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대학 입학정원 감축을 목표로 진행해온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가 8월의 마지막 날 최종 공개됐다. 전국의 일반대학 163개교와 전문대학 135개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평가에서는 대학들을 A부터 E까지 총 5개 등급으로 나눠 줄을 세웠다. 더 낮은 등급을 받은 대학일수록 정원 감축의 비율이 높아진다. 더불어 하위 등급인 D, E등급을 받은 대학은 정부 재정지원 사업에 참여할 수 없으며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마저 축소되거나 차단된다. 해당 대학의 학생들에게는 청천병력 같은 잔인한 소식이다. 하지만 대학구조개혁은 저출산으로 인해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불가피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부가 지난해 급하게 빼낸 칼이 바로 대학구조개혁평가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고교졸업생은 39만 8천여 명, 대학입학정원은 56만여 명이다. 대학입학 초과정원이 무려 16만 명을 넘어서는 수치다. 교육부는 2022년까지 3주기로 나눠 총 3번의 평가를 거쳐 정원감축을 실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구조개혁평가가 그 첫 삽이 됐지만 뒤따르는 잡음이 심하다.

대학들의 가장 큰 불만은 세부적인 평가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단순 평가 지표와 각 대학의 등급만이 공개됐을 뿐, 각 대학이 어느 부문에서 몇 점의 배점을 받았는지에 대한 정보는 없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대학서열화를 우려해 내린 결정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일부 대학들의 뒷거래가 존재했다는 등의 의혹을 낳고 있다. 평가 결과를 발표하기 전 충분한 근거를 통해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했어야한다.

또한 이번 평가에는 입체적인 목표와 계획이 부족하다. 교육부가 지난해 1월 공개한 평가 추진 계획에서는 정원감축 실시와 더불어 교육의 질 제고를 위한 대학평가체제 도입, 지속적 개혁을 위한 법적ㆍ제도적 기반 구축을 목표로 두고 있다. 그러나 막상 뚜껑 열린 평가 결과는 정원감축에만 주목해있다. 일반대와 전문대를 구분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수도권대와 지방대, 예체능대 등의 특수성과 고유성을 고려해 심도 깊은 평가가 이뤄졌어야한다. 단 한 번의 평가를 통해 15%의 입학정원을 단숨에 줄이는 것이 본래 겨냥했던 교육의 질 제고와 어떤 상관관계를 가지는지 의문이다.

교육부는 평가를 실시하기 전부터 평가 결과에 따른 개혁 조치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대학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지만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바로 이 점도 문제다. 하위 등급 대학의 학생들은 당장 내년부터 국가장학금, 학자금 융자 등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이러한 재정지원의 중단을 아무런 법률 근거 없이 진행하는 것은 대학과 학생에게 가하는 우회 압박이며 비판의 충분한 주제가 될 수 있다. 또한 관련법이 제정되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교육부는 앞으로 있을 2주기 평가가 시작되기 전에 법 조항을 보완해 절차를 가다듬어야할 것이다.

오는 9일부터 2016년도 수시모집이 시작된다. ‘부실 대학’이라고 낙인찍힌 대학들은 발등에 불똥이 떨어짐은 물론 한껏 민감한 상태에 놓여있다. 우리 대학은 다행스럽게도 전국 최고수준으로 A등급에 이름을 올렸지만, 한번쯤 구조개혁평가의 의의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합리적인 법률 아래 본래 목적을 실현하는 신뢰성 띠는 평가인지 생각한 후 결과를 받아들여야한다. 더불어 교육부는 현재 일고 있는 불만과 지적사항들을 바로잡아 평가의 효율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