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내에서 SNS의 인기가 완벽히 무르익은 요즘, 어딜 가도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 속 SNS를 들여다보느라 정신이 없는 사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SNS의 시대 속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많은 블로거를 찾아볼 수 있다. 대외활동을 준비한다고 당장 어제 블로그를 시작한 주변 지인의 모습에서부터, ‘미디어 몽구’ 같은 1인 미디어 급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파워블로거’까지. SNS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이 시대에 어쩌면 유행이 지난 존재일지도 모를 블로그가 아직도 꾸준히 주목받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전문적인 내용의 글을 올리기에 적합하다는 사실을 꼽을 수 있다. 이는 블로그가 SNS 등 다른 ‘기록장’과 차별화되는 핵심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SNS에도 심도 있는 글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게시된 정보들을 시간순으로 정렬하여 보여주는 ‘뉴스피드’라는 시스템에서 볼 수 있듯, SNS는 태생부터 짧고 가벼운 정보들을 한꺼번에 많이 제공하게끔 설계돼있다. 그렇다 보니, 하나의 긴 글에 집중하기에는 구독자들의 정신이 산만해지기 쉽다. 반면에, 블로그의 구성 틀은 백과사전 사이트나 뉴스 사이트의 그것과 비슷한 것으로, 하나의 구체적인 글을 적고 읽기에 적합하게끔 설계돼있다. 실제로 긴 글의 가독성이 블로그 같은 틀에서 더 뛰어나다는 점을 증명하는 예는 SNS 페이지들의 게시 행태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게시자들은 게시글의 내용이 일정 분량을 넘어가면 개인 블로그나 타 사이트로 옮겨가 본문을 읽게끔 한다. 물론 광고 수익도 염두에 둔 것이겠지만, SNS 뉴스에서 이런 방식을 많이 사용한다. 이처럼 구체적인 글에 대한 가독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을 지닌 블로그에서 많은 사람이 포트폴리오, 개인의 지적 발전 등의 다양한 이유로 글을 올리며 각자의 분야에서 자발적으로 전문성을 갖춘 정보공급자가 되고 있다.

전문성을 인정받은 정보공급자인 파워블로거는 웹상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치는 ‘1인 미디어’가 된다. 실제 각 분야의 파워블로거들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으며, 그에 맞는 대우를 받는다. 심지어 파워블로거들이 쓴 글은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에까지 파급력을 끼치기도 한다. 실례로, 몇몇 파워블로거들의 ‘음식점 갑질’은 이러한 파급력을 악용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어찌 됐든 개인이 이 정도의 전문성을 인정받고 영향력을 가지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역시 블로그가 애용되는 큰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정리하자면 요즘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가볍고 흥미 위주로 구성된 ‘킬링타임성’ 정보를 선호하고, SNS에서 그 정보를 얻는다. 하지만 여전히 학술, 업무 등의 목적으로 전문적이고 질 좋은 정보를 원한다. 블로거들은 이런 수요를 충족시켜주는 대가로 스스로의 지적 발전, 혹은 전문성을 인정받는 등의 보상을 얻고 있으며, 이는 최근까지도 블로그가 사랑받는 이유가 된다는 것이다.

기록의 동물, 즉 “호모 스크립투스”인 인간은 기록 방법을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앞으로도 블로그가 꾸준히 주목받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 나광현(언론·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