15:3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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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주에 걸쳐 여행과 미술, 음악 서적 안내에 나섰다. 그렇다면 이젠 철학이다. 마침, 계절도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겨울 초입. 생(生)과 사(死)의 의미도 깊이 느껴볼 수 있기에 더욱 적격인 것 같다. 사실, 한 없이 어렵게 느껴지는 철학은 결코 쉽사리 다가갈 수 없는 TV 속의 연예인 같은 대상이다. 그런 철학을 쉽고 재미있게 그것도 소화 잘 되게 꼭꼭 씹어서 건네주는 이들이 있다. 

따라서 철학을 섭취하고 싶지만 감히 도전하지 못하는 배고픈 영혼들을 위한 철학 서적 두 권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와 함께, 철학 세 권만으로 책 소개를 꾸리기에는 다소 뻑뻑한 느낌이 들어, 미술과 음악은 물론 모든 종류의 예술을 이해하는데 도움 될 만한 책 한 권을 추가하고자 한다. 이름하여 「미학 오디세이」. 그러면, 이제부터 철학 서적 두 권과 철학의 또 다른 동반자 미학을 위한 「오디세이」에 나서보도록 하자.

「철학 콘서트」 (2006), 황광우
‘네이버’ 평점을 보니, 까다로운 네티즌들이 내린 평가는 ‘8.33.’ 도저히 수긍 못할 점수다. 필자가 보기엔 10점 만점에 10점을 받아야 하는 책인 까닭에서다. 저자의 형인 황지우 시인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까지 지낸, 잘 나가는 지식인이다. 그에 반해 동생, 황광우는 고교 시절 반독재 시위를 주도하다 구속되는 동시에 제적당했다. 이후, 검정고시를 거쳐 서울대 사회학과에 입학했지만 서슬 퍼렇던 전두환 군사 독재 시절, 계엄포고령 위반으로 다시 제적을 당하면서 공장에 들어가 노동자의 길을 걸었다. 그러다가 노동 현장에서 얻은 삶의 지혜를 바탕으로 상아탑 속에 갇힌 고담준론(高談峻論: 높고 이상적인 말씀)을 되풀이하기보다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노동자들도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설명하는 책을 쓰게 됐다. 

2006년도에 그의 책을 접한 필자의 반응은 한마디로 쇼킹, 그 자체였다. 이전부터 철학을 좋아해 철학 서적을 드문드문 접하기는 했어도 철학책은 당연히 어려워야 하는 것인 줄 알았다. 아니, 철학책들 가운데 쉬운 책은 한 권도 없는 줄 알았다. 그런 철학 출판 시장에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을 상대로 내놓은 듯한「철학 콘서트」의 등장은 그야말로 메가톤급 폭격이었다. 출간된 지 3년 만에 10만권 이상이 팔렸다니 더 이상 말해 무엇하겠는가!

「철학 콘서트」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공자, 예수, 퇴계 이황, 노자 등 동서양 철학자 10명의 사상을 주체적으로 소화한 역량이 단연 돋보이는 책이다. 이와 함께, 군데군데에서 번뜩이는 위트와 기지, 촌철살인의 ‘비유’는 단연 빛을 발한다. 흡사 이야기를 거는 듯한 대화체 형식의 문체는 한 편 책을 펴면 정신없이 빨려 들어가게 한다. 여기에 글의 길이마저 짧으니 책장을 넘기는 속도도 그야말로 쾌속순항이다.
  냉정하게 말해, 필자의 경우에는 쉽고 재미있는 책을 평점의 가장 큰 기준으로 삼는 듯하다. 재미없는 책은 죄악이라는 이유에서다. 해서, 재미없는 삶은 죄악이라는 ‘딴지일보’의 총수, 김어준의 생(生)철학은 필자의 생철학과 100% 맞아 들어간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철학 콘서트」는 교훈적이며 유익하기까지 하니 10점 만점에 10점을 줄 수밖에. 그렇다면 여러분들의 책에 대한 평점은? ‘네이버’에 가까울지, 필자에 가까울지 자못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평점: ★★★★★☆
(흰 별은 반 개를 의미함)

「철학, 역사를 만나다」(2005), 안광복
역시, ‘네이버’ 평점 ‘8.2점’이다. 이쯤 되면 분명해진다. 네티즌들과 필자의 평점 기준은 분명, 다르다. 네티즌들이 무슨 이유에서 높은 점수를 주지 않는지는 모르겠지만, 결론적으로 말해 필자는 이 책을 통해 배운 점이 많다. 아니, 통찰력과 사고의 지평이 한 차원 확장됐다. 마치, 영화 ‘매트릭스’에서 모피우스를 만난 네오라고나 할까? 물론, 필자가 네오의 반열로 은근슬쩍 오를 생각은 추호도 없다. 비유를 하자면 그 정도로 생각에 있어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 책이라는 뜻이다. 

고등학교 역사 교사인 안광복은 특이한 이름만큼이나 특이한 고등학교 교사다. 웬만한 대학 교수보다 책을 더 많이 쓰는 데다 황광우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스테디셀러로 철학 서적 시장에서 군계일학(群鷄一鶴)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2006년도에 읽었던 60여 권의 책 가운데 가장 뛰어났기에 나름대로 혼자만의 2006년 도서 대상을 안겨 주었던 「철학, 역사를 만나다」는 기실, 절제된 언어와, 뛰어난 역사 인식, 촌철살인의 비유로 필자의 철학 애장서 가운데 두 손안에 꼽히게 됐다. 안타까운 사실은 가끔씩 어색하게 연결되는 문장의 흐름이‘옥에 티’로 작용한다는 것. 그래도, 이러한 책이 2005년도에 나왔다는 것 자체가 놀랍고도 한편으로는 때 늦은 감이 없지 않은 것 같아 서글프다는 생각도 살짝 든다. 역시,「철학 콘서트」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독서, 폭넓은 사고, 방대한 인문 지식의 환상적인 결합이 명저의 탄생을 가능케 했다는 느낌.
평점: ★★★★★
 
「미학 오디세이 1」(2004), 진중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작가, 진중권. 한때 한국 진보 진영의 선두말로 한국 언론계는 그의 입만 예의주시하던 때가 있었다. 그런 화려한 과거에 비해 지금은 조금 언행이 잦아들었지만 그의 정치색을 두고 세간의 평가는 극과 극으로 갈린다. 

어쨌든 책만 놓고 보자면 그는 실로 대단한 작가다. 아니, 독자층이 사실상 없다시피 한 미학을 대중들에게 소개하는데 있어 혁혁한 공을 세운 1등 공신이다. 물론, 필자도 그런 대중 가운데 한 명이지만. 때문에 한국인들은 그의 존재에 대해 감사해야 한다. 적어도 「미학 오디세이 1」은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 수작(秀作)이다. 

한 번 출판할 때 1000권을 찍는 인문학 시장에서 초판이 다 팔리려면 평균적으로 얼마나 걸릴까? 일반적으로 인문 서적은 3일에 한 권 정도 팔린다고 한다. 한 해 약 100권으로 1,000권이 팔리려면 무려 10년이 걸린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미학 오디세이」는? 마지막으로 알려진 판매 권수만 자그마치 50만부다. 더불어, 내로라하는 대학과 국가 기관 등에서 권장 도서 100선을 뽑을 때 반드시 거론되는 책 역시「미학 오디세이」다. 

책을 읽어보면 첫 장에서부터 작가의 엄청난 내공이 느껴진다. 그야말로 초절정 고수의 무술을 알기 쉽게 해설해 주는 또 다른 고수 해설가의 느낌이랄까? 여기에서 초절정 고수의 무술이란 다름 아닌 미학. 때문에 이 책을 펼치는 순간, 독자들은 미술이 아니라 미학이라는 한 차원 높은 주제에 푹 빠져들게 된다. 책을 읽으면 얻게 되는 또 한 가지. 미학에 철학, 논리학이 모두 접목돼 있음을 알게 되면서 학문들은 궁극적으로 통한다는 간단한 사실이 그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던지는 필자의 일성(一聲)은 “「미학 오디세이」를 읽지 않은 자, 진중권을 욕하지 마라!”이다. 유일한 ‘옥의 티’라면 자료, 이미지 등의 출처가 명확히 나와 있지 않다는 점.
평점: ★★★★★☆

여기서 잠깐! 형만한 아우 없고, 1탄 만한 후속작이 없다고 했던가? 「미학 오디세이1」에서 너무 힘을 뺐는지「미학 오디세이 2」와 「미학 오디세이 3」은 확실히 전작에 비해 힘이 딸리고 재미도 덜하다. 참, 이런 「미학 오디세이 1」에 대한 네트즌의 평점은? 궁금하면 직접 찾아보도록.

/심훈(언론ㆍ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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