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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애니메이션 등 장르 가리지 않는 인기 클래식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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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5.12  10:4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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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훈 교수의 ‘클래식이 영화를 만날 때’ ⑧ 골드베르크 변주곡

   
지난 1991년 개봉된 공포 영화, ‘양들의 침묵’에서 신참 FBI 요원 역을 열연한 조디 포스터는 그 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사진은 영화 양들의 침묵에서 조디 포스터가 살인마 한니발 렉터 박사를 감옥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는 장면이다.

15세에 첫 연주회를 가진 20세기의 천재 음악가 글랜 굴드는 기이한 행동으로 더욱 유명한 피아니스트였다. 어디에서건 피아노를 연주할 때는 자신만을 위한 맞춤형 의자를 들고 오는가 하면 연주 전에는 항상 따뜻한 물을 준비시킴으로써 자신의 손을 부드럽게 풀어두는 별종이었다. 연주하는 동안에는 몸을 앞뒤로 흔들거나 때로는 기이한 흥얼거림을 입에서 내놓기도 해 음반 제작자들의 속을 박박 긁어 놓았다. 나중에 녹음 관계자들은 그의 흥얼거림을 막기 위해 잔소리를 퍼붓기보다 아예 녹음된 연주에서 흥얼거림을 제거하는데 전력을 기울였다. 

그런 글렌 굴드가 22세에 녹음한 곡 역시, 상식적인 클래식 음악일리 만무했다. 이름하여, 바흐의 ‘골드베르크 연주곡.’ 그렇다면, 서양 음악의 아버지인 바흐의 곡이 세간에서는 왜 비상식적인 대상으로 인식됐을까? 이유는 이 곡의 탄생 배경과 관련이 있다. 듣는 이를 잠들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장가인 까닭에서다. 

1700년대 초, 바흐의 제자 골드베르크는 독일 드레스덴 지방에 주재하고 있던 러시아 대사, 카이저링크의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한 자장가 작곡을 의뢰 받는다. 하지만, 어린이가 아닌 불면증의 성인이 듣고 잠을 잘 수 있어야 했기에 골드베르크의 생각과 달리 작업은 쉬이 진전되지 않았다. 그러자 마음씨 착한 바흐는 제자를 도와주기 위해 자신이 직접 작곡에 나서게 된다. 

고민 끝에 바하가 택한 작곡 방식은 한 가지의 테마송을 무려 30차례에 걸쳐 변주해 연주하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듣는 이를 잠들게 하기 위해 만든 테마송을 조금씩 다르게 30차례에 걸쳐 반복적으로 만들었으니 제 아무리 지독한 불면증에 시달리던 카이저링크라 하더라도 필히 잠들지 않고는 배기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후에 어느 누구도 바흐의 이 곡을 연주하려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생각해 보라. 불면증에 시달리는 상대방을 잠재울 정도의 곡이라면 과연 어떤 청중이 듣고자 하겠는가?

사정이 이러했기에 글렌 굴드가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녹음 대상으로 들고 나왔을 때 계약사는 반신반의해가며 그의 명성에 기대며 조심스레 승부수를 띄워 보았다. 그리하여 글랜 굴드의 일견 무모해 보이던 도전은 예상 밖의 대성공을 거두며 그의 이름을 만천하에 알리는 반전을 거둔다. 재미있는 사실은, 글렌 굴드의 성공적인 녹음 이후,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이 글랜 굴드의 성을 딴 ‘굴드베르크 변주곡’으로 불리기도 했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자칫 세간의 냉대 속에 영원히 묻힐 뻔했던 바흐의 골드베르크는 글렌 굴드의 참신한 시도 덕에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1991년에 상영된 영화 ‘양들의 침묵’은 그런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잔인한 장면에 삽입함으로써 극적인 효과를 더욱 가미시켰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데이빗 핀처 감독이 영화 ‘세븐’에서 잔인한 중세 시대의 고문 장면을 ‘G선상의 아리아’로 묘사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나 할까?

영화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신참 FBI 요원인 클라라(조디 포스터 분)는 연쇄 살인 사건의 단서를 얻기 위해 식인살인마인 정신과 전문의 한니발 박사(안소니 홉킨스)를 면담하라는 상관의 명령을 받는다. 종신형에 처해져 독방에 수감돼 있는 한니발은 매력적인 클라라에 이끌려 그녀가 자신의 어두운 과거를 한 개씩 이야기할 때마다 자신이 치료한 적이 있는 범인에 대한 단서를 건네 준다. 그런 가운데 독방에서 무사히 탈출하게 된 한니발 박사는 녹음기를 통해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자신을 감시하던 간수 두 명을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그 중 한 명의 얼굴을 면도칼로 난도질한다. 

양들의 침묵, 후속편인 ‘한니발’(2001)에서는 극 초반부터 미국에 있는 여주인공 클라라에게 이탈리아의 로마에서 편지로 인사를 건네는 한니발 박사의 독백 속에 골드베르크 변주곡이 은은하게 흘러 나온다. 물론, 감독이 의도했던 바는 폭풍 전야의 고요처럼 곧 닥치게 될 공포 상황을 더욱 극적으로 대비시키기 위해 가장 정적인 동시에 평화로운 곡을 동원한 것이리라. 그렇게 관객들의 수면 아닌 수면을 유도하기 위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이 맑고 깨끗한 피아노 소리에 맞춰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클라라는 한니발을 잡기 위해 다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다. 그러고 보니 영화에서는 한니발 박사가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직접 연주하는 장면도 넣음으로써 잔인한 살인마가 평상시에는 그 누구보다 예술을 사랑하는, 차분하고 고요한 심성의 소유자라는 이중적 인간임을 암시하고 있다.  

지난 2007년에 상영된 일본의 인기 애니메이션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도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21세기의 클래식 매니아들에게 성공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작품이다. 클래식 음악을 영화로서는 드물게 애니메이션인 ‘시간을 달리는 소녀’(일명, ‘시달소’)에 접목시킨 이 작품에서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주인공인 마코토가 시간 여행을 하며 자신의 가까운 과거로 돌아가는 순간, 경쾌한 연주와 함께 관객들의 귀를 즐겁게 해 준다.

하지만, ‘양들의 침묵,’ ‘한니발’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들 영화에서 사용되는 골드베르크 연주곡이 청아하고 고요한 부분인데 반해, ‘시달소’에서는 발랄하면서도 상쾌한 분위기의 변주곡이 연주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마코토가 과거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등장하는 여러 장면들 속에 흡사 고흐가 그린 듯한 작품들도 간간히 선보이는 것도 눈을 즐겁게 한다. 고흐 풍의 붓 터치로 그린 말들이 집단으로 정면을 향해 달려오는 가운데 쉬지 않고 연주되는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애니메이션도 클래식 음악과 접목만 잘 되면 훌륭한 작품으로 탄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렇게 볼 때, 카이저링크 러시아 대사의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해 바흐가 작곡한 일명, 굴드베르크 변주곡은 나름대로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서 연주되며 오늘날까지 무사히 우리 곁에서 그 이름을 전하고 있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바흐의 클래식과 관련한 영화가운데 마지막으로 준비한 작품, ‘첼로 무반주 모음곡’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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