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한 학우가 ‘그 재미없는 학보’를 굳이 왜 보느냐고 비꼬며 나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나는 조금 황당하긴 했지만, 그래도 학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려면 다른 건 몰라도 학보 정도는 봐줘야하지 않겠냐는 다소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나 그 친구가 했던 말은 어쩌면 꽤나 단호하기까지 했다. 학보는 재미없다고. 학보에 나오는 얘기들은 거기서 거기라고. 새로운 이슈도 없고, 그저 하나마나한 얘기들이 매 학기 반복되고 있는 것을 왜 보고 앉아있느냐고.

모든 말에 동의했던 것은 아니다. 일전에 한림학보에 기자로 몸담았던 학우의 이야기를 통해 학보의 기자들이 기사를 취재하기 위해 얼마나 고생하는지 나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매주 월요일 편집 회의를 통해 아이템을 선정하고 이후에 취재를 한 뒤, 금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꼬박 밤을 새가며 한 주 간 취재한 내용을 정리하고 퇴고하며, 편집하고 발행한다. 이 작업을 개강부터 종강 전까지 반복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하면서 동시에 학보의 업무를 수행한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내가 ‘그 재미없는 학보’라는 말에 일정 부분 동의했던 이유는, 실제로 학보가 예전보다 양질의 기사를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현재 우리 학보는 단순히 학교 내의 소식을 알려주는 기능만 하는 데에 그치며, 우리 대학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한림학보 597호(2015년 5월 18일 발행)의 학점 인플레이션 관련 기사를 들 수 있다. 작년부터 우리 대학의 이슈가 되었던 ‘절대평가 폐지 논란’과 관련하여 학점 인플레이션 사례를 보도한 것은 인상적이었지만, 이 기사가 시의성이 있는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논란이 있었던 작년부터 꾸준한 보도를 통해 이슈를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사회적 여론을 형성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현재 우리 학교에 절대평가가 폐지된 상태에서 기사를 읽으니, 학보가 해당 문제를 이전에 좀 더 신경써주었으면 좋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또한, 해당 기사에서는 학점 인플레이션 현상과 관련하여 주로 대학 본부 측의 입장을 전하는데 1면의 대부분을 할애한 반면, 학생 측의 입장을 주로 반영한 기사는 다른 면을 할애했다. 이는 구성 면에서 분석해봤을 때, 학보가 학교 측의 입장을 상대적으로 많이 대변하려한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학보뿐만 아니라 모든 언론은 원칙적으로 중립적인 위치에 서서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 옳지만, 특정 사안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견지를 취하는 것이 오히려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이라 본다.

학보가 재미있어지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학보 본연의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한다. 대학의 학보는 무엇보다 대학 내의 문제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으며, 그 안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보다 비판적이며 참신한 시각으로 접근하여 이를 취재하고 기사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다룰 때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되, 소외될 수 있는 약자들(이를테면 대학 본부보다는 학생 측)의 입장 또한 동등하게 다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런 기사들이 매주 학보에 나오게 될 때, 학생들은 비로소 학보에 대해 훨씬 더 관심을 가지게 되고 학보를 지금보다 ‘재미있게’ 여기게 될 것이다. 다음 학기에는 보다 양질의 기사를 통해 학보가 보다 많은 학우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한준(방송통신ㆍ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