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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영화가 들려주는 바흐의 바이올린 독주곡, 샤콘느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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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3.31  18: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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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훈 교수의 ‘클래식이 영화를 만날 때’ ⑤ 캐논인버스

‘파르티타’란 클래식 음악 장르가 있다. 이탈리아어가 어원으로 변주곡을 가리키는 말이다. 오르간의 대가, 바흐가 토카타와 푸가에 손을 댐으로써 토카타와 푸가를 예술적인 경지로 끌어올렸지만, 파르티타 역시, 바흐에 의해 클래식 음악 장르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구축하게 된다. 미술로 치자면, 애들 장난 같던 추상화가 피카소에 의해 완벽한 장르로 자리매김한 것과 같은 경우다. 

그렇다면 변주곡이란 무엇일까? 어떤 주제곡을 설정하고 그것을 여러 가지로 변형하는 기법을 변주라고 하기에 주제곡과 더불어 몇 개의 변주로 이루어진 곡이 이른바, 변주곡이다. 쉽게 말해 “학교 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라는 노래는 그 길이가 10초를 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노래의 조(key)를 바꾸거나 빠르기를 변형하고, 트로트 버전, 록 버전으로 이어 부르면 1분을 쉽게 넘길 수 있다. 물론, 기본적으로 노래의 곡조는 같지만 조와 빠르기, 악센트와 창법(악기)은 완전히 다르다. 변주곡 가운데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클래식으로는 파헬벨의 ‘캐논’을 편곡한 조지 윈스턴의 ‘캐논 변주곡’이 있다. ‘캐논 변주곡’을 잘 들어보면 14초에 불과한 주제곡이 리드미컬하게 무려 5분여 동안이나 이어진다. 그게 변주곡이다.
별 것 아니라고? 그렇다. 클래식은 사실 구조를 따져보면 정말 별 것 아니다. 작은 구조가 전체 구조처럼 끊임없이 되풀이 되는 구조인 프랙탈과 마찬가지로 단순한 주제를 반복적으로 늘어뜨린 구조를 지닌 것이 클래식 음악이다. 더불어, 캐논은 그러한 클래식의 프랙탈 버전이고. 

그렇게 바흐가 그의 나이 35세 때인 1720년에 발표한 곡이 이른바,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이다. 바이올린 독주로 3개의 소나타와 3개의 파르티타를 작곡해 하나의 책으로 발간했는데, 3개의 파르티타 가운데 2번째 작품의 5악장이 ‘샤콘느’란 장르다. 참고로, ‘샤콘느’란 17~18세기에 유행했던 클래식으로 프랑스 남부와 스페인에서 유행한 3박자의 느린 춤곡이다. 

하지만 바흐가 작곡한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의 파트티타 2번 5악장은 오늘날, 더 이상 춤곡으로 연주되지 않는다. 들어보면 알겠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회한과 후회, 회상과 향수 등 다양한 감정을 절로 불러 일으키는 작품인 까닭에서다. 클래식 비평가들에게 의해 인간의 모든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담고 있다는 극찬을 받은 이 작품은 일반적인 샤콘느가 2~3분으로 짧은 것과 대조적으로 무려 13분 동안 이어진다. 자신이 작곡한 ‘샤콘느’가 음을 한꺼번에 5~6개나 사용하기에 오르간과 같은 키보드 악기에만 가능하다고 생각한 바흐는 샤콘느를 자신의 작품 목록에서 제외해 버렸다. 하지만, 훗날 어느 가게에서 버터를 싼 종이가 바흐의 ‘샤콘느’임이 밝혀지면서 이 작품은 기적처럼 환생하게 된다. 유투브를 돌아다니다 보면, 바이올린의 대가 기돈 크레이머가 금박으로 채색된 화려한 회당(會堂)에서 ‘샤콘느’를 연주하는 동영상을 접할 수 있다. 실제로 13분 동안 기돈 크레이머는 5~6개의 음들이 한꺼번에 울려 퍼지는 격렬한 바이올린 소리를 만들어 내기 위해 팔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폭발적인 에너지를 쉴 새 없이 보여준다. 

이번 장에서 소개할 영화들은 그런 ‘샤콘느’를 과감하게 삽입한 이탈리아 씨네마, ‘캐논 인버스’이다. ‘캐논 인버스’란 ‘캐논’이라는 형식의 곡을 한 명은 앞에서부터, 또 한 명은 뒤에서부터 연주하는 것을 의미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영화상의 줄거리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장르일 뿐, 실질적으로 그렇게 앞과 뒤에서 한 개의 악보가 교차적으로 연주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영화는 두 주인공인 배다른 형제의 우정과 갈등, 사랑과 증오가 바이올린을 통해 종국에는 화해로 귀결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 영화 줄거리 속에서 ‘샤콘느’는 음악학교에 입학해 바이올린 교사 앞에 선 주인공 예노가 동급생들 앞에서 연주해야 하는 과제로 등장한다.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아버지를 일찍 여의었지만 어머니의 사랑과 양아버지의 격려 속에 어려서부터 바이올린에 재능을 보인 예노는 자신만의 격정적인 ‘샤콘느’를 동급생과 교사 앞에서 선보인다. 하지만, 연주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교사는 그만하고 처음부터 다시 연주하라는 요구를 내 놓는다. 이른바 독일식으로 점잖고 차분하게 연주를 하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똑같이 격정적으로 인생의 희로애락을 연주하는 그에게 교사는 자리로 돌아갈 것을 명하고 동급생 가운데 다른 한 명이 모범 답안 같은 점잖은 ‘샤콘느’를 연주한다. 

   
영화 ‘캐논 인버스’의 주인공 에노가 음악학교에서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바흐의 ‘샤콘느’를 연주해 보이고 있는 장면이다. 동급생들 가운데에는 자신의 배다른 형제, 프란츠도 에노의 연주를 지켜보고 있었다.

동급생 가운데에서 예노의 연주를 관심 깊게 지켜보던 프란츠는 이 날 이후, 예노의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된다. 자신들이 배다른 형제라는 사실도 모른 채 이들의 위태로운 우정은 그렇게 영화의 동선을 아슬아슬하게 끌고 나간다. 이탈리아 영화라고는 안소니 퀸, 줄리에타 마시나 주연의 ‘라 스트라다’(길, 1954)와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인생은 아름다워’(1997)밖에 몰랐던 필자에게 ‘샤콘느’를 앞세운 ‘캐논 인버스’는 유럽의 클래식 음악 영화를 소개하는 또 다른 친선 대사로 살갑게 다가왔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바흐의 ‘샤콘느’가 등장하는 두 번째 영화 ‘바이올린 플레이어’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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