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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 ‘편지’, 일본 애니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그리고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배리 린든’에 등장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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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6.09  10:5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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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훈 교수의 ‘클래식이 영화를 만날 때’ ⑫ ‘라르고’와 ‘사라방드’

헨델이 53세가 되던 해 발표한 오페라가 ‘세르세’이다. 그 가운데 첫 막 도입부에 나오는 아리아 ‘옴브라 마이 푸’(Ombra Mai Fu-정겨운 나무그늘이여)는 헨델의 작품 가운데 가장 유명하다.  페르시아의 왕 크세르세스의 연애를 다소 익살스럽게 다룬 오페라 ‘세르세’는 막이 오르자마자 크세르세스왕 본인이 직접 자신의 궁전 앞 정원에 놓여있는 플라타너스 나무 그늘 아래에서 한가히 ‘옴브라 마이 푸’를 부르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른바, 세계 최초(?)의 나무 그늘 찬미가인 셈이다. 하지만 대중들이 ‘옴브라 마이 푸’라는 다소 어려운 이름보다 라르고라는 빠르기에 착안해 라르고로 통칭하면서 후에 본래 이름보다 더욱 유명해진 별칭을 얻게 됐다. 이름하여, ‘헨델의 라르고’가 그것이다. 

이쯤에서 역사적인 첨언 한 가지. 사실, ‘옴브라 마이 푸’는 헨델의 경쟁자였던 보논치니의 오페라 작품 가운데 일부분을 베낀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저작권의 개념이 전무했던 데다 음악가들도 서로의 작품들을 필요할 경우에는 표절하는 경우가 다반사였기에 보논치니의 작품은 결국 서양 음악사에서 굵은 족적은 남긴 헨델의 작품으로 둔갑하고 만다. 각설하고, ‘헨델의 라르고’는 1997년에 개봉된 한국 영화 <편지>에서도 곳곳에 삽입돼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데 톡톡히 일조했다. 무려 500만 명의 관중을 동원하며 흥행에서 대박을 터뜨린 영화 <편지>는 주인공인 박신양과 최진실이 비극적인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 말미에서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 사랑하는 부인 정인(최진실 분)에게 영상편지를 띄우는 환유(박신양 분)가 정인을 향해 대사를 읊조리기 시작하는 장면에서 이정국 감독은 헨델의 라르고를 배경 음악으로 깔며 관객들을 한껏 애잔한 분위기로 몰고 간다. 
   
 
   
 
   
 
헨델의 또 다른 작품인 ‘사라방드’ 역시, 두 편의 영화를 통해 우리에게 친숙하게 다가온다. 헨델은 원래 쳄발로를 위해 여러 모음곡을 만들었으며 사라방드라는 장르가 춤곡이었던 까닭에 전반적인 분위기는 그렇게 비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후대의 예술인들이 ‘사라방드’를 슬프고 비장한 무대에 사용하면서 ‘사라방드’는 비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대명사로 자리하게 되었다. 더불어 ‘사라방드’는 스텐리 큐브릭 감독의 1975년 작 ‘배리 린든’이라는 영화의 테마송으로 사용되며 큰 유명세를 얻었다. 사실, 영화 매니아들이라면 익히 이름은 들어보았음직한 스텐리 큐브릭 감독은 대단히 이색적인 영화 제작으로 유명하다. 예를 들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란 SF 영화에서는 극 내내 우주선이 살아있는 듯한 분위기를 별 다른 특수 효과 없이 배우들의 연기와 영화 음악 및 음향만으로 교묘하게 연출하고 있다. 이와 함께 1971년 작, ‘시계태엽 오렌지’도 독특한 무대 의상과 시대를 짐작할 수 없게 하는 극 중 배경으로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그런 면에 비춰볼 때, 1700년대의 영국을 무대로 펼쳐지는 ‘배리 린든’ 역시 시대극임에도 불구하고 스텐리 큐브릭 감독만의 연출력으로 무려 3시간짜리 영화를 전혀 지루하지 않게 풀어가고 있다. 헨델의 ‘사라방드’는 여기에서 영화의 오프닝과 함께 영화의 엔딩은 물론 영화의 클라이맥스에 반복적으로 사용되며 비극적인 주인공의 운명을 시종일관 무겁고 애잔하게 전달하고 있다. 
   
1975년 개봉된 큐브릭 감독의‘베리 린든’은 3시간 3분의 러닝 타임에 인터미션까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하지 않을 만큼 재미있는 전개를 선보인다.

헨델의 ‘사라방드’가 영화 속에 삽입된 또 다른 경우로는 미아자키 하야오와 코마쯔바라 마히토 감독의 1984년 작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가 있다. 영화의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거대 산업 문명이 붕괴하고 천년의 세월이 지난 후, 지구는 유독한 독기를 내뿜는 균류의 숲이 확장되면서 종말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제 지구상에 남은 건 곰팡이들과 거대하게 변질된 곤충류들, 여기저기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극소수의 인간들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악명 높은 군사국인 토르메키아의 대형 비행선이 바람 계곡으로 들이닥치고, ‘토르메키아’의 왕 ‘크사나’는 막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곤충떼를 불태워 죽인다. 이에 격분한 곤충들은 인류에게 무섭게 돌진하고 절체절명의 순간에 나우시카가 거대한 곤충들 앞에 자신의 몸을 던진다. 물론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사라방드가 연주되는 가운데 나우시카가 자신을 희생하는 결말. 

그럼 올 가을 호에서는 헨델의 마지막 명곡 ‘메시아’를 둘러싼 여러 이야기들과 함께 ‘메시아’가 사용된 영화를 소개하는 것으로 여러분들을 찾아가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성공적인 기말고사와 알찬 방학을 기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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