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속도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까?’ 라고 물었을 때 바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첨단기술이 발달한 속도를 반영하듯 현대는 사회의 곳곳이 많은 변화와 발전을 이룩했다. 그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자연스레 사회의 속도에 맞추고자 더 바쁘게 살아가게 됐다. 1등만 알아주는,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한국사회의 분위기는 세계 어느 국가들보다 한국인의 하루를 길게 만들었다. 이제 사람들은 일상에 치여 일탈을 외치거나 삶에서 여유라는 것은 사치라고 말한다. 일정한 수준이 되면 속도에 적응해 빠르지 않다고 느끼는 경지에 도달하기도 한다. 언제부터인가 여유는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처럼 값비싼 것이 됐다.

나의 경우만 해도 그러하다. 나이 22.9세, 대학생으로서의 신분도 약 1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3년 전 대학생이 된다고 했을 때의 그 설렘은 잊혀진지 오래고 2학 년 때는 시작된 전공수업에 허덕이다가 익숙해질 무렵 3학년이 됐다. 4학년이 되기 전 뭔가 해야 한다는 3학년의 중압감은 생각보다 크게 다가와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자 나 스스로를 바쁜 사람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학기 중에는 수업과 과제, 학보사를, 방학에는 인턴생활을 했고 이번학기와 다가온 겨울방학에도 몇 가지가 더 추가됐을 뿐 줄일 계획은 없다. 주변사람들은 항상 바쁜 걸음을 재촉하는 나에게 안쓰러운 안부의 인사를 건넸다. 왠지 그 말과 시선은 나쁘지 않았고 내가 사회의 일원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 때문인지 가끔씩 생기는 여유는 나를 불안하게 했고 마치 내가 게으름을 부리는 것 같았다.

이러한 증상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부지런함과 성실함이 사회생활의 미덕으로 꼽히는 현대에서 어쩌면 이런 반응은 이상하지 않지만, 이것은 여유와 게으름을 혼돈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부지런함의 반대말을 게으름으로 단정시키기엔 다시 생각해야 할 부분이 있다. 또한 여유와 게으름을 혼돈 하는 상황이 계속되더라도 방법은 있다. 그 핵심은 여유인데, 우리는 삶 속에서 여유를 갖는 것으로 빠른 사회 속에서 조금 덜 빠른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여유를 갖자는 말은 게으름을 피우자,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그 안에서 나 자신에게 다시 활력을 심어줄 수 있는 그 무언가를 만들어, 익숙한 일상에 선물을 주자는 것이다. 하물며 기계도 과부하에 걸리지 않기 위해 정기적으로 수리를 받거나 작동을 중지하는데 사람은 어떨까. 사회의 속도에 맞추려고 노력해 당장 앞의 일만 바라보고 살아가는 것은 너무 좁다. 인생을 넓게 봐야한다.

마라톤에서 옆 사람을 따라가다 보면 페이스 조절에 실패해 완주할 수 없다. 삶도 마찬가지다. 일상 속에서 여유를 갖는 것은  살아갈 날이 더 많이 남은 우리 인생의 페이스를 조절해 줄 것이고, 마침내 ‘완주’하도록 도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