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불교조각대전
15.09.25 ~ 11.19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가을의 춘천은 좀 외롭다. 웬만한 페스티벌은 다 끝나가고, 일교차는 괜히 사람 마음 뒤숭숭하게 만들기 일쑤니까. 그냥 떠나는 게 답일 때도 있다. ITX를 타고 1시간 남짓이면 용산에 위치한 국립중앙박물관에 도착할 수 있다는 것이 이럴 때 위로가 될 줄이야. 국립중앙박물관이 이달 25일부터 오는 11월 19일까지 개관 70주년 기념 전시인 ‘고려 불교 조각 대전’을 선보인다. 고대 불교의 흔적을 세계 각지에서 모으는 한편, 아시아 문화의 핵심인 불교 문화의 성격을 조명하는 전시. 엄선된 200점의 불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이번 전시를 위해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대영박물관, 도쿄국립박물관 등 7개국 박물관과 간송미술관, 리움 등 국내 최고의 예술기관 5곳이 힘을 모았다. 잔잔한 부처의 미소 앞에서 잠시 마음 놓는 시간되기를.

춘천 거기 
~ 15.10.04
대학로 유니플렉스 3관
대학로에서 가장 힙한 연극 몇 가지를 고르라면 감성연극 ‘춘천 거기’를 빼놓을 수 없다. 영화화가 확정됐다는 소식이 들린 이후엔 더더욱 그렇다. 2005년 초연 당시 배우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후미진 소극장 무대에 극을 올린 이후, 별다른 마케팅 없이 관객들의 입소문만으로 매진 행렬을 기록 한 이 전설의 연극이 드디어 연장 공연을 결정했다. 주제는 사랑. 아, 사랑이다. 누구나 한번은 금기의 사랑을 했고, 누구나 한번은 헤어지지 못해 사랑했다. 네 여자와 다섯 남자는 꽤 담담하게, 때로 씁쓸하게 모두가 경험했던 그 순간의 민낯을 그려나간다. ‘아프니까 사랑이다’ 따위의 대충 지은 인터넷 기사제목으로 연극이 말하는 사랑을 설명하기엔 역부족이니, 소극장으로 찾아가기를 권한다. 실존적 깽판으로 치닫는 사랑을 경험했다면, 다시 한 번 사랑하고 싶다면.

老病死 - 生 로병사 다시 생
15.09.12 ~ 12.06
춘천 이상원미술관
좋은 것을 알아보는 안목 못지않게 그것과 마주하는 방법도 중요하다. 작가는 살고, 늙고, 죽는 것은 좋은 것이라 여기는 자가 분명하다. 그것을 아름답거나 추하게 왜곡하지 않았으니까. 춘천에 위치한 이상원 미술관이 선보이는 하반기 전시 ‘老病死-生 로병사 다시 생’은 죽음이라는 커튼 뒤로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는 인간의 삶을 재조명한다. 노인의 얼굴엔 주름이 내려앉았고, 얇고 흰 머리카락은 물리적 차원에서 힘을 잃었지만, 그것은 그만큼 헛된 욕망과 덧없는 계산을 내려놓은 모습일 것이다. 저마다의 삶을 살아온 작은 영웅의 얼굴이자 주인공인 화폭 속 노인들이 우리에게 건네는 이야기는 어떤 것일까. 마주하는 방법이 중요하다.

/ 박민정(언론·4년)