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기시대 초기까지 사회는 모계중심의 촌락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인구가 계속해서 증가함에 따라 사람들은 더 많은 가축과 더 넓은 토지를 필요로 하게 됐다. 이런 이유로 인해 서로 다른 종족들끼리 더 많은 전쟁을 벌이게 됐다. 전쟁에서 이기면 토지는 토지대로 약탈하고 여자는 노동력의 원천이 되는 아이를 낳게 하기 위해, 남자는 당장 노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노예로 삼았다. 농업과 전쟁에서 남성이 담당하는 역할이 커지게 되자, 이전까지 여성의 소유물로 생각되던 토지와 가구, 생산물은 남성의 소유로 바뀌었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갑자기 일어난 것이 아니라 수천년 간에 걸친 변화이다. 이리하여 많은 생산물을 갖게 된 남자들은 차츰 재산을 자신의 자식에게 상속시키고자 하는 욕구가 생겼다.

  생산노동에서 여성이 부차적인 위치에 놓이고 이로 인해 재산 소유에 관한 권한이 없어지자 여성은 가족내에서도 남성에게 종속됐다. 남성은 사유 재산에 기초해서 여성보다 우월한 위치를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자기 자식에게 상속시키기 위해 기존의 모계사회를 뒤집고 부계사회를 확립했다. 이리하여 여성은 가족집단 중에서는 자식을 낳는 도구로, 또 하인 겸 생산자의 역할로 규정됐다. 동시에 종교에 있어서도 여성의 우위가 소멸됐다. 수천년간 어머니 여신이 숭배의 대상이었는데, 남성을 표현하는 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즉 남성의 상징인 남근이 점토로 만들어지고 돌에도 새겨졌다. 그러한 상징은 남성신이 출현했다고까지 말할 수는 없어도 최소한 남성의 지위가 높아진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신석기 시대 중엽 제2차 기술 혁명에서 남성들의 주도로 남성과 여성과의 관계는 신석기 시대 초기와는 달리 역전돼 버렸다. 성차별 문제는 결코 생물학적인 차이에 의해 자연적으로 나타난 것이 아니라 그 사회의 경제·문화적 조건에 의해 생겨난 것이다. 육체적 힘이 더욱 결정적 요인이 될 수 있었던 원시 시대에는 오히려 여성의 지위가 더 높았었다. 이는 신석기 혁명 초기에 여성이 농업을 발명하여 생산과 경제를 주도했기 때문이다. 남성이 주도적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은 신석기 중기 즉 약 3,000∼4000년전 이후부터이다. 인류의 역사가 200만년 정도라고 할 때 성차별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고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 문화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