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시작된 파릇파릇한 대학교정에서 불법이 난무하고 있다.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교재를 무단 복제해 사용하는 것이다. 사실 불법복제는 오래전부터 대학가에서 비일비재했던 일이다. 이를 근절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매년 단속에 나서고 있고 올해 역시 전국 대학에 관련 공문을 내렸다.

국가에서 지정한 법이라지만 학생들의 얇은 지갑 사정도 무시할 수 없다. 강의 교재로 쓰이는 대부분의 책은 한 권에 수만 원을 호가해 부담스러울 지경이다. 그에 반면 복제본의 값은 중고 원서를 사는 것보다 훨씬 싸다. 누구라도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복제본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다.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다. 불법복제를 당연하게 여기는 학생들의 의식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요즘 대학가의 불법복제는 더욱 진화했다. 별도의 제작 장소를 마련해 보관ㆍ판매하는가하면, 학생들에게 이메일로 신청서를 받는 경우도 있다. 이 모든 방식을 학생들은 적극 환영하고 있다. 오히려 불법 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아무런 죄의식 없이 복사점을 찾는다.

그렇다고 해서 학생들의 사정을 헤아리지 않고 반대편에 선 법도 칭찬할 수 없다. 매년 새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집중적으로 단속에 나서지만 방식은 ‘동네 순찰’ 정도에 불과하다. 불법 복제를 잡아내기 위해 학내외 복사점에 파견된 단속반은 별 특별한 방법을 동원하지 않고 단속반 명찰을 착용한 채 방문한다. 학생으로 위장해 불법 복제를 부탁하거나 복사점 컴퓨터 파일을 수색하는 등의 단속은 드라마 속 그림일 뿐이다. 개강 후 지금까지의 단속 횟수를 알아보기 위해 우리 대학 학내 복사점을 찾아봐도 단속반의 방문은 아직 한 건도 없었다. 문체부에 소속된 전문 단속 공무원임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불법행위를 잡아내야겠다는 자세가 부족해 보인다.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똑같다. 불법복제를 단속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냐는 질문에 재학생 김모 씨는 “단속을 체감하지 못했다”며 “단속이라는 건 그저 먼 나라 이야기 같다”고 말했다. 매 학기 거창하게 불법복제 근절을 외치며 엄포를 두지만 그에 걸맞은 치밀하고 확실한 단속은 이뤄지지 않는다. 대학생들의 불법복제 사용량 증가는 미미한 단속실태가 부른 결과물인 셈이다.

대학생들은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다’라는 옛말에 자신의 상황을 이입하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이는 타인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한 명백한 범법 행위다. 불법복제물 구매를 ‘절약’이라 표현하는 학생들은 더 이상 불법 행위를 당연시 여기지 말아야한다. 정부 역시 학생들이 불법을 인지하도록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가 한발 물러서 법을 개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불법복제 근절이 아닌 봐주기 식 단속의 근절이 먼저 진행돼야 한다. 지성의 전당인 대학교가 불법의 전당으로 전락하지 않게 학생, 정부 모두 스스로에게 부여된 시민의식을 고취하도록 노력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