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최전방의 전쟁터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홀로 생활하는 독거노인을 비롯해 심하게는 노인학대까지 사회의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각종 노인문제를 다룬 뉴스가 심심찮게 보도되는 지금, 치매나 거동의 불편함을 가진 노인들을 사랑으로 보살피는 사람이 있다. 뿌듯함이 가장 큰 얻음이 된다는 노인요양보호사 이영란(54) 씨가 그 주인공이다. 노인들의 말벗은 물론 교육 보조진행과 식사까지 도맡아 해결하는 그녀를 지난 27일, 춘천효자노인복지센터에서 만났다.

노인요양보호사를 첫 직장으로 삼은 지 8년째가 됐다는 이 씨는 뒤늦게 시작한 이 일을 ‘천직’이라 말했다. 이 씨는 “그저 남편의 아내, 아이들의 엄마로만 지내다가 무료함에 노인요양보호사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며 “교육과정 중 실습을 하면서 나의 적성을 확실히 찾았다”고 말했다. 노인요양보호사는 주간보호시설과 요양시설로 나뉘어 일하는데, 이 씨는 주간보호사로 일하며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노인들을 돌본다. 대부분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들을 하루 꼬박 10시간 넘게 보살피는 이 씨는 이 일에 대해 “정말 좋아하지 않으면 하기 힘든 일”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자신에게 딱 맞는 옷을 입은 듯 즐겁게 일하는 이 씨에게 노인요양보호사란 무엇인지 더욱 자세히 물었다.

일반 사회복지사와의 차이에 대해 이 씨는 “군인에 비교하자면 우리는 실제 전쟁터에서 싸우는 사병”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씨는 “꺼려지는 일을 싫은 티 없이 해내야 하고, 급여 역시 최저 시급에 준해서만 받는다”며 “하지만 이런 부수적인 것들에 연연한다면 절대 하지 못하는 직업”이라고 전했다.

이 씨는 아무리 좋아서 하는 일이라지만 고충도 분명히 있다고 말한다. 이 씨는 “차량으로 이동하는 어르신들을 보호자가 직접 인수인계 해줘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 분들이 대부분”이라며 “심하게는 어르신들에게는 물론 우리 보호사들에게도 함부로 하는 보호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더불어 이 씨는 “이런 경험을 그냥 말로만 듣는 것과 현장에서 일하며 겪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고 말하며 “보호자 교육이 이뤄지지 않은 채 보호사들의 힘겨움을 알아주지 않으니 그럴 때마다 회의감이 든다”고 털어놨다.

이와 같은 안타까움이 들 때마다 이 씨는 일에 대한 보람을 통해 마음을 다 잡는다. “치매 초기 어르신들의 병세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는 것이 가장 기분 좋은 일”이라는 이 씨는 “어르신들이 보호소에 와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학습도 하시고 말벗들과 즐겁게 지내다 보니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이 씨는 “어르신들이 워낙 유쾌하시고 자주 깜빡깜빡 하시기 때문에 매일 매일이 새롭고 재밌다”며 미소를 띠었다.

그렇다면 이 씨가 꼽는 노인요양보호사가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이 씨는 ‘차분한 성품’을 꼽았다. 이 씨는 “나이가 들수록 늘어나는 것이 바로 ‘고집’”이라며 “어르신들이 가끔 상처 주는 말을 하거나 행동이 격해질 때가 있는데, 그러려니 하고 이해하며 넘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더불어 이 씨는 “인내심을 갖고 어르신들의 말을 들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한 이 씨는 지난 7월 21일 그 노력을 인정받았다. 노인 장기요양보험 7주년을 맞아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한 것. 직업의 전문성 향상과 재가노인복지발전에 이바지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 받은 이 씨는 수상소감을 묻자 겸손함을 보였다. 이 씨는 “그냥 오래 일했다고 준 것 같다”며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상까지 주시니 감사하고, 가족들도 나를 자랑스러워 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이 씨는 “아무리 재밌게 일 한다고 하더라도 함께 일하는 사람이 싫으면 무용지물”이라며 “내가 이 일을 즐겁게, 오래 할 수 있었던 것은 힘든 일을 함께한 사람들끼리 융화됐던 것”이라고 말하며 다른 보호사들을 향한 고마움을 내비쳤다.

마지막으로 이 씨는 노인요양보호사를 꿈꾸며 공부하는 후배들에게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며 “어르신들을 보살피는 일이 힘들지만 귀찮거나 더럽다고 생각해선 절대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이 씨는 “단순한 이론 공부와 현장은 굉장한 차이가 있다”며 “어느 정도는 세월의 힘이 필요하기 때문에 직업에 애정을 가지고 꾸준히 한다면 진정한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