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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의 반, 이스파한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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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9.12  14: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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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런이 로마와 아테네에 견준 도시

흔히 이스파한은 ‘세계의 반’이라고 불린다. 그만큼 이란 사람들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도시다. 영국의 시인 바이런은 1937년에 쓴 <중앙아시아로 가는 길 - The Road to Oxiana>이라는 여행기에서 “이스파한은 아테네나 로마처럼 우리 인류에게 기쁨을 주는 아주 위대한 도시다.”라고 격찬하고 있다. 먼저 조로아스터교의 성지인 아테스카데로 달렸다. 그런데 지금까지 보아왔던 조로아스터교 침묵의 탑과는 외관이 달랐다. 히바나 야즈드에서 본 것은 산봉우리에 둥그런 탑처럼 생겼는데, 이건 일반 성곽처럼 사각형으로 생겼다. 그러니까 여기는 장례터와 도시 방어를 위한 성곽의 기능을 동시에 하기 위해 만든 것 같다. 20분 정도 낑낑거리면서 정상에 올라가 보니, 그 안에 별도로 원형의 ‘침묵의 탑(Tower of Silence)’이 서 있다. 외벽은 많이 허물어졌는데, 이 침묵의 탑은 최근에 복원했는지 성성하다. 사방으로 이스파한 시내와 자얀데강이 내려다보인다.

이슬람 사회 안에서 공존하고 있는 기독교 교회

시내로 돌아오는 길에 아르메니아 교회인 성 조셉 아르메니아 교회에 들렀다.  무슬림 사회 안에 기독교도가 살고 있다니. 거기에 반듯한 교회까지. 언뜻 보면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그러나 예루살렘을 보면 금방 이해가 된다. 예루살렘에는 유대인, 기독교인, 무슬림이 세 쿼터로 지역을 나누어서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 그리고 IS나 탈레반 같은 근본 원리주의자를 제외하곤 무슬림들은 세금만 내면 다른 종교도 얼마든지 허용한다. 십자군 전쟁 때 예루살렘을 탈환한 살라딘도 통행세만 받고 기독교도들의 성지 순례를 허용했다. 교회 내벽을 장식한 성화가 대단했다. 돈황석굴의 불화처럼 천정과 벽면을 성서 이야기로 가득 채우고 있다. 이 교회의 성화에서는 성모보다 예수를 더 중시하는 것 같았다. 박물관에는 그림 성경이 많이 전시되어 있다. 과거에는 글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림으로 성경을 설명해야 했기 때문에 저런 그림 성경이 개발되었으리라. 저 그림 성경이 동서교회를 분리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기독교에서는 조각이나 그림 등 모든 우상을 금지하고 있어서 그 기준을 놓고 동서교회가 격론을 벌이다 서로마교회(로마 카톨릭)와 동로마교회(그리스 정교)로 분열되는 것이다. 초기에는 서로마교회가 그림을 허용하고 동로마교회는 반대했는데, 나중에는 그 반대가 되어 그리스 정교 쪽에서 이콘(성화)이 엄청나게 발달하게 된다.

이슬람 건축술의 정수, 카주 다리  

자얀데흐 강가에 있는 다리를 구경하러 갔다. 네 개의 다리 중에서 카주 다리가 가장 아름답고, 그다음엔 시오세 다리가 멋있었다.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모습을 보여준다. 물이 통과하는 곳은 이슬람 사원의 지붕처럼 둥근 아치형으로 만들고, 사람들이 다니는 교각은 난간을 높게 만들어서 양쪽에서 보면 터널을 지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멀리서 보면 기다란 2층 건물처럼 보인다. 특히 카주 다리는 강물이 말랐는데도 불구하고 1650년에 만들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21세기에도 멋대가리 없는 수많은 다리를 만들어내고 있는 우리 관계자들에게 이 다리를 꼭 보여주고 싶다.   

자메흐 모스크와 이맘광장

마스제대 자메흐(Masjed-e-Jameh: 쟈메흐 모스크)를 찾아 갔다. 중앙에 분수대가 자리 잡고 있고, 사방으로 여러 공간들이 둘러쌓고 있다. 마쉬하드에 있는 이맘 레자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규모가 더 크고, 수수한 사원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위엄 있는 노인의 오래된 관록을 보는 듯하다. 화려한 타일보다 퇴색된 갈색의 모자이크 문양이 오히려 더 아름다웠다. 건축 자제 색깔 그대로가 오히려 자연스러워서 좋았다. 또 어떤 건물들은 이와 대조적으로 화려한 타일로 마감한 것도 있었다. 타일에 그려진 문양이나 꽃들이 얼마나 정교하고 아름다운지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다. 페르시아 세밀화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짐작이 간다. 얼마나 신앙심이 깊으면 저렇게 정교한 문양을 그릴 수 있을까? 불교의 치밀한 만다라를 보는 느낌이다. 자메흐 사원과 달리 이맘 광장은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여기는 마쉬하드 이맘 레자처럼 화려하다. 분수가 나오는 야경이 참 멋있다.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넓은 광장이라고 한다. 광장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구나 하고 감탄했다. 여기도 중앙에 분수가 자리 잡고 있고 사방에 사원 건물로 둘러싸고 있다. 이슬람 사원들이 대개 그렇듯이 안에 서 있으면, 사방이 건물로 막혀있는 광장 한복판에 내가 서 있는 느낌이다. 여기는 사원이 아니고, 기존 공간들을 모두 상가로 고쳐서 관광객을 상대로 도자기나 유리제품, 보석 등 고급 상품을 팔고 있었다.

친절한 이란 사람들

목이 말라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어가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앞에 있던 어떤 여자 손님이 나에게 아이스크림 하나를 건넨다. 아무튼, 이란 사람들의 친절은 알아주어야 한다. 국가의 시스템은 상당히 경직되어 있는데, 일반 서민들은 참 밝고 친절하다. 오히려 지나치게 친절해서 탈이다. 꽈배기 비슷한 음식을 사다가 광장 분수대에 앉아서 마흐메드와 함께 저녁을 때웠다. 마흐메드는 정말 선한 눈을 가지고 있다. 또 얼마나 착한 지 하루 종일 같이 다녀도 불평 한마디가 없다. 꼭 손님을 대할 때 하인이 주인 섬기듯 한다. 그렇다고 비굴한 것도 아니고. 마흐메드 때문에 이란 사람과 무슬림이 더 좋아졌다.

/ 고태규(경영·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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