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이 된 나는 ‘청춘’이라는 곱고 푸른 말이 우리의 대명사가 되어 준다는 사실에 너무나 기뻤다. 유별나게도 청춘이라는 말에 괜스레 가슴이 뜨거워진 적도 있다. “아직 젊으니까 괜찮아”라는 말은 위풍당당한 청춘들을 더욱 기세등등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고 청춘의 일원이었던 나 역시 그랬다. 스스로의 실수를 용납하고 오히려 당당해지는, 철없어 보일 수도 있는 젊음의 패기가 마음에 들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모든 것이 이룰 수 없는 유토피아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생들 사이에서 휴학 열풍이 멈추질 않는다. 지난해만 해도 30%였던 휴학생 비율이 점점 올라 어느새 40%가 되었다. 실제로 내 주변에도 휴학을 선택한 선배들이 많고, 심지어 대학에 입학한지 한 학기 만에 휴학계를 제출한 동기들도 여럿 있다. 등록금 마련, 취업준비, 졸업유예 등 이유도 다양하다. 자신을 더욱 가꾸기 위한 시간으로 보이지만 그런 생각은 단순한 ‘미화’일 뿐이다.

요즘 20대들의 어깨는 무겁다. 학점, 취업, 용돈 등의 고민들이 그들의 발을 붙잡는다. 아침 해가 뜰 때까지 고쳐 내려간 자기소개서는 나를 대변하지 못하고, 세상은 나에게 등급별로 다른 숫자도장을 찍어댄다. 부모님만을 믿고 손 벌릴 수 없는 나이임을 깨닫고 나서는 등록금이며 생활비는 내가 벌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늦은 밤 걸려오는 엄마와의 전화에선 “나 괜찮아, 잘 지내”를 반복하고, 통화가 끝난 뒤 참았던 한숨을 내쉰다. 수많은 고민과 두려움의 해결을 위해 공부하고 스펙을 쌓으며, 쉴 새 없는 아르바이트로 하루를 보낸다. 주어진 인생을 후회하며 살지 않기 위해 열심히 사는 것 같아 보이지만, 후회하지 않기 위해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곧 후회가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알아채지 못한다.

지금의 우리는 비울 줄 모른다. 자신이 짊어진 고민덩어리들을 떼어내기 위한 해결책으로 무언가를 채우고 쌓는 것을 택한다. 아주 어릴 적부터 길들여진 습관일지도 모른다. 사회는 끝없이 경쟁을 강조했고, 승리자와 패배자는 나뉘어 졌다. 그렇게 자란 이들은 자신의 실수를 용서 할 줄 모르고, 그것을 발판이라 여긴 뒤 쉬어갈 줄 모른다. 우리네 청춘들의 마음속에는 더 이상의 틈이 없다. 버티다 못해 갈라져가는 틈새를 발견하지 못한다. 언제부터일까. 이 아슬아슬하고도 위험한 방법이 청춘들의 최선책이 된 것이.

최근 개봉한 영화 ‘비긴 어게인’의 주제가 ‘Lost stars’중, “신이여, 청춘에게 청춘을 주는 것이 왜 사치인가요?”라는 가사가 있다. 젊은이들이 젊음을 낭비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묻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에 더해 이유를 알지만 바꿀 수 없는 청춘들의 운명에 대해서도 묻고 싶다. 멋진 인생을 꿈꾸는 20대의 진정한 ‘청춘시절’은 어디에 있나. 어린 내가 우러러봤던 청춘의 모습대로, 이제는 파란만장하지만 즐거운 젊음이 돌아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