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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이라도 괜찮아” 대학생, 번개 문화를 즐기다
김선애 부장기자  |  ksa082@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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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9.12  14: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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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에 같이 치맥(치킨과 맥주) 하실 분?” “노래방 가실 분?” 우리 대학 대표 커뮤니티인 ‘한림대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한림 라이크) 카페에 심심치 않게 올라오는 글이다. 마치 번갯불처럼 눈 ‘깜짝’할 새에 즉석에서 모임을 해 이름 붙여진, 일명 ‘번개 모임’의 일종이다. 우리 대학에서도 번개가 한림 라이크를 통해 종종 이뤄지고 있다. 본지 취재팀은 직접 한림 라이크 ‘번개 어떠세요’ 게시판에 글을 작성해 번개 문화를 체험해봤다.

9일 오후, 내일 저녁에 함께 치킨과 맥주를 먹자는 번개 글을 올렸다. 글만 봐서는 올린 이의 신원을 전혀 알 수 없다. 이런 글에 과연 누가 함께 하겠다고 나설지 의아하다. 그러나 게시글을 올린 지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여러 개의 댓글이 달렸다. 놀랍게도 모두가 모임에 나오고 싶다는 반응이다. 성별을 묻거나 몇 명이 모이는지 묻는 댓글도 있다. 하지만 ‘번개’ 치고는 너무 일찍 약속을 잡은 탓인지, 다음 날이 되자 그 누구도 연락하지 않았다. 

10일 오후 6시경, 본지 취재팀은 다시 한 번 글을 올렸다. 이번에는 ‘볼링 번개’다. “오늘 저녁 7시에 볼링 치실 분?” 치킨 번개 때와 마찬가지로 여러 댓글이 달렸다. 그중에서도 두 명이 비밀 댓글로 연락처를 남겼다. 문자 메시지를 보내 7시에 학교 옆 병원 앞에서 모이기로 한다. 한 시간 뒤에 만나게 될 사람들이지만 이름도, 얼굴도, 나이도, 심지어 성별도 모른다. 

시간이 돼 약속 장소로 나갔다. 병원 앞에 몇몇 사람이 보인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저 사람인가?’ 싶어 한참을 쳐다보게 된다. 결국 전화를 걸어 서로를 확인한다. 서로 얼굴을 마주하자 어색한 기류가 흐른다. 일단 간단하게 서로를 소개한 뒤 볼링장으로 향했다. 택시 안에서 A양은 기자에게 “원래 이런 거 자주 하세요?”라고 물었다. 직접 만남에 참여했으면서도 번개 문화가 신기한 눈치다. 알고 보니 A와 B양 모두 이번이 번개 모임에 처음 참가한 것이라고 한다. A양에게 번개 모임에 나오게 된 계기를 묻자 “심심하기도 했고, 운동 삼아 볼링을 치고 싶기도 했다”며 “여러 사람이 모일수록 재밌으니까 나왔다”고 답했다. 이어 이상한 사람이 나올까 걱정되지는 않았냐고 묻자 “딱히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약속 장소에 가서 상대가 수상한 사람처럼 보이면 다시 돌아가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몇 마디 대화를 나눈 후 이번 번개의 목적인 볼링 게임을 시작했다. ‘세계도 스포츠로 하나가 된다’고 했던가.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서로 알고 지내던 친구처럼 모두가 즐거워했다. 취재팀조차도 본분인 취재를 잊고 스트레스 해소에 나섰다.

게임이 끝난 후 두 사람에게 다음에도 번개에 참여하겠느냐고 물었다. B양은 “이번에는 아주 심심해서 한번 나와 봤을 뿐, 앞으로 딱히 참여할 것 같지는 않다”며 “이 번개는 같이 운동하자는 건전한 의도인 것 같아 나왔다”고 말했다. B양은 또 “평소 번개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다”며 “번개라는 말의 어감 자체가 부정적으로 느껴진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A양은 “대학에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편입생, 복학생 등에게는 번개 모임이 인간관계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말하며 “만나서 함께 운동하며 즐기는 것 정도는 괜찮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A양 역시 “건전한 일회성 만남은 괜찮지만, 음주나 불건전한 만남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대학생들의 ‘번개’ 문화는 함께 취미를 공유하며 즐길 수 있다면 낯선 사람이라도 상관없다는 개방적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상대가 같은 학교 학생이라는 동질감이 번개 만남의 거부감을 줄이는데 한몫한다. 하지만 모든 모임이 건전한 것은 아니므로 모임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무조건 신뢰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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