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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기즈칸을 분노하게 만든 도시, 히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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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8.29  21:5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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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레즘 왕국의 거점도시

부하라에서 히바까지 10만 솜(약 40달러)에 가기로 하고 택시를 합승했다. 거리는 약 450km. 가는 도중에 키질쿰 사막에서 처음으로 비가 오는 모습을 보았다. 모래사막에 비가 내리니 신기하기만 하다. 일 년에 한두 번 내리는 비가 하필 오늘 내리고 있는 것이다. 사막 저 멀리에서 몰려오는 먹구름이 마치 거대한 모래먼지를 일으키며 노도와 같이 몰려오는 몽골 기마부대처럼 무서워 보였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인 히바는 과거 호레즘 왕국의 수도인 우르겐치에서 남서쪽으로 35km 떨어져 있다. 히바는 ‘박물관 도시’라고 불릴 만큼 조용하고 아름답다. 전설에 의하면, 히바는 여기에서 우물을 발견한 노아의 아들인 셈에 의해 세워졌다고 한다. 8세기까지는 중앙아시아와 남부 러시아를 잇는 실크로드의 변방도시였고, 10세기부터 14세기까지 번영을 누린 호레즘 왕국 때는 거점도시로서의 역할을 했다. 히바는 19세기까지 노예시장으로도 악명이 높았다. 키질쿰 사막 주변에 거주하는 유목민이나 여행자들을 잡아다 여기 노예시장에서 사고팔았다고 한다.

러시아로 가는 실크로드 거점도시

호레즘 사람들은 아주 호전적이어서 징기스칸이 중앙아시아 도시들을 공략할 때 가장 시간을 많이 끌었던 도시였다. 이 정복전쟁은 초원 실크로드에서 가장 멍청하고 어리석은 지방 군주에 의해 촉발된 것이었다. 1218년 징기스칸은 호레즘 왕국과 교역을 하기 위해서 대상 사절단을 파견했다. 이 사절단의 우두머리인 우쿠나만은 몽골인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무슬림 상인들이었다. 그러나 이 도시의 지사였던 이날칙은 사절단의 재화를 약탈하고, 100여명을 살해해 버렸다. 징기스칸은 이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였으나 거절당하자, 이 나라를 징벌하기 위해 출정한 것이다. 실로 무시무시한 복수의 서방원정이 시작된 것이다.

장남인 주치가 사령관이었는데, 호레즘의 수도였던 꾸냐(구) 우르겐치(현재 누쿠스 서쪽 도시)를 함락시키는데 1년도 더 걸리자 아버지에게 질책을 받았다고 한다. 1219년에 시작된 호레즘 정벌은 1225년 몽골로 귀환할 때까지 6년이나 걸렸다. 이 정벌로 구 우르겐치, 히바, 부하라, 사마르칸트 등 중앙아시아 주요 도시들이 몽골제국의 지배 아래 들어갔다. 또한 이 전쟁은 아랍 이슬람 세계와 유럽 기독교 세계를 공포에 떨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기독교나 이슬람 역사가들에 의해 징기스칸의 정복 전쟁은 ‘인류의 재앙의 하나’로 폄하되기도 하지만, 15세기에 해상 무역로가 개척되기 전까지 그가 정복한 실크로드가 한동안 번영했음도 부인할 수 없다. 이슬람 역사가 아불 가지는 “징기스칸의 치세 아래 중앙아시아에 있는 모든 나라 사람들은 누구한테서도 어떤 폭행도 당하지 않은 채, 황금 쟁반을 자기 머리에 이고, 해가 뜨는 땅에서 해가 지는 땅까지 여행 할 수 있을 만큼 평화를 누렸다”고 적고 있다.

사막 한 가운데서의 유르트 민박

이튿날, 가이드 겸 운전사 가이와 함께 우르겐치와 누쿠스 인근에 있는 6개의 칼라(성)를 순회했다. 굴둘순 칼라, 코이쿠르간 칼라, 안카 칼라, 쿨 칼라, 키르키즈 칼라, 아야즈 칼라 순서대로. 이 칼라들은 서기 1세기에서 중세까지 성이나 사원 또는 천문대, 카라반사리 등으로 사용되었다. 모두 흙벽돌로 되어 있고, 아야즈 칼라를 제외하고는 거의 무너지고 성벽의 형체만 남아 있었다. 사막 한가운데에 이런 성채를 지은 걸 보면 우리 인간의 생명력과 적응력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야즈 칼라에서 유르트(파오) 민박을 했다. 중국에서 타스쿠르간에 갔다 올 때 카라콜 호수에서 묵었던 유르트에 이어서 두 번째다. 성수기를 지나서인지 관광객은 많지 않았다. 프랑스 단체 관광객 20여명과 독일 신혼 부부, 그리고 나 밖에 없었다. 우리는 한 유르트 안에서 우즈백 보드카와 함께 저녁식사를 먹으면서 호레즘 전통음악과 무용을 관람했다. 돌아가면서 자기 국가를 부르는 순서가 있었는데, 나는 애국가 대신 ‘강남스타일’로 모든 사람을 제압해버렸다.

밤에는 밖으로 나와 수많은 별들과 은하수를 구경했다. 하늘에 저렇게 많은 별들이 있었던가? 카라콜 호수에서도 별이 정말 많았었는데…. 참 아름다운 사막의 밤이었다. 별과 은하수를 구경하려면 사막으로 가라는 말이 딱 맞다. 나는 운전사 가리와 같은 유르트에서 잤다. 전기도 없고 난로도 없었지만, 목화 솜이불이 무겁고 두꺼워서 그런지 그리 추운지는 모르고 잘 잤다. 화장실은 예상보다 훨씬 깨끗하고 완전 서구식이었다. 의외로 샤워실까지 있었지만 따뜻한 물은 나오지 않았다.

다음 날, 누쿠스로 가는 길에 토프락 칼라와 키질 칼라, 그리고 실픽 칼라를 찾아 갔다. 실픽 칼라는 조로아스터교 다마(무덤-침묵의 탑)이다. 아무다리아강 가에 웅장하게 서 있었는데, 정상에 올라가서 내려다보는 주위 전망이 정말 일품이었다. 내가 그렇게 보고 싶었던 아무다리야 강이 유유히 북쪽에 있는 죽음의 바다, 아랄해를 향해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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