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5월 창간된 한림학보는 그동안의 결실이 무르익어 오늘로써 600번째 열매를 맺었다. 학보는 대학의 지성을 대표하는 신문으로서 대학의 역사와 평행을 이루며 나란히 발전해왔지만, 어느 순간부터 비 오는 날의 비 가리개로 전락했다. 대학 언론 위기론이 대두된 것은 하루 이틀 사이의 일이 아니며, 한림학보만의 위기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마냥 안주해서는 안될 노릇이다.

위기의 첫 번째 이유는 학보의 소극적인 자세다. 언론은 사회를 관찰하고 사건에 대한 뉴스를 수집,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의견을 말하며 감시하고 비판하는 공적 책무를 다 해야 한다. 학보 역시 대학 사회의 전반을 기록하고 쓰는 것과 동시에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소극적 취재가 바탕이 된 소극적 보도로 본래의 역할을 만족스럽게 수행하기엔 부족한 모습을 보인다. 둘째는 체계적인 교육의 부재다. 대학 본부와 학생회 등에 대한 보도는 학보를 견제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한다. 그럴수록 오보 없는 정확한 보도가 필수다. 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교육된 기자들의 공정한 시선과 필력이 필요한데, 지금의 학보는 기자들의 취재 교육과 기사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이유는 또 있다. 독자들과 학보간의 미미한 상호작용이다. 최근 한림학보는 색다른 지면으로 독자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지만 학생들의 반응이 시원찮다. 심하게는 학보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학생들도 있다. 현재 학보가 인력난에 휘청이는 것도 이 이유에서 시작된다. 학보를 향한 학생들의 무관심은 곧 학교에 대한 무관심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학생들은 학보의 변혁을 요구하지만 학보가 탈바꿈을 하더라도 독자들의 관심이 갱생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 된다.

학보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체변혁이 필요하다. 오늘로써 한림학보에는 기자들과 독자들의 600번째 손때가 묻었다. 앞으로 묻어날 손때가 흉터처럼 남게 될 것인지, 영광의 손자국으로 계속 될 것인지에 대한 과제를 600호를 맞아 모두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 학보 구성원들은 대학 언론이 처한 상황과 학보의 위기를 깨닫고 반성하며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한다. 기자들은 보다 적극적인 태도로 취재에 나서야 하고 언론의 진정한 역할을 진지하게 되새겨야한다. 마음가짐뿐만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 맞춘 변화도 필요하다. 시대의 발전에 따라 종이신문의 영향력이 쇠약해지고 있는 지금, 인터넷이나 영상매체를 적극 활용해 독자들의 관심을 끌어야한다. 현재 한림학보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용률은 저조하다. 지금보다 더욱 참신한 도전이 필요한 때다. 또한 학보는 조직적인 교육체제를 만들어 지금 당장 예비 재원의 육성에 힘써야한다. 더불어 독자는 학보와 함께 대학 사회의 파수꾼 역할을 해줘야 하고 관심과 질책으로 학보의 발전을 도와야한다. 본부도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고, 학보와의 상호작용 과정을 통해 긍정적 상생관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학보는 오랜 기간 남게 되는 기록매체다. 우리 모두는 대학의 역사와 함께 달리는 학보의 본래 역할을 망각하지 말아야한다. 학보가 단순한 볼거리로 전락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대학의 주요 사건을 담아야함은 물론, 그 사건을 하나의 눈이 아닌 대학 구성원 모두의 눈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당신에게 학보란 무엇인가. 학보로 대변되는 대학과 학생의 목소리가 이제는 더 이상 소리 없는 아우성이 되어서는 안된다. 이를 위해 모든 한림의 구성원은 달라질 한림학보를 통해 미래를 위해 현재를 고민해보는 자세를 갖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