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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문학상] 시 당선작 - 눈이 그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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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3.02  17:4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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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그리는 세상

군고구마 장사가 추위를 코트처럼 입고 있는 저녁
아랫배가 어두운 구름물고기가 곧 산란할 것 같다

찰나처럼 한바탕 그 산란의 고통이 지나간다면
세상은 희디흰 고요를 모포처럼 지붕 위에 깔 것이다
그때다 싶어 사람들은 반딧불처럼 창밖을 내다본다

함박눈이여, 목화솜의 가슴처럼 따뜻한 기운을 풀어라
이 밤의 지붕 위를 도둑고양이처럼 건너가서
안단테, 안단테처럼 푸른 피아노소리를 펼쳐놓아라

그러면 골목길의 발자국은 흔적 없이 지워져버린다
바람에 출렁거리는 구름물고기여, 거대한 고요여
이 도시의 밤이 걱정 없는 잠을 자게 해다오

슬쩍슬쩍 책장을 넘기는 소리처럼
가만가만 뒤척이는 동생의 한숨소리처럼
바람은 눈보라를 풀어놓는다

누군가는 속수무책으로 골목길에서 넘어지고
어머니는 자신도 모르게 젖어드는 첫사랑을 만날 것이다

오늘은 비비큐 치킨집의 셔터가 내려질 때까지
저 하늘에 소리 없는 고요가 쾅쾅 울리고 있다

텅 빈 겨울 하늘은 이제 꽉 차 있다
어마어마한 구름물고기의 배가 자꾸만 움찔거린다

지붕이 파르르 떨고 있는 것처럼 이 눈이 그치면
겨울은 면도칼처럼 싸늘하게 사람들을 맞이할 것이다

지금도 눈은 하르르 하르르 복사꽃처럼 내리고
나는 눈이 그리는 세상을 자꾸만 엿보고,

/이동원 (경영·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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