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훈민정음이 반포된 568돌이 되는 해입니다. 지난 10월 9일 한글날은 20여년 만에 공휴일로 다시 지정되었고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습니다. 그리고 10월 11일에는 훈민정음학회 주최로 ‘동아시아 문자들에 대한 심층적 고찰’이라는 주제한 국제학술대회가 서울대학교에서 열렸습니다.

한글날을 맞아 ‘한글을 외국어 또는 제2외국어로 채택하는 국가와 학교, 학생 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라는 기사가 언론에 자주 보도되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엄밀히 말하면 잘못된 기사입니다. 여기에서 한글은 정확히 표현하자면 한국어입니다. 우리는 한글과 한국어에 대해 그 뜻을 혼용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어는 언어이며 한글은 한국어를 표기하는 문자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이 바로 세종대왕이 창제하신 훈민정음을 뿌리로 태어난 것입니다. 

훈민정음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문자 가운데서 가장 과학적이고 쉽게 모든 소리를 바르게 낼 수 있는 표음문자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훈민정음은 다른 문자를 변용하여 만든 것이 아니라 세종대왕의 치밀한 이론을 바탕으로 창제된 문자로 문자의 발전단계상 궁극의 단계에 도달한 문자이며 우리의 소중한 문명자산입니다.

정보화시대에 훈민정음은 표음문자로서 쉽게 디지털화할 수 있는 문자입니다. 따라서 적극적으로 훈민정음과 IT기술을 융합하는 연구를 꾸준히 지속해나간다면 디지털화된 훈민정음이 국경을 초월하여 점차 세계인의 문자로 자리 메김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한글, 훈민정음의 세계화인 것입니다. 이는 세종대왕의 문자창제정신, 즉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의 뜻을 글자로 적을 수 있도록 한 일, 애민정신, 인본사상을 인류애로 널리 세계로 확산시키는 일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훈민정음이라는 세계적인 문화적 자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동안 그 가치를 깊이 인지하지 못한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UNESCO는 이미 오래전부터 무문자(無文字)와 난문자(難文字) 때문에 문맹으로 남아있는 수많은 지구촌 사람들을 위한 글로벌 문맹퇴치운동에 대해서 이미 중요한 가치를 두고 있습니다.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수세기동안 로만 알파벳이 세계 문자 체계를 이끌어 왔습니다.  19세기 이래 베트남, 터키, 인도네시아 등 수 많은 언어가 로만 알파벳을 자국 언어의 표기 수단으로 차용해 발전시키며 자국의 문명퇴치에 앞장서왔습니다.  

우리는 자랑스러운 문자인 훈민정음을 바탕으로 무문자와 난문자의 어려움으로 고통 받고 있는 수많은 소수언어 사용자들이 추구하는 문맹퇴치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21세기 글로벌시대를 맞아 인류가 쉽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훈민정음을 디지털화한다면 대표적인 난문자 언어, 즉 학습하기 어려운 문자 체계를 가진 중국어도 쉽게 학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 오래전인 세종대왕시대에도 노걸대언해(老乞大諺解), 박통사언해(朴通事諺解) 등과 같이 중국어를 훈민정음으로 표기하여 중국어 역관들을 교육하며 또 학습 해 왔습니다. 물론 당시 국경을 가까이 하고 있던 만주어,

현재 G2로 부상하는 중국의 경제 성장에 따라 중국어 학습이 열풍이 국내에서 뜨겁게 불고 있습니다. 중국은 경제규모가 날로 증가하고 있음으로 세계에서 중국어 학습 수요가 계속 늘어 날 것입니다. 때문에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영어 다음으로 중국어에 대한 학습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시점에 우리가 중국어 학습에 있어서 중국인의 표기와 학습법인 ‘한어병음’이 아니라 우리선조들이 훈민정음을 바탕으로 중국어를 공부해 왔던 중국어 학습교재를 현대화한 새로운 교재를 개발해 중국어를 학습할 수 있다면 이것이 바로 새로운 문자의 혁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우리는 21세기에는 자랑스러운 훈민정음을 강력한 국가 브랜드로 발전시켜나가야 합니다. 훈민정음으로 인류의 다양한 언어, 문자, 문화를 집대성, DB화하는 과정을 통해 인류의 내면에 흐르고 있는 문화광맥의 원형을 찾아내는 것이 바로 이 시대를 관통하는 창조경제의 광맥이 될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창조인 것입니다. 이러한 창조시대를 스스로, 적극적으로 열어가는 것이 곧 선진국이 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