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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로 탈바꿈한 클래식의 역작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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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3.17  10:3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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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훈 교수의 ‘클래식이 영화를 만날 때’ ③ 환타지아

그럼, 이제는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에 관한 마지막 영화, ‘환타지아’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1940년에 제작된 ‘환타지아’는 말 그대로 환타지(환상)를 꿈꾼 월트 디즈니의 야심작이었다. 백설공주(1937)가 메가 히트를 기록하고 그 뒤를 이어 개봉된 피노키오(1940)마저 흥행에서 성공을 거두자 디즈니는 클래식을 탑재한 애니메이션의 제작을 꿈꾸기에 이른다. 사실, 애니메이션에 있어 더 이상 이룰 것도 없고 부러울 것도 없었던 디즈니에게 클래식은 만화 소재로서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성역(聖域)이었다. 이에 따라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애니메이션에 클래식을 입히는 만화 같은 도전이 시작되었다.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클래식에 애니메이션을 입히는 무한도전이었다. 

결국, 당시로서는 말도 안 되는 230만 달러의 금액을 쏟아 부으며 탄생시킨 ‘환타지아’는 지금까지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는 디즈니의 역작이 됐다. 같은 시기, 헐리우드 역사상 가장 많은 투자비가 소요된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600만 달러의 제작비를 투입했던 것을 감안하면, ‘환타지아’에 들인 디즈니의 공이 어느 정도였는지 가히 짐작되고 남는다. 

사실, 미키마우스의 인기가 시들해지는 가운데 만화 영화 제작비가 갈수록 치솟자, 경제적인 동시에 경쟁적인 콘텐츠를 찾아나선 디즈니에게 클래식이라는 영역은 그야말로 블루 오션이었다. 하지만, 클래식을 주요 콘텐츠로 하다 보니 음향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기에 이른바 ‘환타사운드’(Fantasound)라 불리는 새로운 형태의 녹음 방식을 채택하게 되었다. 이를 위해 오케스트라가 연주했던 사운드트랙은 멀티 오디오 채널들로 녹음됐으며 혁신적인  음향 재생 기법도 동원되었다. 하지만 최신 음향 시설을 새로 갖춰야 하는 극장들은 만화 영화 상영을 위한 거액의 투자에 난색을 표명했다. 그렇게 ‘환타지아’는 극을 무대에 올리는 상영 초기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숱한 진통을 겪어야 했다. 

우여 곡절 끝에 필라델피아 교향악단의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가 지휘봉을 잡은 오케스트라는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를 비롯해, 주옥 같은 클래식 음악들을 애니메이션과 함께 대중 앞에 선보였다. 결과는? 향후, 20년간 디즈니가 투자비를 회수하지 못했을 정도로 흥행에서 참패를 맞보았다. 극장을 찾은 대부분의 관객들은 영화 초기에 어지럽게 등장하는 형형색색의 선과 원, 도형과 채색들을 지루해 했고,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은 애니메이션이 클래식 음악에 왜 등장해야 하는지를 도무지 이해하지 못했다. 

이 일로 실의에 빠진 디즈니는 두 번 다시 클래식을 거론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후계자들이 그의 못 다 이룬 꿈을 펼쳐주기 위해 재차 만든 야심작이 1999년의 ‘환타지아 2000’이었다. 물론, 이 역시 미국에서는 6000만 달러밖에 벌어들이지 못함으로써 8000만 달러에 달하는 제작비를 건지지 못하는 바람에, 비디오와 DVD 판매를 통한 2차 판권 수익으로 적자를 메워 나가야만 했다. 

초창기의 ‘환타지아’에서는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를 비롯해,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등 모두 8개의 클래식이 등장하는데 그 가운데 첫 번째 곡이 바로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 565번’이다. 영화 ‘환타지아’에서는 오케스트라 지휘자 스토코프스키가 실루엣을 통해 지휘를 시작하면 무대 곳곳에서 역시, 음영이 드리워진 관현악주자들이 ‘토카타와 푸가’를 교대로 연주한다. 이윽고,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관현악단 연주자들은 시나브로 사라지고 애니메이션으로 형상화된 활과 현들이 춤추듯 등장하는 가운데 형형색색의 선과 도형들이 ‘토카타와 푸가’의 음률에 맞춰 춤추듯 나타나고 사라진다. 

   
‘환타지아’의 첫 장면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가 실루엣 속에 지휘대에 올라, 역시 실루엣으로 처리된 오케스트라단을 지휘하며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 D단조 565번’을 연주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쯤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 한 가지. 1990년대에 미국의 어느 초등학교 교사가 수업 시간에 ‘환타지아’를 틀어준 적이 있었다. 당시, 10여명의 아이들만이 호기심을 보였을 뿐, 대부분의 아이들은 지루해 했고 영화가 상영된 지 40여분이 지나자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모든 어린이들이 잠들어 버렸다고 한다. 하지만, 이 소식을 전해들은 학부모들은 오히려 선생님께 “좋은 영화를 보여주셔서 감사하다”는 격려를 전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혹평 속에 디즈니사를 거의 파멸의 지경에까지 몰아넣었던 ‘환타지아’는 이후, 작품성을 인정 받아 미국 국회 도서관에 영구 보관되는 영광을 안게 되었다. 물론, 전세계 클래식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반드시 봐야 하는 전설로 남게 됐고. 

지금도 ‘유투브’ 등에서는 ‘환타지아 토카타와 푸가 D 단조’(Fantasia Toccata and Fugue in D minor)란 주제어를 입력하면 수많은 링크들이 8분 안팎으로 즐길 수 있는 관련 동영상들을 무수히 제공하고 있다. 어떤가? 올 봄에는 명화도 감상하면서 클래식도 챙겨보는 일석이조(一石二鳥)를 맛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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