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방학에 국민일보 본사에서 2번째 인턴생활을 보내게 됐다. 필자는 현장경험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으로, 당시 지원자격에 해당했던 2학년 겨울 첫 인턴생활을 경험했다. 이번 인턴은 기말고사가 끝난 직후에 시작된 덕분에 방학이라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했다. 그렇게 시작된 예비사회초년생의 출근길은 마냥 넉넉하지 않았다. 집인 의정부에서 여의도까지 평일 또는 주말 4시간정도를 순전히 이동하는데 썼다. 해도 뜨지 않았던 어스름한 새벽에 집 앞 버스정류장에 나와 ‘지옥철’로 출근했다. 추운 날씨와 이불의 포근함이 출근길을 고민하게 했지만 불평할 수 없었다. 기자를 꿈꾸는 내게 주요언론사인 국민일보 본사에서 인턴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쉽게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한때 신입생이었던 필자는 어느새 4학년이 됐고, 멀게만 느꼈던 취업의 길은 코앞으로 다가왔다. 방관하기만 했던 일들을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게 된 것이다.

8주 동안 이뤄졌던 인턴생활에서 주로 근무한 곳은 온라인 뉴스부였다. 부장의 배려로 온라인 뉴스부 외에도 정치부와 사회부에서 각각 3일, 일주일동안 활동할 수 있었다. 근무하는 동안 책으로는 배울 수 없는 부분들을 몸소 체험하며 100건 정도의 온라인기사를 작성했고, 국가장학금 소득분위산정변화에 대한 기사로 전체 조회수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사회부에서의 SAY프로그램, 무궁화호 악취 취재는 두 차례 지면에 실리는 등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그 과정 속에서 나는 그들이 원하는 사람에 조금씩 다가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필자가 얻은 것이 단지 성과였다면 좋기만 한 경험으로 언젠가 잊혀질 것이다. 하지만 잊지 못할 이유가 생겼다. 그 이유는 인턴을 하던 8주라는 기간 중 불과 3일 동안 있었던 정치부에서였다. 국회의사당으로 출근한지 이틀이 되던 날, 그곳에 상주해 기사를 처리하는 기자가 필자에게 한 말이 바로 그것이다. “그 이상의 노력을 해라. 지금 하고 있는 노력들은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 이상이 되도록 특별한 무언가를 해야 한다. 열 명의 사람 중 어중간한 5번이 되지 않으려면” 현재가 모여 미래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해 현실에 충실해오던 나는 순간 발가벗은 느낌이 들었다.

2014년 12월 31일 오후 11시 55분. 2014년을 마무리하고 2015년을 맞이하는 그 순간, 나는 22살로 살았던 한해가 하나도 후회되지 않았다 너무나도 만족해 불안할 정도였다. 하지만 또 다르게 생각해 보면 바쁘게, 빠르게, 많이, 꾸준히 해온 노력들은 미래를 위한 준비단계라고 했지만 단지 ‘상태를 유지하는 것’에 불과했다. 학교라는 공간 속에서 현재 맡은 일을 잘 해내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 것이다. 넓게 보면 필자는 나름의 생활을 했지만 단지 학교라는 우물에서 높이뛰기를 하는 10마리의 개구리 중 5번째 개구리였다.

본인의 친조카와 나이가 같아 마음이 간다고 얘기를 꺼낸 정치부 선배기자의 조언과 눈빛, 말투, 손짓, 공기는 내게 그 어떤 베스트셀러 못지않았다. 짧은 조언은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필자에게 꼭 필요한 청춘의 자세였다. 이제라도 더 넓은 곳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현재의 나에게 감사하며 당장 오늘부터 새롭게 시작될 미래에 가슴 벅찬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