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늦은 시간까지 진행됐던 신문 작업을 마친 후 학보사에서 집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학생복지관 앞마당을 지나다 어두운 저녁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는 취업지원센터 전광판에 눈길이 갔다. 평소 학생복지관 전광판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터라 무슨 내용을 담고 있을까 궁금한 마음에 걸음을 멈추고 들여다보니 우리 대학 모든 학과의 이름이 숫자와 함께 차례대로 지나가고 있었다. ‘저 숫자가 저 학과와 무슨 관련이 있지?’라는 생각도 잠시 ‘사전 취업률’이라는 문구가 빠르게 지나갔다.

학생복지관이라 하면 식사를 하거나 휴식을 취하기 위해 학내 구성원들이 가장 많이 찾는 건물이다. 학생들은 물론 외부인의 발길이 잦은 건물 앞에 학과별 취업률을 명시해 놓은 것은 학우들에게 자신의 학과 취업률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고 취업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취지였다고 생각한다. ‘취업률 전광판’의 영향으로 주변 지인들은 ‘저 퍼센트에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취업 준비를 해야겠다’등 취업에 관련된 이야기를 시작했다. 취업난이라고 불리는 이 시점에서 취업률 전광판은 취업에 별걱정 없던 학우들에게 자각을 주는 데는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전광판에 나타난 수치가 과연 취업한 졸업생을 정확하게 나타낸 취업률인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들었다. 졸업한 학생이 4대보험에 가입된 상태라면 취업자로 인정돼 취업률에 포함된다. 그렇다면 졸업 후 자신이 원하는 곳에 취업했지만, 4대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비정규직 취업자를 실업자라 볼 수 있을까? 또 취업이 생각대로 되지 않아 단기적인 생계유지를 하기 위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4대보험 가입자를 과연 취업자라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취업률 전광판은 전자는 실업자, 후자는 취업자라고 나타내고 있다.

학과 특성상 4대보험에 가입되는 직종으로 취업하는 학생들이 많은 학과도 있고, 4대보험에 가입하지 못하고 비정규직으로 취업하는 학생들이 많은 학과도 있다. 취업률 전광판은 학과와 관련된 직종으로 취업한 비율이 아닌 4대보험 가입자를 기준으로 계산된 것인데 학교는 이 통계를 가지고 학내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에서 학과 줄 세우기를 하고 있다.

지난달 취업률이라는 기준으로 학내 구조조정의 대상이 돼버린 인문대학과 학우들의 인문학부 통합을 반대하는 대자보가 대학 본부 4층 곳곳에 붙여졌다. 언제부턴가 우리 대학뿐만 아니라 전국에 있는 많은 대학이 취업률의 잣대로 평가당하고 학과 통폐합의 아픔을 겪고 있다.

꾸준히 기자라는 꿈을 꿔온 필자는 그 누구보다 전공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학업에 임하고 있다. 필자처럼 자신의 전공에 자부심을 가지고 학문을 닦는 학우들이 우리 대학에 많을 것이다. 하지만 자부심을 가졌던 전공이 취업률이라는 지표로 줄 세워지는 것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자부심을 자괴감으로 바꿔주는 대학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이 글에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