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켜만 주신다면 뭐든 열심히 하겠습니다”

우리의 열정을 대변하는 말이다. 언제나 열정과 패기를 외치는 우리 청춘에게 최근 열정페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바로 ‘열정’과 지불의 의미를 가진 영어단어 ‘페이(pay)’를 합친 단어로 무급 또는 아주 적은 월급을 주면서 취업준비생을 착취하는 행태를 비꼬는 말이다. 논란의 시작은 최저 시급으로 잘 알려진 편의점 아르바이트의 인터넷 구인광고였다. 문제는 모집 공고 내용 중에 있었다. 모집 공고 내용 가운데 ‘돈 벌기 위해 편의점 근무는 좀 아닌 것 같다’라며 ‘돈이 목적이 아닌 아르바이트생이 지원했으면 좋겠다’라는 식의 내용이 있었다. 하지만 더욱이 대학생활 중 인턴을 기회 삼는 우리의 대학생들은 돈보다 열정을 강조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과연 최저임금을 받고 하는 아르바이트에서마저 열정페이를 논한다면 우리의 청춘이 오로지 용돈 벌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는 무엇일까. 이와 같은 편의점 갑을 논란이 불거지면서 실제로 전국의 천여 개 이상의 편의점이 문을 닫아 국내 편의점 점포 증가 속도가 정체됐다고 한다. 또 다른 사례로 유명 디자이너 디자인실 아르바이트 근무 조건에 있었고 내용은 이러했다. “급여에 야근수당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추가지급 금액은 일절 없으며 식대가 지원되지만, 회사가 강남이라 식비에 맞춰 식사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것은 결국 최저 시급 임금법 위반과 주휴수당, 법정수당을 미지급한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간주 돼 큰 비난을 샀다. 결국 디자이너가 직접 사과문을 올려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한동안 네티즌의 질책을 받았다. 이처럼 열정을 논하여 노동착취와 배움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열정페이 사례는 여러 직종에서 봇물 터지듯이 쏟아져 나왔다.

이 밖에도 열정페이 논란은 서비스업과 판매업, 외식업 등 다양한 직종에서 만연해왔으나, 지금에서야 뒤늦게 수면위로 올라오게 됐다. 이쯤에서 필자는 열정페이가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과 같은 또 다른 갑질 문화라 생각한다. 경험이라는 대가를 얻는 행위가 자의적이라면 상관없지만 타의적으로 이뤄져 노동착취로 이어지는 행위는 불공정 거래와 다름없다. 아무리 배움과 경험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더라도 되레 청춘에게 걸림돌이 돼서는 안된다. 

지난달 15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취업준비 청년이 2006년 이후 처음으로 100만 명을 돌파했다고 전했다.  이에 반해 매출 기준 500대 기업의 올해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채용 계획을 확정한 180개 사의 기업 당 평균 채용 인원은 126.9명으로 지난해 129.9명보다 2.3% 줄었다고 한다. 과연 이러한 상황에서 순순히 열정만을 가지고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취업난과 더불어 비정규직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는 88만원 세대다. 한 교수는 88만원 세대를 이렇게 정의했다. “88만원 세대는 어린 나이에 IMF 금융위기 급보를 접하고 일찍이 암울한 미래가 온다는 것을 감지한 ‘불안 세대’다.” 우리나라 비정규직 20대의 월평균 급여가 88만 원인 20대가 오로지 열정만을 가지고 치열한 삶의 현장에 뛰어들기에 아직은 이르다. 이럴 때 일수록 우리사회에서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열정페이의 기준은 더욱이 명확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