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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분짜리 샤콘느가 전부 연주되는 진정한 클래식 음악 영화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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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4.05  13:2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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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훈 교수의 ‘클래식이 영화를 만날 때’ ⑥ 바이올린 플레이어

클래식 음악 애호가로서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가장 행복해 하는 작품은 바로, 클래식 음악이 쉴새 없이 오랫동안 나오는 것이리라. 하지만, 대중성과 상품성을 챙겨야 하는 감독으로서는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만을 상대로 마냥 음악을 넣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같은 이유로 클래식 영화 음악에서는 좀처럼 3~4분을 넘어가는 클래식 음악 연주 장면을 내보내지 않는다. 무엇보다 관객이 지루해 하면 그야말로 끝장이므로.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헐리우드의 법칙일 뿐. 역시, 우리에게 낯설기만 한 유럽 영화에서는 아직까지 그렇게 예술을 상업의 위에 두는 골통 감독(?)들이 존재한다. 더불어, 그런 골통 감독들이 선보이는 작품은 결국, 매니아들 사이에선 예술로 살아남는다. 

까칠한 네이버의 네티즌들이 평점 9.5점을 준 프랑스와 벨기에 합작 영화, ‘바이올린 플레이어’는 그런 면에서 그야말로 바흐를 위한, 아니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만 바흐의 ‘샤콘느’를 위한 영화다. 13분에 달하는 ‘샤콘느’가 그야말로 모두 연주되며 연주 장면이 영화의 백미를 장식하기 때문이다.

물론, 영화는 바흐의 샤콘느를 극의 말미에서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영화 내내 짬짬이 들려준다. 더불어 극 초반에는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9번 ‘크로이처’까지 꽤 오랜 시간 들려준다. 뒤에 베토벤 편에서 다시 설명하겠지만, 바이올린 소나타 가운데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크로이처는 워낙 개성이 강해 영화 음악으로는 좀처럼 사용되지 않는다. 물론, 그러한 것은 바흐의 ‘샤콘느’가 더하지만. 어쨌든 영화, ‘바이올린 플레이어’는 그런 면에 비춰볼 때 그야말로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을 위한 최고의 영상 작품 가운데 하나다.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오케스트라에 소속돼 있는 천재 바이올리니스트인 아르몽은 지휘자의 의견 차이로 오케스트라를 박차고 나온다. 클래식 관객들의 입맛에 맞는 연주를 요구하는 지휘자에게 자신은 바흐가 당초, 충격을 주기 위해 작곡했다는 ‘샤콘느’를 있는 그대로 연주하고 싶어하기 때문. 물론, 객석에서 멀리 떨어져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합주하는 일도 그에겐 불만이기만 하다.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든 클래식 음악을 라이브로 들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현실은 대음악당이나 오페라하우스에서 고가의 티켓 값을 지불한 턱시도와 밍크 코트 속의 상류층만 우아하게 즐길 뿐이다. 바이올린 하나만 달랑 들고 파리로 짐작되는 도시의 지하철로 들어간 그는 지나가는 행인들을 대상으로 바흐의 ‘샤콘느’를 연주하기에 이른다. 그런 그가 주변의 냉대 속에 내몰린 종착역은 부랑자들만이 아웅다웅 다투는 지하 터널 세계. 그곳에서 부랑자들처럼 희망 없이 주저앉은 그에게 오케스트라 단장이 찾아와 바이올린을 건넨다. 순간, 알코올에 절어있던 그의 눈이 생기를 되찾으며 바흐의 ‘샤콘느’를 조금 연주해 본다. “조금만 더 연주해 주세요, 제발”

죽음을 앞둔 채, 어둠 속에 그를 응시하고 있던 노인이 누운 채로 아르몽에게 부탁을 한다. 퀭한 눈에 멍하니 어둠 속의 천정만 응시하며 죽을 날을 기다리는 그 노인을 위해 아르몽은 ‘샤콘느’를 이어 연주한다. 드럼통에 넣은 장작불을 쬐고 있는 가난한 연인들, 웅크린 채 절망에 가득 찬 눈망울을 흑인 여성, 어린 딸을 옆에 끼고 있는 자포자기의 아빠 등 수많은 빈자들이 모여 있는 그곳에서 바흐의 ‘샤콘느’는 때로는 격정적이고 때로는 구슬프며 때로는 분노하고 애절한 음색을 빠르고 느리게, 격정적이면서 고요하게 토해낸다. 그렇게 무려 13분에 걸쳐 영화 ‘바이올린 플레이어’는 엔딩 씬에서 바흐의 ‘샤콘느’를 풀버전으로 선보이며 수많은 빈자들이 음악을 통해 위로 받고 안도하는 장면들을 클로즈업으로 보여준다. 가난한 연인들은 서로를 포옹하고, 아이 아빠에게는 누군가가 스프 한 접시를 내밀며, 몸을 풀던 흑인 여성은 다시 자신의 가방을 집어들고 일어선다. 특히, 가난한 연인들이 ‘샤콘느’에서 용기를 얻어 손을 잡고 한 줄기 빛이 하늘에서 컴컴한 터널 안을 비추는 입구를 빠져 나오는 장면은 감독이 의도한 바를 알아차릴 수 있는 이 영화의 백미(白眉)다. 

희로애락을 다 담고 있다는 바흐의 ‘샤콘느’가 절망 속에 빠져 있던 빈민들에게 삶의 희망을 건네주며 음악으로 서로에게 힘을 북돋아 주는 결말은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 관객들에게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안겨준다. 미국 헐리우드가 만든 화려한 클래식 음악 영화들과 달리, 역동적인 카메라 촬영 기술도, 그렇다고 현란한 무대 장치나 초호화 배역진도 포진되지 않은 상태에서 프랑스, 벨기에 합작 영화가 전해주는 ‘바이올린 플레이어’의 탄탄함은 왜 한국의 네티즌들이 9.5점이나 주었는지 충분히 짐작하게 한다. 

안타깝게도 ‘캐논 인버스’와 ‘바이올린 플레이어’는 미국 액션 영화들만 잔뜩 진열된 동네 DVD 가게나 네이버 쇼핑몰에서 구하기가 쉽지 않다. 해서, 꼭 영화 전체를 감상하거나 클래식이 곁들여진 부분만이라도 보고 싶은 이들을 위해 필자가 권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바로 도서관을 이용하거나 유투브를 활용하라는 것이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과 영화 ‘페이지터너’를 알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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