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에서는 전략적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행태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게임이론이라는 분석틀을 자주 활용한다. ‘전략적 상황’이란 각자의 선택이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상황으로서 보통사람들도 살아가면서 자주 경험하는 여러 가지 상황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게임이론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사례 중의 하나로 용의자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를 꼽을 수 있는데, 이를 쉽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한 마을에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유일한 증거는 범인들이 2명이라는 것뿐이다. 수사의 진척이 없는 가운데, 편의점에서 물건을 훔치다 체포된 2명의 잡범에 대한 알리바이 성립 여부를 조사한 담당형사는 이들을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판단하게 된다. 분리된 2개의 취조실에 1명씩 집어넣은 다음 형사는 으름장을 놓는다. “우리는 너희들이 살인사건의 범인임을 확신하고 있어. 둘 다 순순히 자백하면 정상 참작해서 각각 5년씩만 살게 해주지. 만일 한명이 자백했는데 다른 한명이 잡아뗀다면 자백한 친구는 즉시 방면되지만, 잡아뗀 놈은 10년이라는 세월을 감방에서 보내야 할 거야.” 잡범들은 둘 다 살인사건 범행을 부인할 경우 편의점 절도죄만 적용돼 1년형만 받게 될 거라는 것도 알고 있다. 

결과는 어떻게 될까? 잡범들은 범행을 자백할지 혹은 부인할지에 대해 다음과 같은 추론을 할 것이다. “만일 저 친구가 범행을 자백할 경우 나도 자백하면 5년형을, 부인하면 10년형을 받겠지? 반대로 저 친구가 부인할 경우 내가 자백하면 방면되고 부인하면 1년형을 받게 되는구나. 저 친구가 어떤 선택을 하던 상관없이 무조건 자백하는 것이 나한테 유리하겠구나.” 결국 잡범들은 둘 다 순순히 범행을 자백하여 5년형을 받게 되고, 담당형사는 미궁에 빠진 살인사건을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둘 다 1년형만 받게 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5년씩이나 감옥살이를 한다는 점이다. 만일 잡범들이 살인사건의 진범이 아니라면 이 얼마나 억울한 상황인가? 사회 전체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 아닌가? 담당형사는 거짓성과를 올릴 뿐이고, 진범들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또 다른 살인사건을 도모할지도 모를 일이다.

용의자의 딜레마는 다른 상황들에도 적용할 수 있다. 같은 상품을 경쟁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두 기업을 생각해보자. 각 기업은 가격을 높게 매길 수도 있고 낮게 매길 수도 있다. 둘 다 높은 가격을 매길 경우 시장을 나눠 가지면서 높은 이윤을 누릴 수 있는 반면, 둘 다 낮은 가격을 책정할 경우에는 시장을 여전히 나눠 갖지만 이윤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결정될 것이다. 상대방이 낮은 가격을 선택했는데 내가 높은 가격을 매겼다면 이윤이 거의 없을 것이고, 반대의 경우에는 운 좋게도 매우 높은 이윤을 누릴 것이다. 결과는 어떻게 될까? 높은 가격을 매기는 것이 용의자 입장에서 ‘부인’에 해당하고 낮은 가격을 택하는 것이 ‘자백’에 해당한다. 따라서 두 기업 모두 낮은 가격을 택하게 되고 상대적으로 낮은 이윤을 가져가게 된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안타깝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는 바람직한 결과다. 소비자들이 낮은 가격으로 많은 상품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타깝고 비극적인 상황도 있다. 성실하고 착한 학생 2명이 힘센 깡패한테 당하고 있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둘이 협력하면 깡패를 물리칠 수 있지만, 1명만 대들 경우 대든 학생은 심하게 피해를 보고 대들지 않은 학생은 곱게 집에 갈 수 있다고 가정하자. 결과는? 어느 누구도 대들지 못하고 둘 다 순순히 지갑을 털리게 된다. 

용의자의 딜레마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딜레마가 발생하는 원인을 잘 따져보면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우선, 용의자들이 서로 다른 방에서 취조를 받기 때문에 상호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없음을 주목하라. 소통을 통해 협력하면 둘 모두에게 보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렇지 않기 때문에 열등한 결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둘 간의 관계가 지속되지 않고 한 번에 그치기 때문에 협력하지 않고 이기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또한 중요한 점이다. 관계가 지속된다면 비협조적인 행동을 취하는 상대방을 제어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된다. 결국 상호 연대와 소통, 그리고 관계의 지속을 통해 서로간의 신뢰를 형성할 수 있다면 두 사람 모두에게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이상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용의자의 딜레마는 복잡하고 삭막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유한욱(경제ㆍ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