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갈림길에서 어느 한 쪽을 고르지 못해 괴로워하는 심리(네이버 지식IN 오픈국어)를 뜻하는 신조어 ‘결정장애’는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요즘 현대인들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이다. 평범한 사람이라도 하루에 꼭 한 두 번은 겪게 되는 결정장애 현상으로 인해 최근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는 ‘결정장애 치료법’이나 ‘결정장애 경험담’과 같은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아이들에게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질문은 인생 최대의 난제가 아닐 수 없다. 자식의 대답을 기다리는 부모의 눈을 보며 그렁그렁 눈물이 맺혀가는 어린 아이의 마음이 이런 것일까. 결정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자장면을 시킬까, 짬뽕을 시킬까’라는 고민은 어느 것보다 더 깊은 고난을 선물한다. 그 날 따라 ‘탕수육도 먹고 싶은데…’라는 생각까지 겹치게 된다면 그야말로 ‘게임 오버’가 된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자장면과 짬뽕이 한 그릇에 나오는 ‘짬짜면’이 탄생했고, 자장면과 탕수육이 한 그릇에 나오는 ‘탕짜면’이 등장했다. 이처럼 결정장애는 더 이상 우유부단함에 힘들어하는 한 개인의 일이 아니다. 다양한 선택지 중 하나의 선택지를 결정하지 못하는 경우나, 선택지를 결정해 놓고도 다른 부수적인 조건들에 의해 결정이 흔들리는 경우가 있다면 당신도 결정장애를 의심해 볼만 하다.

결정장애로 인한 선택의 시간은 길어지지만 힘들게 내린 결정에 따른 만족도는 높지 않다. ‘남의 떡이 더 커보인다’는 옛말 탓일까. 수많은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했지만 고르지 못한 나머지 선택지들이 눈에 아른거리기 일쑤다. 실제로 미국에서 진행한 한 연구 조사에서도 이와 같은 결과를 확인 할 수 있다. 두 진열대에는 서로 다른 다양한 종류의 잼이 올려져 있다. 한 진열대에는 잼 6종류를, 다른 진열대에는 잼 24종류를 진열한 뒤 고객에게 시식하게 했다. 고객 10명 중 4명은 6종류의 진열대를, 나머지 6명은 24종류의 진열대를 지나갔다. 그 결과 만족도에 따른 구입 실적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6종류의 잼을 시식한 손님 중 30%가 잼을 샀지만 24종류의 잼을 두고 고민한 손님의 구매율은 3%밖에 되지 않았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배리 슈워츠는 “선택지가 많을수록 선택하지 못한 다른 것에 대한 미련이 커진다. 따라서 후회가 커지고 선택한 것에 대한 만족이 작아진다”고 했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것에 민감한 현대인들이 선택하지 못한 것들을 손실로 받아들여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최종 선택한 것에 대한 기대가 크기에 실망도 커지며 다른 ‘기회’를 놓쳤다는 후회감과 죄책감에 휩싸이기까지 한다. 따라서 개인의 불행은 커지고, 결정의 순간에 많은 고민과 함께 더욱 심사숙고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의 순환이 결정장애가 나타나는 이유다.

다양한 기회에 많이 노출된 젊은 층일수록 결정장애 증상은 더욱 심각해진다. 따라서 본지는 젊은 층의 결정장애 지수를 알아보기 위해 우리 대학 학생 10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결정장애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은 어떨까. 설문 결과 학생들의 65%가 결정장애의 정확한 정의와 현상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결정장애에 대한 정의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며 더 이상 소수의 문제로 취급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스로 판단하는 자신의 결정장애 지수를 알아보기 위한 물음에서도 하루에 단 한번이라도 결정장애를 느껴본 학생이 전체 응답자 중 92%나 차지해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결정장애가 가장 심해지는 경우로는 밥 먹을 때가 가장 많았고 쇼핑할 때가 그 뒤를 이었다. 몇몇 학생들은 진로선택이나 연인과의 관계를 고민할 때까지 결정장애를 겪는다고 답했다. 설문에 참여한 최예진(언론정보ㆍ1년) 씨는 “결정이 쉽지 않다는 건 알지만 너무 답답해서 내가 대신 결정해 주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함께 있는 사람도 생각해 주었으면 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설문에서도 결정장애 현상으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는 주변사람이라는 대답이 44%의 응답을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