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같이 밥을 먹으려면 시간 맞추기가 너무 힘들어요.” 통학생 A양은 오늘도 학생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다. A양이 혼자 밥을 먹는 이유는 대인관계가 좋지 않아서가 아니라 친구들과 밥 먹을 시간을 맞추기가 힘들고 서울에서 있을 스터디모임 약속이 있어 서둘러 가야 하기 때문이다. 

졸업반 B군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개강 후 아는 사람들은 많이 보이지만 그냥 오늘도 홀로 도서관 휴게실에서 빵을 먹는다. 혼자 빵을 먹으면 빨리 식사를 마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학가에는 ‘나홀로족’이 열풍이다. 나홀로족이란 사회ㆍ단체 활동 등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에 관심이 없고 여가시간을 혼자 보내는 사람들을 말하는데, 이들은 혼자 밥을 먹기도 하고 홀로 도서관이나 수업을 다닌다. 우리나라 정서상 어색할 수도 있는 이 풍경들은 이미 대학가에서 익숙하다. 



나홀로족들은 예전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이들은 과거처럼 소외를 당해 혼자인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필요와 선택에 따라 혼자가 된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인ㆍ구직 포털 ‘알바몬’에서 대학생 95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결과 66.7%의 학생들은 자신이 나홀로족이라고 생각했으며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 학생은 17.1%에 불과했다.

자신이 나홀로족이라고 밝힌 정진영(사학ㆍ2년) 씨는 “친구들과 함께 기숙사생활을 하지만 하루 종일 함께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 명 한 명 시간을 맞추기 힘들어서 평소 혼자 밥을 먹고 스케줄을 짜서 과제를 하거나 독서 등으로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대학생들은 스스로 나홀로족이 되는 걸까? 취업포털 ‘인크루트’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433명의 학생 중 46.7%가 혼자 다니는 이유로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라고 답하며 1위를 차지했다. 이어 36.1%의 학생들은 ‘혼자 다니는 것이 익숙하고 편해서’라고 답했고 그 뒤를 이어 8.1%로 ‘혼자 다니는 것이 비용이 적게 들어서’, 6.6%인 ‘마음이 맞는 친구들이 없어서’라는 대답이 뒤를 이었다. 경제학과에 재학 중인 한 3학년 학생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시간이 없다’는 기분이 든다”며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 취업준비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취업사이트 ‘알바천국’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나홀로족의 비율은 높았다. 3,882명 중 학년별로 1학년이 47.5%, 2학년이 53.7%, 3학년이 57.6%였고 마지막으로 4학년이 60%로 1위를 차지했다. 결과적으로 학년이 높을수록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 서울 신촌에 위치한 1인 식당 ‘이찌멘’. 이 곳은 독서실같이 칸막이가 쳐져 있어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혼자 식사할 수 있다. 출처 쿠켄

나홀로족은 비단 대학생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사회적으로 홀로 지내는 사람들이 늘자 ‘1인’을 대상으로 하는 여러 마케팅이 생겨났다. 대표적은 예로 1인 식당, 1인 노래방등이 있다. 1인 식당은 현재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점차 확대돼가는 식당으로, 혼자 식사를 하는 손님들이 주 고객층이다. 실제로 서울 신촌에 위치한 ‘이찌멘’은 일본식 식당으로 1인 독서실 책상과 흡사한 식탁들이 배치돼 있고, 식탁이 바 형태로 돼 있는 부산의 ‘은하수식당’ 역시 혼자 방문하는 손님들이 주변을 신경 쓰지 않고 편히 식사할 수 있다.     

이제 나홀로족은 단순히 몇몇 사람들에게만 발생하는 현상이 아닌 우리 사회 속 하나의 문화로 뿌리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