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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속 G 선상의 아리아가 주는 또 다른 매력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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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3.24  10: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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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훈 교수의 ‘클래식이 영화를 만날 때’ ④ 세븐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대중가요는?
장윤정의 ‘어머나’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팝송은?

비틀즈의 ‘yesterday’입니다.

그럼,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클래식은 무엇일까요?

바흐의 ‘G 선상의 아리아’입니다.

엄밀히 말해, 바흐가 작곡한 곡 가운데 ‘G 선상의 아리아’라는 곡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관현악 모음곡 3번의 2악장 가운데 ‘아리아’라는 곡만 있을 뿐이다. 이 곡 역시, 멘델스존이 발견했지만 19세기의 명 바이올리니스트 빌헬미가 피아노 반주를 곁들인 바이올린 독주곡으로 편곡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특히, 빌헬미가 바이올린의 네 줄 가운데 가장 낮은 음을 내는 G선만으로 이 곡을 연주했기에 이후부터 ‘G선상의 아리아’라는 새로운 별칭을 얻게 됐다. 

‘G선상의 아리아’가 한국인들에게 가장 사랑 받는 클래식이라는 여러 조사 결과는 한국인의 정서를 감안할 때 일견 타당한 측면이 있다. 애닯은 곡조 속에 우수에 젖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이 비슷한 음조의 아리랑과 한껏 닮아 있다는 필자만의 B급 견해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선상의 아리아가 워낙 유명한 곡인데다 곡조가 구슬프다는 측면에서 개성이 매우 강하다 보니 의외로 영화에서는 좀처럼 사용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1995년, 한 범죄 스릴러 영화에서 이 곡을 사용함으로써 미국 영화사에 있어 또 하나의 명 장면이 탄생하게 되었다. 영화 이름은 7가지의 대죄악을 상징한다는 의미에서의 ‘세븐.’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영화로도 우리에게 익숙한 데이빗 핀처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세븐’에서는 젊은 시절의 브래드 피트와 지적인 연기의 소유자 모건 프리먼이 찰떡궁합의 호흡을 맞춘다. 영화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하면 젊고 혈기 왕성한 다혈질의 주인공 형사 데이빗 밀스(브레드 피트 분)는 은퇴를 일주일 앞둔 흑인 노형사 윌리엄 소머셋(모거 프리먼 분)과 연쇄 살인 사건을 맡게 된다. 

엄청나게 뚱뚱한 피해자가 손발이 꽁꽁 묶인 채, 말 그대로 배가 터질 때까지 강제로 음식을 먹다가 죽었고, 악덕 변호사 역시 강압에 의해 자신의 살을 한 움큼 베어내며 과다 출혈로 사망한다. 그 와중에 데이빗 밀스는 사건 현장을 비롯해 곳곳에서 주변 인물들과 좌충우돌하며 윌리엄 소머셋을 불안하게 한다. 

한편, 윌리엄 소머셋은 현장에 남겨진 단서를 통해 범인이 죄악에 가득 찬 현대 사회에 경종을 울리려 한다는 것을 알아채고 도서관에 가서 고문서를 들추기 시작한다. 결국, 소머셋은 단테의 『신곡』과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를 통해 연쇄 살인 사건과 연관 있는 탐식, 탐욕, 나태, 음란, 교만, 시기, 분노 등 7가지 죄악에 대해 단서를 얻는다. 그런 그가 개관 시간이 끝난 도서관에 처음 들어서자 2층 복도의 테이블에 모인 경비원들 가운데 한 명이 소머셋을 향해 외친다. “은퇴하시면 그리울 겁니다.” 그리고 곧바로 테이블 위해 마련한 포커판을 펼친다.

“여러분.” 소머셋이 외친다. “난 잘 이해가 가지 않네. 이렇게 책들에 둘러싸여 지식의 세계에서 뭐 하는 건가?······포커만 하더니.” 그러자 경비원들 가운데 한 명이 다시 외친다. “이게 우리의 생활입니다. 나름대로의 문화생활이죠.” 다시 한 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구석에 놓아둔 붐박스로 다가가 나지막하게 말한다. “그럼, 이 음악은 어떠세요?” 이어 붐박스에서는 바이올린에 아름다운 선율을 실은 ‘G 선상의 아리아’가 천천히 흘러나온다. 그렇게 ‘G 선상의 아리아’가 도서관 전체에 울려 퍼지는 가운데, 소머셋은 『신곡』과 『캔터베리 이야기』에 나오는 지옥의 끔찍한 풍경들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7가지 죄악에 대해 정독해 나간다. 잔인한 삽화와 텍스트의 끔찍한 서술 장면들이 클로즈업을 통해 소머셋의 얼굴과 교차 편집되는 내내, ‘G 선상의 아리아’는 눈물 나도록 아름다운 선율을 도서관 전체에 띄어 보낸다.

   
은퇴를 일주일 앞둔 주인공, 윌리엄 서머셋 형사는 연쇄 살인의 단서를 찾기 위해 도서관을 찾아 고서를 뒤진다. 이때 도서관을 걸어 다니며 책을 찾는 과정에서 ‘G선상의 아리아’가 고서 속의 잔인한 내용들이 클로즈업 되는 장면과 함께 배경 음악으로 흘러나온다.


평생을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살아가며 우리에게 익숙한 ‘예수, 우리의 소망과 기쁨’이라는 노래에서부터 ‘요한 수난곡,’ ‘마태 수난곡’에 이르기까지 숱한 곡들을 하나님 앞에 바쳤던 바흐. 그의 ‘G선상의 아리아’는 그렇게 데이빗 핀처 감독의 의도적인 편집 아래 범죄 스릴러와 만남으로써 헐리우드 영화사에 길이 기억될 4분간의 명 장면으로 거듭났다.

이쯤에서 에피소드 하나. 필자가 ‘세븐’의 도서관 촬영 장소를 알아보려 ‘구글’을 뒤지다 발견한 사실이다. 영화 속 도서관의 엄숙한 분위기에 매료돼 촬영 로케를 찾아봤건만, 정작 얻은 정보는 촬영 장소가 LA 소재 ‘뱅크 오브 아메리카’(Bank of America)라는 폐쇄 된 은행 건물이었던 것. 역시, 영화 속 이미지가 현실과는 동일하지 않다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럼, 다음에는 바흐의 또 다른 명곡,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및 그를 삽입한 영화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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