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JTBC ‘비정상회담’이 일일 일본대표로 일본 배우가 등장할 때 기미가요를 틀어 논란이다. 기미가요는 일본의 국가로 천황의 시대가 영원하기를 염원하는 내용이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황민화 정책이라며 하루에 1번 이상 강제로 부르게 했던 노래가 요즘 제일 인기 많은 TV 프로그램에 나온 것이다.

비정상회담을 좋아했던 나는 이번 일에 대해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아무리 시간이 흘렀다고 할지라도 기미가요는 군국주의 침략의 상징이며 그 피해자는 우리의 조상이었다. 이런 노래를 나라의 문화를 존중한다는 핑계로 걸러내지 않고 내보낸 것은 제작진의 큰 실수다. 광복 이후 스포츠 행사나 외교적 행사를 제외하고 기미가요가 방송에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를 더 경악하게 만든 것은 비정상회담에서 기미가요가 나온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소식을 들으니 내가 과연 제작진을 욕할 자격이 있을까 싶었다. 기미가요가 처음 흘러나왔을 때의 나는 재밌는 볼거리가 생겼다며 좋아했기 때문이다. 나 살기 바쁘다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연히 기억하고 있어야 했을 것들을 잊고 살았던 시기를 반성했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비정상회담을 비난하며 폐지하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4개월 간 큰 웃음을 안겨줬던 프로그램을 떠나보내기 아쉬운지 폐지는 너무 심한 것 아니냐며 대응하고 있다. 사실 폐지가 마땅한 일이고, 설령 폐지가 안 되더라도 온라인 사과문이 아닌 제대로 된 제작진의 사과가 있어야 하는 것이 지당하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하게 수면 위로 올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들의 역사의식이다. 

얼마 전 중간고사를 앞둔 중국인 친구가 공부하기 너무 힘들다며 보여준 공책을 보고 당혹스러웠다. 친구의 공책에는 빼곡하게 한국사가 나열돼 있었다. 나는 대학에 와서 중국인 친구처럼 열심히 ‘내가 사는 한국’에 대해 공부를 한 적이 있나 싶었다. 솔직히 얘기하면 중, 고등학생 때도 역사를 제대로 배우겠다는 것이 아닌 시험을 보기 위해 공부한 것 같기도 해 눈앞이 아찔했다.

한국사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당장 몇 백 페이지나 되는 한국사 책을 펴 구석기 시대부터 달달 외우는 것은 효율도 떨어지며 시간적 여유를 많이 내야하는 일이기에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나는 우선 꾸준히 관심을 갖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지금 비정상회담 기미가요 논란만 하더라도 기미가요가 무엇인지, 이 때문에 조상들은 어떤 피해를 겪었는지 더 나아가 일제강점기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시간을 내 찾아보는 것만으로도 역사의식을 갖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우리가 꾸준히 관심을 갖고 알아간다면 더 이상 방송에 기미가요가 흘러나오거나 하는 일은 없어지지 않을까. 평소 관심을 갖지 않다가 거세게 논란을 제기하는 우리의 모습에도 분명 책임은 있다.

/ 한이정 (언론ㆍ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