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란 무엇인가, 나아가 좋은 시란 무엇인가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세상의 많은 판단들이 그러하듯, 그 기준은 각양각색이기 때문이다. 보편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시, 내면을 진솔하게 토로하는 시, 사회적/정치적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시 등 세상에 좋은 시는 참으로 많고 그 모든 시들은 모두 제각기의 이유로 좋다.

그러나 시란 무엇보다도 ‘언어’를 ‘미학적’으로 사용하는 가장 짧고 강렬한 장르이므로, 그 어떠한 관점에 서든 시를 평가하는 가장 기초적인 기준은 ‘언어’에 놓여 있어야 할 것이다.

이 점에서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는데, 그들은 시의 언어가 지닌 힘, 즉 관습적인 세계를 한 순간에 낯설게 만드는 힘에 주목했다. 

일상적 언어를 낯설게 사용할 때, 이 언어들은 타성에 젖어 있던 우리의 삶에 날카로운 틈새를 만들어 놓는다. 하나의 단어를 하나의 문장을 살짝 비틀어놓았을 뿐인데, 시인을 둘러싼 세계는 그 틈새를 중심으로 급격하게 재배치되며 세계는 시인의 언어로 인해 다시 태어난다.

시가 어떤 공감을,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 원동력은 이러한 언어의 힘에 있다. 그러나 시적 언어가 이러한 힘을 발휘할 수 있기 위해서는 일상적 언어에 스며들어 있는 관성을 발견하고 포착하는 시인의 세계관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니 좋은 시를 쓰려는 사람들은 두 가지를 경계해야 할 것이다.

하나는 관습적인 생각을 관습적인 언어로 나열하는 것, 또 하나는 세계에 대한 반성적 판단 없이 단순한 말장난에 매몰되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두루 고려하여 작품 「눈이 그리는 세상」을  당선작으로 꼽았다. 함박눈이 내리는 풍경은 누구에게나 아름다우며, 눈이 온 후의 세상은 오기 전의 세상과는 완전히 달라 보인다. 이 작품은 눈이 내리는 순간, 눈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포착한다. 어조의 변화, 참신한 비유, 다양한 이미지는 눈이 세상을 변모시키는 과정의 다채로움에 적절히 상응한다. 이를 통해 도시의 일상적 풍경은 초현실주의 그림처럼 몽환적인 이미지로 변모하고 있다. 이 작품과 함께 투고한 다른 작품들 또한 안정적인 수준을 보여주고 있는 점은 이 투고자의 역량을 가늠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앞으로의 발전을 기대한다.

/시ㆍ소설 분야 심사 박슬기 (국어국문ㆍ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