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끝났다. 제30대 총학생회를 비롯한 단대 학생회 후보자들 중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모두 당선됐다. 경영대만이 개표 당일 투표율 48.4%로 과반수인 50%를 넘지 못해 연장투표를 실시한 끝에 유권자들의 찬성을 가까스로 얻어냈다. 투표율은 최근 10년간 학생회 선거에서 가장 높은 2009년 5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55.8%를 기록했다. 

하지만 10년 전에 비해 투표율은 올랐어도, 우리 대학 선거 행정 운영 실태는 10년 전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바로 선거인명부 문제다. 투표 마지막 날인 지난 27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서명근 씨는 본지와의 전화 취재에서 “학생지원팀에서 받은 선거인명부에 교환학생, 취업유예생 등 선거에 참여할 수 없는 학생들이 포함돼 있다”고 했다. 이에 중선관위에서는 일일이 과 행정실을 찾아다니며 각 학과 재학생 명단을 받아 선거인명부와 대조 비교해 교환학생, 학점교류생 등 재학 중이기는 하지만 학교에 없는, 사실상 유권자라 보기 어려운 학생들을 지워가는 작업을 했다는 것이다. 개표를 두 시간 가량 앞두고 벌어진 대 혼란이었다. 결국 개표는 예정된 오후 6시에서 두 시간 반이나 미뤄진 오후 8시 반에 시작됐다.

학생지원팀에 따르면 선거인명부에 이들 같이 학적은 재학 상태이나 교환학생 등 실제 우리 대학을 다니지 않는 학생들이 포함된 경우는 매년 있어 왔으며, 해마다 중선관위원장 재량으로 총 선거인수에 포함시켰다. 선거시행세칙에도 이에 대한 조항은 없어 문제 될 것은 없지만, 무엇보다 엄격해야 할 선거시행세칙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다.

우리 대학 선거에서 선거인명부와 투표자 수 불일치 문제는 이번만의 사건은 아니다. 지난 2007년 치러진 2008학년도 총학생회 선거에서 선거인명부에 표기된 투표자수보다 투표수가 42표 가량 많은 황당한 사건이 있었고, 단대의 투표수도 사회대 8표, 자연대 14표, 공대 6표 가량이 집계된 총 투표자수보다 많았다. 의대는 투표자수보다 투표수가 11표 적게 집계됐고 인문대의 중복투표도 발생해 당시 중선관위의 진행 미숙을 여실히 드러냈다. 당시 중선관위는 “투표자수보다 많은 투표수가 유권자수의 1%를 넘지 않으면 재검표를 진행하지 않기로 후보자들과 회의에서 결정했다”며 “선거구 한 곳에서 하루에 500명 정도가 투표를 하다 보니 실수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는 인수인계 과정을 확실히 거쳐 오류를 줄이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거론됐듯, 중선관위나 예ㆍ결산위원회의 인수인계는 몇 년 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게 현실이다. 과거의 오류를 당시에 재빨리 바로잡지 않아 오늘날 또다시 같은 오류가 반복되지 않았는가.

개표 전에도 투표율로 인해 잠시 혼란이 빚어졌다. 지금까지 중선관위에서 투표율은 투표함을 열기 전 선거인명부를 기준으로 최종 투표율을 공고했는데, 이번 중선관위에서는 모든 개표를 마친 후 나온 투표율을 최종 투표율로 했다. 우리 대학의 경우 투표율에 대한 정확한 잣대마저 선거시행세칙에 공고돼 있지 않아 혼란이 야기된 듯하다.

선거시행세칙에 없으면 매년 중선관위원장의 결정에 따라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돼 오던 폐단을 막기 위해선 뭉뚱그려져있는 선거시행세칙을 세밀하게 바꾸는 대대적인 보수작업이 필요하다. 준비가 덜 된 중선관위에 무작정 권한만 부여한다면 또다시 복잡한 선거가 될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올해 중선관위와 총학생회 당선인의 역할이 중요하다. 올해 선거에서 부족했던 부분들을 정리해 내년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선거시행세칙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 후보자가 중선관위의 결정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더라도 선거시행세칙에 없어 어쩔 수 없이 따르는 경우가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선관위에 너무 많은 권한을 부여하기보다, 누구든 납득할 수 있고 명확한 선거시행세칙을 만들어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