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가 모두 끝나가고 학생회 임기도 막바지로 치달았다. 학생들이 한 학기, 일 년 동안 배운 것을 평가받는 게 시험이라면 학생회는 일 년 간 사용한 예산을 예결산으로 평가받는다.

올해 총학생회, 단대, 동아리연합회 예결산은 투명성이 특히 강조됐다. 예결산을 집행한 예결산위원장 주재성 씨는 “모든 학생회들이 투명하게 예산을 썼다”며 영수증 내역을 보여줬다. 영수증 미첨부 건도 지난해 최대치인 12건(의대)에서 최대 2건으로 확 줄은 모습을 보였다. 사회대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미첨부 된 영수증이 없고, 학생회 회식에 대한 예산 집행이 단 한 건도 없어 예결산위원회로부터 ‘가장 투명하게 예산을 쓴 학생회’로 선정되기도 했다. 영수증 미첨부 건이 많으면 좋은 사업을 진행했다고 하더라도 돈의 행방을 알 수 없으니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특히나 예산 문제에 있어서는 어떻게 썼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디에 썼는지 정확한 출처를 밝힐 수 있는 증거, 즉 영수증이 있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이 점에 있어서 이번 학생회들은 예산 집행을 세심하게 했다고 볼 수 있다. 올해 총학생회를 비롯한 일부 단대 학생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예산집행 내역을 학생들에게 공고한 바 있다. 총학생회는 ‘총학생회 신문’ 발행으로 예산 집행 내역을 공개했다. 학생회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자 한다면 예결산을 예결산위원회에서만 받을 게 아니라, 학생회 자체적으로 공고하는 방법도 학생들과의 필요 없는 오해를 줄이고 소통하는 방법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또 내년부터는 기존 예결산을 받던 학생회에 더해 학과, 사생위원단도 추가돼 예결산위가 더욱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개교 이래 예ㆍ결산에서 자유구역이었던 각 학과들과 사생위원단이 내년부터 예ㆍ결산위원회의 정식 예결산을 받게 되는 셈이다. 특히나 사생위원단은 학생들에게 ‘베일에 쌓여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활동 내역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 사생회비는 학생회비와 달리 자율적으로 납부하는 게 아니라 강제로 내는데다, 한 학기 6천 원의 회비를 2천4백여 명의 사생들이 납부한다는 것을 미뤄보면 일 년에 2천8백여만 원의 회비가 걷히는 셈이다. 그러나 사생위원단 내부에서 사생회비를 직접적으로 손댈 수 있는 사람은 사생위원장 뿐이다. 지난 2차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에서 사생위원장은 “예결산위원장을 자체적으로 뽑아 예결산을 받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예결산위원장을 자체적으로 뽑는다면 사생위원단과 친분이 있는 사람이 돼 예결산 ‘봐주기’가 나올 수도 있다는 예상 가능한 우려가 나왔다. 그럼에도 사생위원장은 자체적으로 예결산을 받겠다는 방침을 강행했다. 총학생회에서는 이를 의식이라도 한 듯 이번 전학대회에서 반드시 사생위원단 예결산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결과적으로 안건이 통과돼 내년부터는 무려 3천만 원에 달하는 사생회비가 어디에 어떻게 쓰여 지는지 학생들에게 낱낱이 공고된다. 사생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세 번째 열린 이번 전학대회에서는 이례적으로 예결산위원장도 참석해 예결산 과정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학과 단위, 사생위원단 예결산, 자율비 제한에 대한 안건을 소개했다. 다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예결산위원장의 참석으로 각 대표들 앞에서 예결산 결과 내역과 주요 영수증을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 예산과 관련된 안건 소개에만 그친 것이다. 안건 소개는 총학생회장이 진행해도 될 일이 아닌가. 그 자리에는 차기 학생회 당선인들도 있어 예결산에 대한 인식을 미리 심어준다면 내년 예산 집행이 올해보다 더 나아지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내년 전학대회에서는 예결산 내역을 세세히 소개해 각 대표들은 잘 된 예결산은 서로 본받고, 잘못 쓴 예결산은 본보기로 삼아 나쁜 선례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는 본보기의 자리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