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은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의 명령문을 사용하여 프로그램의 코드를 작성하는 일, 즉, 컴퓨터에서 구동되는 소프트웨어를 프로그래밍 언어로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설명을 들으면 코딩은 전문가만이 할 수 있는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세계 주요 국가에서 코딩 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3년부터 민간단체가 주도하는 코딩 캠페인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제는 고인이 된 애플의 스티브 잡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페이스북의 창립자인 마크 주커버그 등을 시작으로, 작년에는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서서 코딩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하였다. 이런 캠페인 덕분에 코딩을 정규 교과목으로 채택하는 중, 고등학교가 증가하고 있다. 영국은 교과 과정을 개정하여 2014년부터 6세에서 15세까지의 모든 학생이 정규 교과목으로 소프트웨어 코딩 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하였다. 우리나라도 올해부터 중학교를 시작으로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교과과정에 단계적으로 소프트웨어 과목을 포함하기로 결정하였다.

얼마 전에 어느 식당에서 있었던 일이다. 우리 일행이 앉은 옆 테이블에 두 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와 함께 온 부부가 있었다. 잘 놀던 아이가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자 아이의 부모는 황급히 아이의 손에 인기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이 나오는 스마트폰을 쥐여 주었다. 아이는 금세 울음을 그치고 스마트 폰을 응시하면서 30분 이상을 조용히 있었다. 이 아이처럼 태어나면서부터 인터넷, 스마트폰, 디지털 컴퓨터 등과 같은 디지털 환경을 자연스럽게 접해 디지털 기기와 언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세대를 미국의 교육 전문가인 마크 프렌스키는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라고 명명하였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는 성인이 되어 디지털 혁명의 태동을 지켜보고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른 변화를 힘겹게 따라온 디지털 이주민(digital immigrant) 세대보다 컴퓨터와 인터넷을 훨씬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다. 이런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향해 오바마는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하였다. “코딩을 배우세요. 코딩이 당신의 미래일 뿐만 아니라 조국의 미래이기도 합니다. 비디오 게임을 사는데 그치지 말고 직접 만들어 보세요. 최신 앱을 내려받지만 말고 직접 만드는데 참여해 보세요."

한국 대학생들도 개인별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어릴 때부터 디지털 세상이 아주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들이다. 그들은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지 못하고, 책보다는 인터넷을 검색하는 것을 좋아하고, 인공 지능, 사물 인터넷 등과 같이 끊임없이 발전하는 디지털 기술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국 학생들은 디지털 기술이 가져다준 편리하고 익숙한 문화를 누리는 것에 만족할 뿐, 자신이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서 무언가를 만드는데 참여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잠시 미국의 사례를 살펴보자. 대학 선이수제 과목(AP) 중 컴퓨터 과학 과목을 듣는 고등학생의 수는 약 4만 명 정도로 알려졌다. 이 숫자는 외국어 교과목 중에서 스페인어를 제외한 프랑스어, 중국어, 독일어를 듣는 학생들의 숫자보다 많은 것이라고 한다. 작년 하버드 대학교에서는 컴퓨터과학 개론 과목이 오랜 인기를 누렸던 경제학을 밀어내고 최고 인기 강좌로 등극하였다. 전교생의 12%에 해당하는 800여 명의 학생이 이 과목을 수강하였는데 그 가운데는 컴퓨터 관련 지식이 없는 인문, 사회계 학생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이 미국에 불고 있는 코딩 열풍의 직접적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컴퓨터가 인류가 만든 다른 발명품과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은 우리가 컴퓨터에 말을 걸면 그 컴퓨터는 우리의 말에 적절한 반응을 한다는 것이다. 프로그래밍 언어는 우리가 컴퓨터에 말을 걸 때 사용하는 언어이며, 코딩은 우리가 컴퓨터와 나누는 대화라고 말할 수 있다.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것이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듯이 컴퓨터의 언어를 배우는 것은 디지털 사회를 이해하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학교 학생 중에도  오피스 활용 능력 배양에 만족하지 않고 코딩에도 관심이 있는 학생이 늘어나기를 희망해 본다.

/박섭형(전자공학ㆍ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