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학들이 대학구조개혁평가(대학평가) 배점 반영과 학점에 대한 기업의 신뢰도 확보를 위해 A학점 남발을 줄이는 등 학점 평가 제도를 대폭 수정하고 있다.

2013년 기준 재학생 가운데 A학점 비율이 28.3%로 30%를 웃도는 전체 평균과 비교해 낮은 편에 속하는 중앙대의 경우, 내년 신입생부터 학사 제도를 강화하는 방침을 세웠다. 재수강 신청 자격은 C+에서 D+, 최고 학점도 A에서 B+로 제한한다. 또 재수강 횟수도 1회로 제한, 학적 내역에도 재수강 여부가 표시된다. A학점 비율이 75.8%로 학점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문제였던 한국외대도 학점 평가를 조정한다. 지난해 2학기부터 절대평가 과목이었던 20명 미만의 소규모 강의, 원어 강의가 모두 상대평가로 바뀐다. 덕성여대는 지난 2학기부터 A학점 비율을 기존 30%에서 20%로 줄였고, 서울여대도 올해부터 모든 원어 강의를 상대평가로 바꾼다.

대학들이 학점 개편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기업들에 대한 성적 신뢰도를 얻기 위함이다. 후한 점수를 주는 학교로 낙인찍히면, 대외적인 이미지에도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또 학점 인플레이션이 심화될수록 학점에 대한 변별력이 약해져 기업은 아예 학점 외에 다른 분야의 스펙을 평가하게 된다. 이에 학생들은 영어성적, 자격증 등 또 다른 스펙을 쌓아야 하는 악순환을 반복해야 한다.

교육부의 대학평가도 학점 개편의 영향을 줬다. 2013년 11월 교육부에선 대학구조개혁 추진계획 결과에 따른 방안으로, ‘2014 정부 재정지원제한 대학평가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그 중 ‘학사관리 및 교육과정’의 배점이 2013년 10%에서 지난해 12.5%로 높아졌는데, 이 항목에 학점관리현황 점수가 들어간다. A~C학점을 받은 학생의 비율이 높을수록 점수는 낮아지게 되는 것이다. 또 ‘2015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도 대학의 학점 관리를 압박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대학 교육의 질 제고 및 입학 자원 급감 대비를 위한다는 이유로 평가의 기본 계획을 발표했다. 평가는 1ㆍ2단계로 나뉘는데, 1단계에서 60점 만점에 학사 관리가 12점이며, 그 중 ‘성적 분포의 적절성’과 ‘엄정한 성적 부여를 위한 제도 운영’을 보는 학생 평가가 4점이다. 이 또한 A~C 학점의 학생 비율이 높을수록 평가 점수는 낮아지는 방식이다. 평가가 낮은 대학들은 교육부로부터 정원감축, 학자금대출 제한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우리 대학 사회학과 박준식 교수는 학점 인플레이션 현상에 대해 “모든 과정을 순조롭게 이수한 학생들에게 굳이 나쁜 학점을 줄 필요는 없다”며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이 학점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제도의 희생양이 돼 취업이나 사회진출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교수는 “학점은 인플레이션을 떠나 교수 재량에 맡겨야 한다”고 덧붙엿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