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성적에는 연연하지 않고 지냈는데 어느 한 학기 내내 신바람이 나서 공부한 적이 있다. 특별히 그 학기에만 재미있는 과목들이 몰려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냥 모든 과목이 재미가 있었다. 시험 전에 공부할 때도 이 문제가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그대로 나왔다. 공부도 재미있고 집중도 잘되어 그 학기에는 과 수석을 차지하였다.

요사이 한류가 전 세계적으로 환영 받고 있는 데 노래나 춤뿐이 아니라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역동적이고 창의적이라는 데 그 원인이 있다고 한다. 한국 문화에 스며들어 있는 역동성과 창의성은 통일신라시대의 대학자인 최치원이 ‘국유현묘지도왈풍류(國有玄妙之道曰風流), 우리나라에는 현묘한 도가 있으니 풍류라 한다.’라고 한 데서 그 근원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원래 풍류란 도를 가지고 있고, 그 풍류란 신바람 혹은 신명과 같은 뜻인 것으로 우주가 쉬는 숨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인간이라는 소우주가 깨어 숨을 쉬는 상태인 신바람이 나면 정상적인 인간의 영역을 벗어난 능력을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개개인이 신바람을 내기 위해서는 흥미와 열정을 가져야 하지만 반대로 신바람이 나야 흥미나 열정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언제 신바람이 날지 어떻게 하면 체계적으로 신바람이 나게 할 수 있는 지 어렵다. 하지만 어떤 그룹 전체가 신바람이 나도록 하는 방법들은 어느 정도 체계화 돼 있어 대기업에서는 교육 시스템까지 구축돼 있다. 각 부서의 팀장들은 자신의 팀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먼저 위기의식과 공동 목표를 공유하도록 하고 팀원들의 호응을 얻어내기 위하여 팀원들을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솔선수범한다. 일단 호응을 얻어내는 데 성공한다면 그 다음부터는 불기 시작한 신바람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높은 결과를 이루어 낸다. 회사에 팀장으로 재직할 경우 5명 정도의 소규모 개발팀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국내최초의 제품 개발을 성공한 경험이 있다. 팀원 전체가 자신이 맡은 일뿐이 아니라 남이 맡은 부분까지 흥미를 가지고 일했으며 자신이 맡은 일에 문제가 생기면 오히려 재미있어하는 등 신명난 상태로 일했다. 이일로 생각지도 않던 상까지 받아 인센티브를 받고 전원 고가에 좋은 점수를 받았었다. 

이상과 같이 그룹 신바람은 그룹 내의 일부가 어떤 위기를 공감하고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 호응을 하면서 신바람이 불기시작하고 신바람이 더 많은 사람의 호응을 얻게 하여 더 큰 바람을 일으키는 positive feedback 과정을 거쳐서 그룹 전체를 신명난 상태에 이르게 한다. 이와 같은 과정으로 초대형 신바람을 일으킨 예는 2002년 월드컵의 붉은 악마와 선수들의 그 거대한 신바람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학생 개개인이 신바람을 내어 공부하고 성적을 잘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신바람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서로 공동의 목표를 세우고 서로를 이해하여 마음을 열고 솔선수범하면 신바람이 저절로 분다고 하니, 이번학기는 뜻있는 몇몇이 모여 그룹 신바람나게 공부해 보길 바란다.

/ 김종대(융합소프트웨어·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